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도둑들’ 이어 ‘광해’ 천만 관객… 한국영화 전성시대

경향신문 박은경 기자
원문보기
한 해 두 작품은 최초… 다양한 소재·캐릭터, 장르보다 완성도 승부
400만 이상 관객도 8편… 스크린 독과점은 과제로
한국 영화가 호황을 맞고 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광해)가 지난 20일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광해>는 <도둑들>에 이어 올해 두 번째 ‘1000만 영화’에 올랐다. 올해는 300만~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중박’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경쟁해서도 이런 수확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올해 2번째 1000만 영화 탄생

투자 및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 9월13일 개봉한 <광해>가 38일 만인 20일 오후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21일 밝혔다.

<실미도>(2003년 12월 개봉)와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2월 개봉)가 2개월 차이로 개봉해 나란히 1000만 기록을 세우고, <왕의 남자>(2005년 12월 개봉), <괴물>(2006년 7월)도 2006년 1000만명을 기록했지만 같은 해 개봉한 두 작품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영화로는 <도둑들>(1302만·배급사 기준), <괴물>(1301만), <왕의 남자>(1230만), <태극기 휘날리며>(1175만), <해운대>(1139만), <실미도>(1108만)에 이어 7번째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됐다.

21일 서울 신촌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한 관객이 한국 영화사상 7번째로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포스터를 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CJ엔터테인먼트는 “역대 1000만 영화들이 여름과 겨울 성수기에 선보인 것과 달리 <광해>는 비수기인 9월에 개봉해 스크린 시장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CJ E&M 영화부문 임상진 기획팀장은 “<광해>는 블록버스터보다는 휴먼코미디 장르에 가깝다. 스크린 극성수기가 아닌 추석 시즌에 내놔서 300만~400만명만 동원해도 성공한 편인데 예상치 못한 큰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예전에는 방학이나 연말에 행사성으로 영화를 보던 문화였다면 최근엔 영화관 나들이가 일상이 됐다”면서 “좋은 영화가 있으면 장르나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극장을 찾는다”고 했다. 이어 “유행 장르에 휩쓸리거나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의 힘이 중요해지면서 영화의 완성도가 흥행 조건 1순위가 됐다”고 덧붙였다.


■ 다양한 소재, 새로운 캐릭터로 흥행작 쏟아져

대박은 아니더라도 400만명 이상의 ‘중박’ 영화가 많아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광해> <도둑들>의 홍보마케팅을 맡은 퍼스트룩의 이윤정 대표는 “2012년은 한국영화 기록의 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000만 영화뿐 아니라 400만이 넘는 영화가 많이 나왔고, <어벤져스> <다크나이트 라이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리지 않는 한국 영화의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개봉된 <댄싱퀸>(404만)을 시작으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469만), <건축학개론>(411만), <내 아내의 모든 것>(459만), <연가시>(451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0만) 등 4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가 8편이나 쏟아졌다. 지난해 관객 400만명이 넘은 한국 영화는 5편, 2010년에는 2편에 불과했다. 이 중 <건축학개론>과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비수기로 치는 3월과 5월에 개봉했음에도 눈에 띄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이창현 부장은 “한국 영화 전성시대라는 말에 맞게 흥행에 제한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화차>는 스릴러 장르와 비수기(3월) 개봉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 원작의 힘으로 243만명을 동원했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부러진 화살>(344만)도 흥행했다”면서 “다양한 소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화가 나와 비수기와 성수기의 구분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작품의 질적인 향상과 다양성을 한국 영화 시장이 탄탄해진 이유로 꼽았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올해 한국 영화의 성공은 캐릭터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카사노바’ 류승룡씨나 <범죄와의 전쟁>의 하정우·최민식·김성균씨, <건축학개론>의 조정석씨가 그렇고, ‘1000만 영화’인 <도둑들> <광해> 모두 캐릭터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등장인물의 캐릭터 싸움이 치열했던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려고 관객들이 영화관에 몰렸고, 무거운 영화라도 캐릭터가 주는 재미로 희석돼 폭넓은 관객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세대교체가 이뤄진 2000년대 이후 영화계에 좋은 인력이 많이 배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사람> 같은 작품은 한국 영화 전성기에 비하면 적은 제작비로 만들었지만 화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훌륭한 품질을 보였다”면서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의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가 경직됐지만 숙련된 고급 인력들이 질적 수준을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 스크린 독과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

한국 영화의 질적 향상을 바탕으로 평등한 스크린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계열의 대형 배급사 손에 흥행이 좌지우지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이제는 1000만 관객 돌파라는 외형적인 지표를 두고 경쟁할 것이 아니다. 양적 경쟁보다 우수한 작은 영화와 대형 배급사들이 투자한 대작들이 고르게 스크린을 선점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도 “한국 영화 수준이 상당히 안정됐다”면서 “상업적인 영화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실험적 영화와 상업 영화가 동일한 스크린 경쟁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뉴진스 다니엘 계약해지
    뉴진스 다니엘 계약해지
  2. 2이시영 캠핑장 민폐 논란
    이시영 캠핑장 민폐 논란
  3. 3여인형 이진우 고현석 파면
    여인형 이진우 고현석 파면
  4. 4김건희 면죄부 검찰 반성
    김건희 면죄부 검찰 반성
  5. 5대통령 춘추관 방문
    대통령 춘추관 방문

경향신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