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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학군사관후보생 신세라씨와 여고생 김은아양, 성신여대 새내기 나연주(왼쪽부터)씨가 지난 10일 서울 돈암동 성신여대 학군단 내무생활지도실에서 만나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여군이 꿈이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
"어릴 때부터 줄곧 궁금했어요. 남자들은 군복 입고 나라를 지키는데 왜 여자는 군대에 보내주지 않는지 말이에요."
지난 10일 저녁 서울 돈암동 성신여대 학군단 행정실. 교복 차림의 앳된 여고생이 말했다.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은아(17ㆍ서울 원묵고 2)양은 숙명여대 학군사관후보생(ROTC)들이 110개 대학이 참가한 올해 동ㆍ하계 군사 훈련에서 남자 후보생들까지 모두 제치고 1등을 했다는 소식을 최근 듣고선 여자도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
바야흐로 '여군 전성시대'다. 숙명여대 학군단뿐 아니다. 올해 ROTC 하계 훈련 개인 수석의 영예도 여대생인 김세나(22ㆍ동국대 경찰행정학과 3)씨에게 돌아갔다. 사관학교 여생도들의 분전 역시 놀랍다. 조하영(19)씨가 올해 해군사관학교 신입생(70기) 전체 수석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 2월 임관한 윤가희(24) 소위는 육군사관학교 사상 첫 여성 수석 졸업자가 됐다.
현역들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부터 금녀(禁女) 지역이었던 1사단과 25사단 등의 최전방 일반전초(GOP) 부대에까지 여군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2007년 말 5,000명도 되지 않던 여군의 수는 5년여 새 7,600명을 넘어섰다. 여군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 육ㆍ해ㆍ공군사관학교의 내년 여생도 입학 경쟁률이 각각 37.8 대 1, 52.2 대 1, 51.4 대 1에 이를 정도다.
고교생인 김은아양이 2010년 여성에게 개방된 ROTC를 벌써부터 꿈꾸고 있는 것도 '여군 시대'의 한 반영이다. 지난 7월, 6 대 1의 경쟁을 뚫고 성신여대가 마련한 병영체험 캠프에 참가, 공수훈련의 맛도 봤지만 더웠던 것 말고는 할 만했다고 한다. 물론 "군인이 돼 주변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남성성에 대한 동경에 가깝다. "싸워도 금세 다시 친해지는 남자의 세계"는 어쩌면 환상일지 모른다.
그가 이날 성신여대를 찾은 건 캠프 때 봤던 이 대학 ROTC 대대장 후보생인 신세라(20ㆍ스포츠레저학과 3)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날 모임엔 새내기 나연주(19ㆍ정치외교학과 1)씨도 동석했다. 나씨의 꿈도 김양처럼 ROTC를 거쳐 여군 장교가 되는 것. 화장을 곱게 한 그는 "군인이 돼도 여성의 장점인 미모를 가꿔야 한다"며 "군대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싶다"고 망설임 없이 얘기하는 당찬 이다.
커트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신씨는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 신씨는 이번 ROTC 하계 훈련에서 동기생 4,600여명 중 19등을 했다. 두 사람은 신씨를 멘토로 삼기로 했다. 신씨도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신씨의 속내는 이들보다 복잡하다. 내후년 초면 야전 부대 소대장으로 남자들의 세계에 뛰어들 그에게 여군으로서의 삶은 어느덧 현실이다. 짧으면 2년 4개월, 길면 수십 년이 될 복무 기간 동안 '어항 속의 금붕어'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선배들에게서 들었다. 적응을 위해 남자 흉내를 내야 하는지도 고민거리다.
군인이 적성에 맞으면 안정된 직장을 잡을 수 있고, 그러지 않더라도 장교로 복무하며 얻을 수 있는 리더십과 조직관리 경험은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 ROTC에 대한 여학생들의 관심이 부쩍 커진 이유다. 그러나 "여군은 군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생존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게 현역들의 증언이기도 하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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