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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희가 누구냐? 다정한 마음을 품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그녀의 이름을 벌써 잊을 리 없을 것이다.
‘쏴아아아! 철퍽철퍽!’
천지개벽한 북한 처녀로서 남한의 바람난 유부녀처럼 요란하게 샤워소리를 내던 여자. 약간의 도발적인 요소를 품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수줍음을 드러내고 있는 그런 식으로 샤워소리를 내던 여자.
“권 선생님도 함께 소나기 목욕 하실래요?”
이렇게 대뜸 권하며 샤워실 문을 열어주던 여자…가 바로 예원희였다. 하지만 예민한 감성을 품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쯤에서 의문점 하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건 아마도 확실한 기억력의 일종일 것인데…
“눈 감고 있을게 어서 들어오세요.”
그녀는 권도일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이렇게 애원하지 않았던가. 어디로? 그야 물론 소나기 목욕을 할 수 있는 샤워실로.
권도일이 몰래카메라를 찾으려고 샤워실의 불을 끄자 오히려 그를 대단히 순진한 사내라고 여기던 그녀는… 어물쩍, 개 끌려가듯 샤워실로 끌려간 권도일이 미처 바지도 벗기 전에 풀풀 날리는 어둠을 헤치고 와락 다가가서 그의 목을 끌어안지 않았던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남녀 둘이 엉켜서 설치는 짓… 이른바 전희 따위는 더 이상 하지 말자며, 대뜸 권도일을 바닥에 눕혀 놓고 아랫배로 섬멸적인 반 타격을 가해오던 그녀야말로 여성의 자주권을 무시당하는 것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곤 하지 않았던가.
권도일이 여자 신체의 열점지역, 이른바 성감대를 건드렸으므로 조국통일을 위한 성전… 소위 남녀의 합치를 이뤄야 한다며 스포츠섹스를 조국통일에 비유하던 화끈한 여인이 어째서 권도일을 버리고 유호성에게 접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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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궁금증이 생겨나야 확실한 기억과 예민한 감성을 지닌 독자로 등극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해답은 바로 예원희의 마음속에 담겨 있었다. 사랑은 국경도 초월한다고 했던가? 그녀는 마음속에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품은 지 이미 오래였다. 한 번 해병은 여원한 해병인 것처럼 한번 권도일에게 사랑을 품은 그녀 역시 영원할 뿐이었다.
쉽게 말해서 그녀는… 권도일을 사랑했으므로, 권도일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스스로 미인계를 구사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어떡하든 유호성을 꼬여내어서 그를 5개국 관통 랠리대회에 드라이버로 참가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그 놈이 중국 내륙의 고비사막을 통과할 때에… 그 놈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야만 합니다.”
그날, 평양호텔 객실의 침대 위에서… 질펀한 상열지사를 끝낸 뒤에 권도일은 이렇게 고백했다. 남남북녀의 꿈만 같은 합체를 이룬 후에 지독히 감성적으로 변해버린 마음에서 우러난 고백이었을 것이다.
북한 여자의 본때일까? 혹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측은지심? 하여간 권도일의 고백을 들은 그녀는 스스로 발 벗고 나서서 사랑하는 남자의 거사를 돕기로 작정했다.
“도일 씨, 내가 먼저 일떠설 테니 기다리시라우요.”
그녀는 스스로 이렇게 다짐했고, 마침 스피드 쇼크와 전 세계 여자골프 겨울대회가 동시에 열리는 날을 거사 기회로 잡은 것이었다. 그녀는 영리했으므로 가슴에 열망을 품은 남자들의 속성을 쉽사리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 생각에 유호성은 가슴 뜨거운 드라이버였다. 결코 여자 골퍼의 뒤를 맥없이 쫓아다니는 찌질이는 아닐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러므로 유호성은… 예원희가 쳐놓은 덫에 어김없이 걸려든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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