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이 잦은 직장인 남모(37)씨는 요즘 국내외 호텔 숙박을 잡으려 할 때 익스피디아나 아고다, 호텔스닷컴 등 유명 여행 예약 대행 사이트를 통하지 않는다. 대신 원하는 호텔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하거나 직접 전화를 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이른바 'OTA(온라인 예약 대행 사이트·Online Travel Agency)'를 애용했지만 알고 보니 여기 올라온 호텔들이 '(예약 대행) 수수료' 때문에 숙박비가 오히려 비싼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씨는 "급한 출장이 잡혀 호텔에 직접 전화 걸어 예약했더니 담당자가 '수수료를 빼 주겠다'면서 싼값에 방을 내주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에 난무하는 '최저가' 선전에 현혹되지 않고 '손품'을 팔아 알뜰하게 여행 예약을 처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여행 예약 대행 사이트 반드시 싸진 않아
본지가 직접 지난 1일 국내 주요 호텔 객실(10일 체크인 기준) 예약을 진행해본 결과, A사이트 서울 시내 L호텔 객실(5성급·27㎡) 1박 요금은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 20만5700원이었다. 이 사이트 화면에는 '최초가 55만원, 70% 특가세일 상품'이란 광고 문구가 달려 있었다. 그런데 직접 호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같은 방 1박 예약가는 19만3600원으로, 1만2100원 쌌다. 서울 마포구와 경기 수원시 등 다른 호텔들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런 '가격 부조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예약 대행 사이트들이 숙박 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 탓이다. 여행객이 이런 사이트를 통해 방을 잡으면 해당 호텔은 숙박료의 15~20%에 이르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1박에 12만원짜리 호텔 객실이라면 최대 2만4000원이 예약 대행 사이트로 넘어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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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비교적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예약 대행 사이트와 손을 잡는 건 일반 개별 관광객을 상대로 객실을 판매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힐튼·메리어트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 호텔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는 고객 비중이 높지만 그 외 일반 호텔은 지명도가 낮다 보니 대행 사이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서울 시내 4성급 호텔 대표 김모(44)씨는 "수수료 20%를 내더라도 대행 사이트를 통해 투숙객을 받지 않으면 빈방이 속출한다"고 말했다. 특히 개별 관광객들은 대부분 예약 대행 사이트를 통해 호텔을 잡는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5성급 호텔 대표 임모(54)씨는 "외국인 개별 관광객은 90% 정도가 대행 사이트를 통해 온다"고 말했다.
◇조식 포함·환불 규정 잘 살펴야
2000년대 후반부터 단체가 아닌 개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예약 대행 사이트는 성장을 거듭했다. 일일이 개별 호텔 사이트에 들어갈 필요 없이 방문할 도시와 숙박 날짜만 집어넣으면 다양한 호텔과 객실 요금 정보를 한 번에 비교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10번 이용하면 1박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보 검색 비용을 줄여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가격은 다른 문제다. 경기도 한 호텔은 예약 대행 사이트에선 1박에 4만4000~4만6000원 선이었지만, 호텔에 직접 전화를 걸면 3만9000원에 객실을 잡을 수 있었다. 여행 전문가들은 "호텔과 직거래하면 숙박 요금을 줄일 수 있다"고 충고한다.
물론 이런 사이트에 나온 객실 요금이 저렴한 경우가 있다. 해당 사이트 운영사에서 객실 물량을 대거 확보, 경쟁 업체와 '최저가' 경쟁을 벌이며 가격을 대폭 낮추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런 사이트에 나온 객실은 대체로 호텔이 수수료만큼 방 값을 올려 결국 소비자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예약 대행 사이트는 "호텔과 맺는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예약 대행 사이트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적지 않다.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국제거래 소비자 포털'과 '1372 소비자 상담센터' 불만 접수 사례를 분석했더니 예약 대행 사이트 관련 불만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5% 증가했다. 여행 업계 담당자들은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 객실 요금뿐만 아니라 조식 포함 여부, 환불 규정 등 부가 조건도 잘 비교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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