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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고양이 와인이 대박난 이유

중앙일보 안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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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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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혼술을 해?(Why Drink Alone?)”

한국에선 요즘 혼술(혼자 술 마시기)이 유행이라는데 미국에선 이런 도발적인 광고카피로 뜻밖의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이 있다. 아폴로 피크라는 고양이 와인(cat wine) 회사다. 말 그대로 고양이가 먹는 와인을 만들어 2016년 50만 달러어치나 팔아 치웠다. 포도 품종 피노 누아에서 이름을 따온 ‘피노 미아우(Meow·야옹)’나 카베르네 소비뇽을 연상시키는 ‘캣베르네(Catbernet)’ 등이 인기 상품이다. 사업 전망이 좋아보였는지 캣 와이너리라는 똑같은 콘셉트의 경쟁사까지 나왔고, 최근엔 ‘샤독네이(CharDOGnay)’ 등 개 와인으로 상품을 확장했다.

고양이와 함께 캣 와인 마시는 사진은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고양이와 함께 캣 와인 마시는 사진은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이 회사가 성공을 거둔 건 절대로 와인 품질이 좋아서가 아니다. 일단 알코올이 든 진짜 와인도 아니다. 캘리포니아산 유기농 비트와 콜로라도산 캣닙(고양이가 좋아하는 허브)을 넣어 만들었다는 일종의 고양이 음료인데, 뉴욕타임스가 고양이 카페 등에서 실험을 해봤더니 정작 고양이들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이 와인을 마시는 고양이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양이가 좋아하든 말든 주인 입장에서 고양이와 함께 와인 마시는 맛, 다시 말해 혼술 말고 누군가와 대작하는 맛에 235ml짜리 미니어처 한 병에 1만~2만원 하는 고양이 와인을 산다는 얘기다.

사람끼리 하듯 술을 주고받으며 진짜 대작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술을 가운데 놓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은 굳이 반려동물을 술 친구로 삼는 걸까. SNS상에 고양이와 함께 와인 마시는 사진을 올려놓은 수많은 반려동물 주인들은 “친구나 가족 같은 존재”라는 이유를 댄다.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진정한 반려이니 술을 함께 마시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밸런타인 데이에 고양이와 함께 와인 마시는 장면을 찍어 SNS에 올린 사진을 보면 정말 애완동물이 아니라 사람처럼 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건 반려동물을 위해서라기보다 스스로 위로받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정치나 종교 얘기뿐 아니라 날씨 얘기조차 쉽게 논쟁으로 번져 분위기를 망쳐 버리는 요즘 같은 시절엔 말 많은 사람보다 입 다물고 술 한잔 같이 해주는 고양이가 차라리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 와인의 대박, 사람에 지치고 동물에 위로받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어쩐지 좀 짠하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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