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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동남부 투글라카바드의 주민들이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 매년 더위와 가뭄으로 큰 피해를 입는 인도가 또 한 번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동남부 투글라카바드(Tughlakabad)지역으로 향했다. 40도를 넘는 더위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물통을 들고 도로에 나와 있었다. 노인, 어린이 할 것 없이 양손에는 빈 물통을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1시간이 지나도록 물탱크 차량은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내 지쳤고 몇몇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 때 즘 물탱크 차량이 나타났다. 차량이 멈추기 무섭게 주민들은 자신이 들고 온 물통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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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자 일부주민들은 “씻을 물은 고사하고 마실 물조차 부족하다”며 하소연을 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물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밀치며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일부 주민들이 언성을 높였고 결국 몸싸움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싸움이 멈추지 않자 결국 물탱크 차량주가 호스를 빼앗은 후에야 끝이 났다.
이들이 이렇게 싸우는 이유는 다름이 아닌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며칠 째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식수 때문에 신경이 곤두 서 있는 상태였다.
10년째 투글라카바드에서 살고 있다는 라즈 싱(Raj Singh·41)씨는 “매년 물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작년에도 무척 힘들었는데 올해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은 2일에 한 번 식수가 공급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10일이 넘도록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샤워는 고사하고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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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투글라카바드의 주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식수난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
18살에 이곳으로 시집을 와 30년 넘게 생활을 하고 있는 야샤스위니(Yashaswini·52)씨는 매년 반복되는 식수난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녀는 “정치인들은 식수난을 해결할 것을 말했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정치인들은 마실 물에 대한 걱정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 물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그들은 문제해결에 의욕이 없어 보인다”며 비난했다.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물을 받기 위해 사람들은 계속 몰려들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물탱크의 물은 모두 동나버렸다. 자신의 몸보다 큰 물통을 가지고 온 한 소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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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가 물통에 물을 받고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
푸니마 다스(Punima Das·8)는 “벌써 일주일 넘게 씻지 못했다. 집에서 가족들이 마실 물도 다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으며 빈 물통을 들고 돌아갔다.
현재 식수난을 겪고 있는 곳은 이곳뿐 만이 아니다. 델리 대부분의 지역에서 식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힌두스탄 타임스(HT)와 인디아투데이(IT)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리지역의 20%만이 물을 공급받고 있으며 나머지 80%는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델리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도 물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호(30)씨는 “물이 나오지 않아 일주일 째 빨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는 “나 뿐만이 아니다. 주위의 다른 교민들 역시 물 문제로 고생을 하고 있다. 하루 빨리 물 문제가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민은 “집에 물이 나오지 않아 샤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물이 나오지 않는 날이면 회사 화장실에서 씻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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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 투글라카바드지역의 도로는 온통 물통으로 가득하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
이처럼 식수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자 일부 주민들은 일명 ‘워터 마피아(Water Mafia)‘에게 돈을 주고 식수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마저도 가난한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워터 마피아들에게 물을 공급받아 본 적이 있다는 한 주민은 “워터마피아들에게 물을 구입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우리는 한 달에 7000루피(12만3000원)을 버는 사람들이다. 물 값으로 한 달에 최소 2000루피(3만5000원)를 지불하고 나면 일반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지난 11일 델리정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물 공급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발표했다. 델리 수자원 공사 대변인 비쉐시 라비(Vishesh Ravi)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델리의 식수원인 야무나(Yamuna)강의 오염이 심각해 물 공급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야무나강에서 암모니아 등 유해성분들이 다수 검출됐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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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정부는 식수난의 주된 원인으로 ‘야무나 강의 오염’을 뽑았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
인도에서는 지난해 폭염과 가뭄으로 1600명이 사망했으며 식수와 용수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도 3억 3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도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편 인도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물 부족 현상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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