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집이 붐비기 시작했다. 면스플레이너(‘면’과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말로 냉면에 대한 지식을 자랑하며 설명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일컬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기라는 말이다. 이들은 소고기 육향이 강한 물냉면이 ‘평양냉면의 정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부터 냉면 육수는 꿩·닭·돼지고기로도 만들어 먹었다. 평양 태생의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77)씨는 “평양에서도 소고기뿐만 아니라 꿩이나 닭을 함께 끓여 손님을 대접하거나 별미로 먹었다”고 설명한다. 올여름에는 한번 독특한 육수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전국 곳곳의 이색 냉면집 4곳을 소개한다.
① 돼지고기 고명이 일품, 서울 부원면옥
옷가게 즐비한 서울 남대문시장 한복판에 6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틴 냉면집 ‘부원면옥(02-753-7728)’이 있다. 서울의 평양냉면 전문집치고는 퍽 저렴한 가격(물냉면 7500원)에 개성 있는 맛을 자랑한다. 그래서 가게 주인만 가업을 잇는 게 아니라 단골손님도 대를 이어 가며 이 집을 찾는다.
일각에서는 부원면옥이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다고 오해한다. 제육 두세 점이 고명으로 올라와서다. 그러나 고현희(61) 사장은 “육수의 기본은 소 사골”이라고 말한다. 물론 돼지고기도 살짝 들어간다. 처음부터 넣는 게 아니라 냉면 고명과 무침용으로 쓸 돼지고기를 사골 국물에 삶아 내는 정도다. 이 과정에서 육수가 고소하고 달큰해진다. 고 사장은 “이북에서도 소고기와 사골로 육수를 내도 돼지고기 고명을 곁들여 먹는 문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빈대떡(4000원)도 꼭 맛보자. 직접 짜낸 돼지기름에 바삭하게 구워 낸 녹두빈대떡이 아주 고소하다. 부원면옥에는 아는 사람만 시켜 먹는 비밀 메뉴도 있다. 제육 고명을 두툼히 얹어 주는 ‘특 물냉면’이다. 1500원만 더 내면 된다.
① 돼지고기 고명이 일품, 서울 부원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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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원면옥. 육수가 독특하다. 우려 낸 사골 국물에 돼지고기를 삶아 내 유독 고소하다. [김성룡 기자] |
일각에서는 부원면옥이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다고 오해한다. 제육 두세 점이 고명으로 올라와서다. 그러나 고현희(61) 사장은 “육수의 기본은 소 사골”이라고 말한다. 물론 돼지고기도 살짝 들어간다. 처음부터 넣는 게 아니라 냉면 고명과 무침용으로 쓸 돼지고기를 사골 국물에 삶아 내는 정도다. 이 과정에서 육수가 고소하고 달큰해진다. 고 사장은 “이북에서도 소고기와 사골로 육수를 내도 돼지고기 고명을 곁들여 먹는 문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빈대떡(4000원)도 꼭 맛보자. 직접 짜낸 돼지기름에 바삭하게 구워 낸 녹두빈대떡이 아주 고소하다. 부원면옥에는 아는 사람만 시켜 먹는 비밀 메뉴도 있다. 제육 고명을 두툼히 얹어 주는 ‘특 물냉면’이다. 1500원만 더 내면 된다.
② 감칠맛 빼어난 꿩 육수, 송추 평양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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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추 평양면옥.냉면 육수에 정답은 없다. 평양에서도 소고기와 사골 외에 꿩·닭·돼지고기를 넣어 국물을 만든다.[중앙포토] |
이북 출신인 고(故) 김영두·유정순 부부가 1980년에 문을 열었고, 지금은 아들 김용남(62) 사장이 식당을 지키고 있다. 평양면옥 역시 육수에 공을 들인다. 김 사장은 “소 양지와 사골을 먼저 푹 고아 낸 뒤 꿩고기와 뼈·두부·양파를 다진 꿩 알맹이를 넣어 삶는다”며 “이 알맹이가 감칠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국물 한 숟갈만 맛봐도 꿩 특유의 새콤한 맛이 강하게 밀려온다. 면발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녹쌀(메밀 알곡)을 하루 전이나 당일 빻아 메밀향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북식 초계탕(2만8000원)과 녹두지짐(8000원), 손만두(8000원)도 별미다.
③ 비밀스러운 검은 국물, 군산 뽀빠이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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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뽀빠이냉면. 냉면 육수에 정답은 없다. 평양에서도 소고기와 사골 외에 꿩·닭·돼지고기를 넣어 국물을 만든다. [중앙포토] |
정 할머니의 손자인 김태형씨는 “이북에서는 집집마다 다른 방식으로 냉면을 해 먹었는데 할머니는 예전부터 이 방식을 고수했다”며 “군산에서는 이북보다 음식을 좀 더 자극적으로 먹다 보니 할머니가 사람들 입맛에 맞춰 변주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메뉴는 단출하다. 물·비빔냉면(7000원)과 왕만두(4000원)가 전부다. 식재료·인건비 상승으로 고민도 했지만 일단 올해까지는 이 가격을 유지한단다.
④ 해산물 넣어 소바 닮은 맛, 진주 하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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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하연옥.경남 진주에서는 해산물까지 넣어 국물을 낸다. [중앙포토] |
오이, 무, 삶은 달걀, 노른자 지단이 고명으로 올라가는데 화룡점정은 소고기 육전이다. 소고기 살코기에 달걀옷을 입혀 부쳐 낸 전이 냉면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국물 맛은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일본식 우동이나 메밀소바 느낌이 난다. 비빔냉면(9000원)에도 물냉면과 똑같은 고명을 얹어 준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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