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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 때려도 되나요" 세계는 `혼성 프로레슬링` 논쟁 중

매일경제 안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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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 맞서는 강인한 여성상 될 수 있어"
-"남녀 간 폭행이 가정폭력 유발할 것"


미국 프로레슬링(WWE)대회에 남성선수와 함께 참가한 90년대 여성 프로레슬링 스타 차이나(오른쪽)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미국 프로레슬링(WWE)대회에 남성선수와 함께 참가한 90년대 여성 프로레슬링 스타 차이나(오른쪽)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58]신체적으로 우월한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터부시된다. 그런데 '때리는 척'만 해도 문제가 될까? 혹 여자가 이기는 경우라면 어떨까?

프로레슬링계가 흥미로운 성 논란에 휩싸였다. 남성과 여성이 폭력을 교환하는 '혼성 프로레슬링' 허용 여부를 두고서다. 찬성 측에선 여성이라고 남자와 레슬링 무대에서 동등하게 겨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구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성 간 폭력을 조장하는 일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20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의 한 프로레슬링 경기에서 갑자기 시합이 중단돼 관중이 어리둥절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남녀 간 시합이었던 경기를 두고 뉴욕주 운동위원회(NYSAC)에서 위법으로 판단해 직원들을 보내 즉석에서 경기를 중단시킨 것이다.

이는 관중의 극렬한 반발을 불렀다. 경기 속개를 외치는 관중의 함성 속에 당시 경기 심판이었던 크리스 레빈은 마이크를 들고 NYSAC 직원들을 '성차별주의자'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결국 경기는 재개됐고 프로레슬러들은 경기 후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레빈 심판은 20일 인디펜던트에 이 사건에 대해 "나는 성평등주의자로서 선수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경기를 중단시킨 데 대해 매우 충격받고 분노했다"며 "이는 국가가 조장한 성차별이다. 매우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프로레슬링계에서 성 대결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흔한 광경도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갈수록 여권이 신장하다 보니 성 대결이 이뤄지는 모습이 보다 민감하게 포착되고 논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혼성 프로레슬링이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 건 1970년대 후반부터다. 미국의 인기 코미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코미디언 앤디 코프먼이 처음으로 프라임 타임(시청률이 가장 높은 방송 시간대)에 여성과의 프로레슬링 경기를 선보였다.

주류 프로레슬링에 혼성 대결이 도입된 건 1990년대 들어서다.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여성 스타였던 차이나가 주기적으로 남성과 경기를 가졌고, 여성으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WWE 챔피언십 시리즈인 '인터콘티넨털'에서 두 차례 챔피언을 차지했다. WWE의 4대 페이퍼뷰(유료방송 판매) 중 하나인 '로열럼블'에 여성 선수로서 최초로 참가하기도 했다.

혼성 프로레슬링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누르고 승리하는 레슬링 시나리오가 오히려 바람직하고 강인한 여성상을 퍼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 프로레슬링이 아닌 외부 대회에서 최초로 여성 챔피언이 된 애비 레이스가 이 같은 취지로 찬성론을 편다. 레이스는 남자에 맞서 싸우는 여성 선수의 모습이 히어로물 영화에 나오는 여성 슈퍼히어로와 비슷하다며 "여성들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강한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레이스 본인이 반대론자들이 우려하는 가정폭력의 희생자였다는 점이다. 레이스는 "(혼성 프로레슬링이) 가정폭력을 유발하는지는 경기가 이뤄지는 방식에 달려 있다"며 시나리오 내용이 폭력을 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혼성 프로레슬링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맥락을 떠나 그런 모습이 보여지는 것 자체가 사회적 금기를 깨는 것이고 폭력의 학습 수단이 된다는 논리다.

영국의 프로레슬링 프로모션 팀 '레볼루션 프로 레슬링'을 운영하는 앤디 퀼단 창립자는 혼성 프로레슬링 금지를 원칙으로 내걸고 있다. 퀼단은 "남성이 여성을 폭행하며 여기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 장면을 사람들이 보게 되면 사회적 금기에 대한 인식이 흔들릴 수 있다"며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다르게 태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팟캐스트 방송 '더 월드 어코딩 투 레슬링'을 운영하는 댄 히긴스는 "(혼성 레슬링이) 일반적으로 폭력을 초래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맥락에서든 남성이 여성을 때리는 모습은 논란을 동반하기 마련"이라며 "프로모터들이 혼성 경기를 꺼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안정훈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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