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단군신화 속 웅녀가 먹은 것은 마늘이 아니다?

중앙일보 이가영
원문보기
개천절 기념 행사 자료사진. [중앙포토]

개천절 기념 행사 자료사진. [중앙포토]


오늘은 제4349주년 개천절로 우리 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런데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우는 과정을 다룬 단군신화 속 환웅이 웅녀에게 준 음식은 쑥과 마늘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연이 편찬한 역사서 '삼국유사' (三國遺事) 고조선 편에는 "이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한 굴에 살면서 늘 신웅(神雄·환웅)께 빌면서 인간이 되기를 발원했다. 신웅은 신령스런 쑥 한 단과 마늘 스무 매를 주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 tvN '알쓸신잡' 방송 캡처]

[사진 tvN '알쓸신잡' 방송 캡처]


이에 대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마늘이 아니라 '달래'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연재 글 '팔도식후경'과 tvN '알쓸신잡'에 출연해 "삼국유사에 적혀있는 마늘로 번역된 한자는 蒜(산)"이라면서 "蒜은 달래, 파, 마늘, 부추 등 아린 음식을 다 이른다. 그러니 굳이 마늘이라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달래. [중앙포토]

달래. [중앙포토]


황씨에 따르면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나 이집트로 추정되며 대체로 조선 시대까지 '葫(호)'라고 많이 불렸기 때문에 '蒜'은 마늘보다는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달래나 산파, 산부추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자생 식물 중 우리 민족에게 가장 친숙한 것이 달래이므로 단군신화 속 '蒜'은 달래로 읽는 것이 좋다고 황씨는 주장했다.

그는 또 "단군신화 속 쑥은 '靈艾(영애)'라고 적혀 있다"며 "흔히 '신령스런 쑥'이라고 번역하지만 또 다른 식물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환웅이 웅녀에게 준 음식이 쑥과 '무릇'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광민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연구위원은 '한국동양정치사상연구'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마늘은 서한 시대에 서역에서 들어왔다"며 명나라 학자 이시진이 엮은 책인 '본초강목'의 내용을 인용해 설명했다.

본초강목에는 "집에서 심는 산(蒜)은 두 가지가 있다. 뿌리와 줄기가 작으면서 씨가 적고 몹시 매운 것이 산(蒜)인데, 이것은 소산(小蒜)이다. 뿌리와 줄기 가 크면서 씨가 많고 매운맛이 나면서 단맛이 도는 것은 호(葫)인데, 이것이 대 산(大蒜)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무릇의 꽃. [연합뉴스 자료사진]

무릇의 꽃.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위원은 호(葫)는 마늘이라며 황씨와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달래는 매운맛이 그리 강하지 않아서 소산이라고 할 수 없다. 무릇은 큰 상수리 열매 정도 크기로 무척 맵고 아려서 날로 먹을 수 없다"며 산(蒜)을 마늘, 달래가 아닌 '무릇'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황식물인 무릇은 한자로 석산(石蒜), 조산(鳥蒜) 등으로 표기하며 쑥과 둥굴레, 잔대 등과 함께 10시간 이상 고아서 익혀야 먹을 수 있다.

박 위원은 "1946년 사서연역회(史書衍譯會)가 삼국유사의 첫 번역본을 내면서 '산'(蒜)을 마늘로 옮긴 뒤 수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지금이라도 마늘은 무릇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에스파 닝닝 홍백가합전 불참
    에스파 닝닝 홍백가합전 불참
  2. 2강선우 공천헌금 의혹
    강선우 공천헌금 의혹
  3. 3전현무 기안84 대상
    전현무 기안84 대상
  4. 4삼성생명 신한은행 경기 결과
    삼성생명 신한은행 경기 결과
  5. 5심현섭 조선의 사랑꾼
    심현섭 조선의 사랑꾼

중앙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