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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바우쉬 탄츠테아터의 '스위트 맘보' 공연 장면. 무용수 줄리 섀나한이 두 남성 무용수에 의해 떠밀려 가고 있다. [사진 우술라 카우프만] |
마침내 조명이 들어왔다. 무대는 휑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무대 뒤편에서 거대한 흰색 천이 벽면을 덮은 채 흩날일 뿐이었다. 무대는 공연 내내 거의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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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무용수 레지나 애드벤토의 연기 장면. 거대한 흰색 장막 속에서 춤을 춘다. [사진 우종덕] |
“나는 레지나 애드벤토이에요. 레지나, 레지나…. 잊지 말아요. 레지나.”
‘스위트 맘보’에는 모두 10명의 무용수가 출연했다. 레지나처럼 롱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주도적으로 움직였고, 검은 정장 차림의 남성은 여성의 동작을 돕거나 막았다. 여성이 7명이었고 남성은 3명이었다.
무용수 10명 중에서 레지나가 가장 무용수처럼 움직였다.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동작은 절도가 있었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건 그녀의 춤이 아니었다. 잊지 말아달라는 그녀의 이름, 레지나였다. 1965년 독일 출생인 그녀는 1993년부터 탄츠테아터 단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레지나가 퇴장하자 무용수가 차례로 등장했다. 무용수마다 표현하려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았지만,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무용수와 무용수의 동작이 연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독립된 이야기가 묶여 하나의 서사를 이루는 옴니버스 구성이 연상됐지만, 무용수의 동작은 파편처럼 흩어졌다.
가장 눈에 띈 건 무용수의 나이였다. 무대에 오른 탄츠테아터 단원은 대부분 나이가 들어 보였다. 역할이 미미했던 여성 무용수 브리나 오마라(Breanna O'mara· 1989년 미국 출생)를 제외한 9명 모두 1970년대 이전 출생이었다. 무용수 10명의 평균 연령은 53세였고, 브리나를 제외한 9명의 평균 연령은 55세였다. 비쩍 마른 여성 무용수들도 있었지만 몸집이 있는 여성 무용수도 있었다. 늙고 뚱뚱한 여성 무용수라. 탄츠테아터는 첫인상부터 편견에서 벗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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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세 무용수 나자렛 파나데로의 연기 장면. 무용수보다는 배우에 가까웠다. [사진 LG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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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섀나한의 연기 장면. 줄리는 '스위트 맘보'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다. [사진 올리버 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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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맘보'를 대표하는 장면. 상황은 끔찍한데 막상 펼쳐지는 장면은 우스꽝스러웠다. [사진 우술라 카우프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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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차 탄츠테아터 단원 헬레나 피콘의 연기 장면. [사진 베티나 스토스] |
충격과 경악의 무대가 끝났다.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2시간 남짓 이어진 이들의 동작은 과연 무엇을 뜻했을까. 스위트 맘보? 피날레와 함께 발랄한 맘보 음악이 흘러나오기는 했다. 영국의 ‘가디언’이 ‘천국과도 같은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은 여성의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지만, 선뜻 동의하기 힘들었다. 무대에서는 분명 여성이 주로 보였지만 작품에서 주로 보인 주체는 여성보다는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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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맘보' 공연 장면. 줄리 앤 스탄작이 거대한 흰색 장만 앞에서 연기하고 있다 [사진 LG아트센터] |
장인주 무용평론가에 따르면 피나 바우쉬 작품의 주제는 인간의 삶이고, 소재는 무용수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무용수들의 감정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표현하는 방식으로 피나 바우쉬는 작품의 얼개를 빚었다. 무용수들이 왜 이렇게 나이가 많고 왜 이렇게 경력이 오래됐는지 얼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피나 바우쉬의 작품에서 하나의 줄거리를 엮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우리네 삶이 하나의 줄거리로 묶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피나 바우쉬의 탄츠테아터인 줄 알았는데 레지나의, 나자렛의, 줄리의, 헬레나의 탄츠테아터였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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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무용수 레지나 애드벤토의 연기 장면. 거대한 흰색 장막 속에서 춤을 춘다. [사진 우종덕]](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7/03/27/2394fd69315e48d0aed2b40623c876e0.jpg)
![62세 무용수 나자렛 파나데로의 연기 장면. 무용수보다는 배우에 가까웠다. [사진 LG아트센터]](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7/03/27/5039866ffdbd4c82a797d84a61eb01a8.jpg)
![줄리 섀나한의 연기 장면. 줄리는 '스위트 맘보'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다. [사진 올리버 룩]](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7/03/27/262c5842e2ef4f7f869597ba5fb4c220.jpg)
!['스위트 맘보'를 대표하는 장면. 상황은 끔찍한데 막상 펼쳐지는 장면은 우스꽝스러웠다. [사진 우술라 카우프만]](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7/03/27/ba656c8135a544f9b8fc32218ecc8bd3.jpg)
![40년차 탄츠테아터 단원 헬레나 피콘의 연기 장면. [사진 베티나 스토스]](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7/03/27/ffc84ee9d59846c59636152aa517f723.jpg)
!['스위트 맘보' 공연 장면. 줄리 앤 스탄작이 거대한 흰색 장만 앞에서 연기하고 있다 [사진 LG아트센터]](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7/03/27/14a64b1c8575453097f9a8048334a30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