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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털’이 어때서

한겨레 유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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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원더우먼’ 겨드랑이 보정 작업?

‘겨털’ 둘러싼 설왕설래의 이면



<원더우먼> 티브이 스팟 갈무리.

<원더우먼> 티브이 스팟 갈무리.


“아마존 왕국의 공주로 문명과 동떨어진 곳에 살던 원더우먼이 겨털(겨드랑이털)을 깨끗이 제모한 게 말이 되냐?”

지난 3월 영화 <원더우먼> 예고편이 공개된 뒤 온라인을 달궜던 ‘겨털 논란’ 기억하시나요? 심지어 겨드랑이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더욱 하얘 보여서 누리꾼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는데요. 당시 이 영화의 감독인 패티 젱킨스는 미국 한 연예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겨털 논란을 지켜보며) 정말 재미있었다. 가끔 나는 사람들의 의견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어떤 땐 그냥 무시할 때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워너브러더스가 공개한 티브이(TV) 스팟에서 원더우먼의 겨드랑이 부분을 디지털로 보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물론 제모 부분의 털을 되살린 것은 아니고, 겨드랑이 쪽 피부색을 다른 곳과 비슷하게 만든 수준이라는 건데요. 이걸로 논란에 종지부가 찍힐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팬심’에 민감한 감독과 영화 관계자들이 누리꾼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색, 계>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색, 계>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사실 ‘겨털 논란’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7년엔 영화 <색, 계>의 정사신에 등장한 탕웨이의 겨털이 화제가 됐습니다. “혐오스럽다”, “민망하다”는 일부의 반응에 “몸에 난 모든 것이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이를 손상하지 않는 것으로서 효도가 시작된다(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는 <효경> 문구까지 거론하는 문화적 상대주의, “여성의 신체를 향한 유해한 검열”이라는 분노의 목소리, 심지어 “겨털에 대한 편견은 질레트같이 제모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의 전략”이라는 음모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죠. 아, <러브픽션>(2011)에서는 하정우에게 “겨털이 뭐가 어때서?”라고 묻는 공효진의 모습에 ‘겨블리’(공블리의 변형)라는 애칭이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그놈의 겨털이 뭐라고 이렇게 매번 난리냐고요? 그래도 “왜 있냐”보단 “왜 없냐”며 개연성과 현실성을 따지는 이번 <원더우먼> 논란이 반갑기만 한 건 저뿐일까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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