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1.4 °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레이더P] 선거철도 아닌데 예능프로그램으로 달려가는 정치인들

매일경제 김정범
원문보기
정치인들이 예능판에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선거철 반짝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시기를 가리지 않고 화면에 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JTBC '썰전', MBN '판도라' 같은 정치·시사 프로그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예능의 영역'으로 반경을 넓히면서 가족과 함께 출연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연예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예능프로그램에서 정치인들이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본격적인 폴리테이너(Politician+Entertainer의 합성어) 시대를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SBS 예능 "동상이몽 2-너는 내운명"에 출연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 씨[사진=동상이몽 2-너는 내운명캡쳐]

SBS 예능 "동상이몽 2-너는 내운명"에 출연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 씨[사진=동상이몽 2-너는 내운명캡쳐]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2-너는 내운명'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둥지탈출'에 고정 출연자로 출연 중이다. 이 시장은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프로그램에 나왔고 기 의원은 아들 대명 씨와 같이 출연했다. 특히 이 시장은 프로그램에서 평범한 일상 모습은 물론 집 안 구석구석까지 내보이면서 사생활까지 과감히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장은 예능 출연 계기에 대해 "제 목표 중 하나가 국민이 시장이나 정치인을 우습게 알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 이웃의 평범한 사람들이 우리가 시키는 것을 대신하는 머슴이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KBS "냄비받침"에 출연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냄비받침 캡쳐]

KBS "냄비받침"에 출연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냄비받침 캡쳐]


뿐만 아니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KBS '냄비받침'에 등장해 개그맨 이경규 씨와 대담을 했다. 홍 대표는 이날 촬영을 위해 다른 일정은 전혀 잡지 않았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각 당의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모두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근황과 계획을 전했다.


정치인들이 예능프로그램으로의 일탈이 이어지는 이유를 놓고 우선, 정치인은 인지도를, 방송사는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명 정치인의 깜짝 출연은 시청률 상승에 꽤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는 과거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락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해 시청률을 17.7%로 껑충 높인 것이다. 직전 시청률이 6.6%였던 것에 비해 무려 10%포인트 이상 대폭 높아진 셈이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함으로써 얻는 효과를 두고서는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4년 한국언론학보에 실린 논문 '정보인가 오락인가 : 정치 예능 토크쇼의 정치적 효과'에 따르면 정치인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치인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할 시 정치에 대한 관심 및 정치적 대화량이 증가하며 정치적 냉소주의가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정치인의 인간적 면모, 정치적 이상, 인생 역정 등의 발언 내용과 이미지가 시청자들이 정치에 더욱 관심을 끌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언론사 인터뷰나 토론 방송에서 딱딱하게 얘기해왔던 정치인들이 예능 무대로 올라서면서 권위적인 정치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시청자들은 기존 언론 등을 통한 정치인 검증이 아닌 예능을 매개로 정치인의 생생한 말을 들어보고 싶다는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평소 볼 수 없었던 '의외의 면모'를 볼 수 있어서 신선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례로 홍 대표는 KBS2 예능 프로그램 '냄비받침'에 출연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평소 결코 사과하지 않을 것 같았던 홍 대표는 추 대표를 향해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했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인의 등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정치인은 정책, 공약, 이념 등을 통해 평가받아야 하지만 예능에서는 이런 부분보다는 단순히 '이미지'를 강조해 정치인을 왜곡 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이미지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어필하는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출연 목적이 뻔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부감을 갖는 시청자도 생길 수 있고 예능에 출연하지 못한 후보와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나며 프로그램 편집으로 제작진의 정치적 견해가 들어갈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자칫 준비 없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구설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유년시절 얘기를 털어놓으며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고 꿀벌을 벌꿀로 잘못 말해 한동안 어록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예능과 토크쇼가 대선구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1992년 대선을 앞두고 TV 토크쇼에 출연해 색소폰을 연주하며 감성적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토크쇼인 '투나잇쇼'에 출연해 트레이드마크인 헤어스타일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미국 케이블채널의 대표적인 정치풍자 토크쇼인 '데일리 쇼'는 평균 시청자가 350만명에 달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인의 방송 출연은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정치인의 면면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며 "시청자들도 각자의 판단 기준이 있는 만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두고 과도하게 정치색까지 거론하며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정치뉴스의 모든 것 레이더P 바로가기]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조지호 경찰청장 파면
    조지호 경찰청장 파면
  2. 2여의도역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여의도역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3. 3내란 전담재판부
    내란 전담재판부
  4. 4미스 핀란드 눈찢기 논란
    미스 핀란드 눈찢기 논란
  5. 5손흥민 토트넘 이별
    손흥민 토트넘 이별

매일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