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륜형 한국고용정보원직업연구센터 연구원 |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medical illustrator)는 복잡하고 어려운 의학적 정보나 지식을 세밀화·일러스트·2D(3D)자료·그래프 등으로 시각화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완성된 의학 관련 이미지(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는 방대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첫째, 의사와 환자 간 '다리' 역할을 한다. 의사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 환자에게 시술 예정 치료법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로봇 수술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지 △특정 수술법이 특히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 대표적 예다.
둘째, 환자가 (자신이 받게 될) 치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거부감과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치료를 앞둔 환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상태이므로 피가 흥건한 수술 장면을 사진으로 접할 경우 겁 먹게 마련이다. 이 경우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의 힘을 빌리면 혐오스러운 요소를 적당히 제거, 순화해 전달할 수 있다.
셋째,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은 논문 작성에도 필요하다. 의학자는 새로운 수술법의 효과를 글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각적 요소를 더해 전달력을 높인다. 실제로 저명 의학 저널에 실을 논문 심사에서도 이미지는 주제 못지않은 핵심 요소로 평가 받는다. 심한 경우, "이미지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해당 논문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심사위원까지 존재할 정도다.
그 밖에 △의과대학 교수가 수업 자료로 활용할 때 △의료 소송 발생 시 환자의 수술 후 피해 상황을 법정에서 증언할 때 △각종 질병 예방에 대한 홍보·교육용 포스터를 제작할 때도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의 존재는 요긴하다.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면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미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생물학·해부학 등 의학 관련 지식과 경험이 덧붙여지면 금상첨화다. 의학 전문가의 말을 잘 알아듣고 그들의 의도가 잘 드러나도록 구도나 표현 등을 다듬어야 하므로 의사소통 능력도 있으면 좋다. 수준 높은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일러스트·포토샵 등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능숙하게 다룰 줄도 알아야 한다. 한 장의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이 완성되려면 수십 회 이상의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보통 사람 이상의 인내심도 요구된다.
2012년 현재 국내에서 활약 중인 '현역'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는 15명 내외다. 우리나라 대학 중엔 아직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를 공식적으로 양성하는 학과가 없는 상태. 이 때문에 현재는 그림에 소질이 있고 생물학이나 기타 의료 관련 지식을 갖춘 사람이 주로 진출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석사 과정에 '메디컬 일러스트' 커리큘럼이 포함돼 있다.)
지구촌이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생명공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의 손길 역시 분주해지고 있다. 학술지에 실릴 논문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단이 최근 부쩍 시각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인체 보조 기구(의족·의수) 제작 △의학 관련 전자책 제작 등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을 필요로 하는 곳은 갈수록 느는 추세다. 관련 수요가 증가하며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뿐 아니라 저작권 관련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직업이지만 향후 의학 연구의 핵심 분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륜형 한국고용정보원직업연구센터 연구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