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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들이 빠지기 쉬운 선형적 사고의 덫

매일경제 이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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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49] 인간의 뇌는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현상을 흑백논리로 보기도 하고, 정치인들의 잘못된 논리에 현혹되기도 한다. 이는 숫자를 다루는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두 가지의 인과관계가 단순히 선형적(Linear)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비선형적(Non-linear)인 경우가 많다. 그래프를 그려봤을 때 기울기가 계속 동일한 선형적인 그래프가 아니라 지수함수나 로그함수 형태의 그래프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바르트 드 랑게 ESADE 경영대 교수, 스테파노 푼토니 로테트담 경영대 교수, 리처드 래릭 듀크대 경영대 교수 세 사람이 이 주제로 기고한 글을 정리해본다.

교수들이 예로 든 대표적인 사례는 가격과 판매량의 관계다. 롤당 50센트인 화장지를 할인해서 판다고 해보자. 20%인 10센트를 할인하는 경우와 40%인 20센트를 할인하는 두가지 경우다. 20%를 할인하면 판매량이 20% 늘어나고 40%를 할인하면 판매량이 80% 늘어난다. 여기서 원가, 즉 한계비용(marginal cost)은 15센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40% 할인해서 판매량이 2배 가까운 80% 증가했으므로 더 많은 이익을 남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계산을 해보면 그렇지 않다. 20% 할인할 경우 롤당 이익이 25센트이므로 총이익은 300달러(0.25×1200)이고 40% 할인할 경우 롤당 이익이 15센트이므로 총이익은 270달러(0.15×1800)가 된다. 정상가일 때 이익인 350달러를 유지하려면 40% 할인했을 경우 판매량이 2배 이상인 2300개로 늘어나야 한다. 20% 할인했을 때는 판매량이 40% 늘어난 1400개만 팔면 이익이 유지되지만 40% 할인했을 때는 판매량이 133%나 늘어나야 한다.

교수들은 이같이 비선형적인 상황이 많기 때문에 대표적인 4가지 유형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첫 번째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급증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고객의 재방문율과 고객생애가치(CLV)의 관계다. CLV란 고객 한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간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줬는지를 돈으로 계산한 개념이다. 자세히 계산해보지 않으면 고객 방문율이 올라갈 때 한 고객의 가치가 얼마나 높아지는지 잘 모른다.


예를 들어 CLV가 100달러인 두 개의 시장이 있다고 해보자. 전자는 재방문율이 20%이고 후자는 60%다. 전자에서 재방문율이 20%에서 40%로 오를 경우 CLV는 약 35달러 오른다(할인율 10%). 하지만 재방문율이 60%에서 80%로 오르면 CLV는 약 147달러나 늘어난다. 그러므로 이미 재방문율이 낮은 고객들의 방문율을 높이는 것보다 방문율이 높은 고객들의 방문율을 높이는 것이 더 큰 이득이다. 단골고객들에게 잘 해줘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는 점진적으로 하락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급락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다. 예를 들어 16만5000달러를 4.5%의 고정금리로 30년간 상환한다고 해보자. 첫 5년은 원금이 1만5000달러밖에 줄어들지 않는다. 원금에 붙는 이자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원금이 줄어들수록 이자가 떨어지면서 갚는 속도는 빨라진다. 30년 중 마지막 16% 정도의 기간에 전체 원금의 25%를 갚게 된다.

세 번째로 급격히 늘어나다가 어느 시점부터 기울기가 평평해지는 경우가 있다. 고정비용이 있는 제품에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때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물량이 늘어날수록 단위판매량당 얻어지는 이윤은 점점 줄어든다.


어떤 제품을 개당 2달러로 10만개 판다고 해보자. 이 제품에 개발비 등 5만달러의 고정비용이 들었고 개당 50센트의 단위생산비용이 든다. 개당 이윤은 1달러가 된다. 만약 판매량이 2배로 늘어나면 고정비용의 존재로 개당 이윤은 1.25달러가 된다. 엄청난 증가다. 하지만 판매량이 40만개에서 80만개로 2배 늘어난다면 어떨까. 늘어나는 마진은 0.06달러(6센트)에 불과하다.

네 번째는 급격하게 떨어지다가 어느 시점부터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자금 회수 기간에 대한 것이다. 자금 회수 기간은 당연히 짧을수록 좋다. 그런데 이를 투자수익률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조금 달라진다. 똑같은 투자를 하지만 자금 회수 기간이 2년인 프로젝트와 4년인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자. 두 프로젝트 모두 회수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이 중 어느 프로젝트를 선택해야 할까.

직관적으로 보자면 전자는 1년을 줄이고 후자는 2년을 줄이므로 후자가 더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연으로 환산한 회수율(ARR·Annual Rate of Return)로 보면 어떨까? 전자(2년->1년)는 50%에서 연 100%로 50%포인트 높아진다. 후자(4년->2년)는 연 25%에서 연 50%로 25%포인트 높아진다. 상환기간이 길어지면 초기에는 ARR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만 나중에는 완만하게 떨어진다. 연 수익률(ARR)을 내세워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전자처럼 상환기간이 짧은 경우가 더 좋은 프로젝트가 된다.


이 같은 네 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확하게 계산해보지 않고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경우 경영자나 매니저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수들은 자신의 일에서 마추치게 되는 비선형성이 무엇인지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자신이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이것이 비선형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지도 항상 의심해봐야 한다. 그래야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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