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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게, 실속있게…김태희를 닮는다

중앙일보 이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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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딩 드레스 트렌드

지난달 19일 결혼한 배우 김태희의 웨딩드레스. 무릎 위로 올라오는 원피스형 드레스를 입었다. [사진 레인컴퍼니]

지난달 19일 결혼한 배우 김태희의 웨딩드레스. 무릎 위로 올라오는 원피스형 드레스를 입었다. [사진 레인컴퍼니]




1월 19일 열린 가수 비와 배우 김태희의 결혼식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웨딩 드레스였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해외 유명 브랜드를 입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김태희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레이스 드레스를 골랐다. 톱스타의 선택이라 신선하긴 하지만 사실 요즘 웨딩 드레스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마디로 최근엔 화려한 공주풍 대신 실용적이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대세다. 또 값비싼 드레스를 빌리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레스를 사서 입고 간직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스스로 장소·컨셉트 등을 정하는 야외 스냅 사진이 인기를 끌고, 하객 수를 줄여 갤러리나 패밀리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하는 작은 결혼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4~5월 결혼 성수기를 앞두고, 웨딩 드레스 트렌드를 알아봤다.

심플·미니멀이 대세
안은솔씨는 한옥 레스토랑인 식장에 맞춰 미니멀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골랐다. [사진 안은솔]

안은솔씨는 한옥 레스토랑인 식장에 맞춰 미니멀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골랐다. [사진 안은솔]


지난해 3월 결혼한 직장인 강지애(29)씨는 레이스 소재의 빈티지 드레스를 골랐다. 페티코트를 입어 치마를 한껏 부풀리고 허리를 꽉 조이는 전형적 스타일이 아니었다. 반짝이는 비즈 장식도 없었다. 그저 구두를 겨우 덮는 길이에 일자로 뚝 떨어지는 실루엣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결혼식 전 기념촬영 장소를 제주 숲으로 정하다보니 실용성이 우선이었다. 흙바닥에 질질 끌리지 않고, 도우미 없이 혼자 움직일 수 있는 드레스여야 했다. 강씨는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튀지 않는 조화로움을 원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안은솔(28)씨도 2년 전 결혼식에서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일자 드레스를 입었다. 한옥 레스토랑에서 조촐하게 식을 올리고 5시간 가량 하객들과 함께 애프터 파티를 할 계획을 짜면서 장소에 맞는 스타일을 고른 것이다. 트레인(뒷자락) 역시 바닥에 겨우 닿는 길이였다.

야외 스냅 촬영에선바닥에 끌리지 않고 움직이기 편한 드레스가 인기다. [사진 요니프로젝트]

야외 스냅 촬영에선바닥에 끌리지 않고 움직이기 편한 드레스가 인기다. [사진 요니프로젝트]


요즘 인터넷이나 SNS에서 ‘웨딩드레스’를 검색해보면 이같은 스타일의 변화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복고풍 빈티지 드레스는 물론이고 무릎 길이 미니 드레스나 상하의가 떨어진 투피스 스타일도 종종 등장한다. 아예 화이트 바지정장을 입는 경우도 있다. 과거 여성스러움이 최고의 기준이었던 웨딩드레스와는 한참이나 다르다. 2015년 배우 이나영, 방송인 김나영 등이 각각 강원도 정선과 제주도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치른 게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웨딩플래닝 업체 ‘와이즈웨딩’ 조수연 실장은 “이후 왕실의 공주님처럼 입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촬영장소나 식장에 맞춰 드레스 선택을 달리 하는 예비신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심플·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길이는 구두 앞코를 살짝 덮는 정도가 대다수다. 앞뒤 길이를 달리해 더 길어보이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트레인도 짧아지는 추세다. 과거 1m에 가깝게 늘어졌다면 요즘은 30cm 내외가 대부분이다. 소재는 가벼운 실크가 많이 쓰이고, 컬러 역시 완전한 화이트보다 샴페인 계열 컬러가 점점 늘어난다. 야외 촬영 요소를 고려한 선택이다. 동양인에게는 완전 백색보다 은은한 핑크톤이 섞인 컬러가 자연광 노출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빌리지 않고 구매…두고두고 입는다
최혜정씨는 드레스를 직접 구입한 뒤 휴가지에서 남편과 예복을 바꿔 입고 기념컷을 찍었다. [사진 최혜정]

최혜정씨는 드레스를 직접 구입한 뒤 휴가지에서 남편과 예복을 바꿔 입고 기념컷을 찍었다. [사진 최혜정]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가 필수이던 시절엔 드레스도 빌리는 게 대세였다. 하지만 요즘 예비신부들은 패키지 계약 대신 드레스를 직접 구매하는 게 대수롭지 않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결혼 관련 상품의 매출이 웨딩드레스 60%, 결혼 구두 45%, 웨딩카 장식·소품 35% 등 전년 동기 대비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지난해 7월 기준). 한 벌에 수 백만원씩 하는 해외 브랜드나 유명 디자이너의 고가 드레스만이 아니라 10만원대에서 100만원대 안팎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H&M·자라 등의 SPA 브랜드에서 웨딩 드레스가 출시되고, 해외 사이트에서 직구도 가능하다. 국내 디자이너들 역시 소규모 전문 매장을 속속 열고 있다.


최윤정씨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브라이드 앤유 제품)는 스커트에 길게 트임을 넣어 활동성을 고려했다. [사진 최윤정]

최윤정씨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브라이드 앤유 제품)는 스커트에 길게 트임을 넣어 활동성을 고려했다. [사진 최윤정]




한 번뿐인 결혼식에 입을 옷을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유가 있다. 웨딩드레스숍 ‘브라이드앤유’ 김소진 대표는 “요즘 웨딩드레스는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기본 디자인이기에 시간이 지나도 촌스러워 보이거나 질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가져가는 건 물론이고, 곧 다가올 아이의 돌잔치에서나 리마인드 웨딩에도 다시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직장인 최혜정(29)씨는 결혼식 때 쉬폰 드레스를 직접 구매했다. 결혼 이후 휴가를 함께 떠나면서 남편과 당시 옷을 바꿔입는 ‘스위치(switch)’ 사진을 찍었다. 해외 직구를 통해 드레스를 산 김소영(28·교사)씨 역시 “만삭 사진을 찍을 때도 입을 수 있도록 허리 부분을 늘이기 쉬운 디자인을 골랐다”면서 “몰디브 신혼여행에서도 가져가 입고 사진을 남겼다”고 이야기했다.

니트·트렌치 코트에 스니커즈·워커도 짝지어
웨딩드레스 위에 트렌치 코트를 덧입는 스타일링으로 잡지 화보같은 사진을 연출했다. [사진 마샬 브라이드]

웨딩드레스 위에 트렌치 코트를 덧입는 스타일링으로 잡지 화보같은 사진을 연출했다. [사진 마샬 브라이드]




요즘 웨딩 드레스는 스타일링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과거처럼 화보 촬영을 위해 서너 벌을 갖추지 않아도 다양한 그림을 만들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몇 가지 팁이 있다. 웨딩드레스숍 ‘마샬 브라이드’의 이유선 대표는 “상하의가 분리된 경우 스커트에 같은 톤 컬러의 앙고라 니트를 짝짓는 게 정석”이라면서 “티셔츠나 셔츠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고 조언한다. 또 외투를 최대한 활용할 것도 방법이다. 가죽 재킷이나 청재킷, 트렌치 코트 등을 걸쳐 가장 여성스러운 드레스에 남성적 분위기의 외투로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심한듯 신랑의 재킷을 걸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다. 신발 역시 하이힐 웨딩슈즈 대신 스니커즈나 워커부츠만 신어도 느낌이 확 달라진다.

믹스앤매치의 스타일링을 시도하더라도 주의할 점은 있다. 신부의 우아함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웨딩전문업체 ‘요니프로젝트’ 진수연 대표는 “화려한 헤어 액세서리나 구두를 활용하면 훌륭한 포인트가 된다”고 귀뜸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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