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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여전한 병영 내 악습, 악기바리·기수열외

이데일리 김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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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해병대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취식강요 행위, 이른바 ‘악기바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병대 A부대의 부대원인 B(21)씨는 후임병 L(21)씨에게 체중목표를 정해놓고 많은 양의 음식을 먹도록 강요했다고 합니다. L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최초 체중이 75kg이었는데 84kg까지 늘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악기바리’라는 말 뿐만 아니라 ‘호봉제’ ‘기수열외’ 등의 단어가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해병대의 대표적인 악습으로 거론된 것들입니다.

악기바리는 악바리 기질을 발휘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후임병의 근성을 시험하겠다는 것입니다. 냉동식품 3~4 봉지를 한 번에 다 먹으라고 한다든지, 초코파이 한 박스를 다 먹으라고 강요합니다. 이를 못하면 구타와 또다른 가혹행위가 이어집니다.

호봉제는 호봉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을 규정해 놓은 것입니다. 이병 때는 뭘 하면 안된다, 일병 1호봉 때는 뭐를 할 수 있다, 상병 꺽이면 뭐를 할 수 있다 등 시시콜콜 항목을 정해 호봉이 올라갈 때마다 하나 둘 풀어준다는 것입니다.

기수열외는 눈밖에 난 특정 병사들에 대해 후임자가 선임 대접을 하지 않거나 선임이 후임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집단 따돌림과 유사한 것입니다.

사실 이같은 악습은 해병대 뿐만 아니라 육·해·공군 모두에게 있는 적폐입니다. 2014년 발생한 윤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 내 비인간적인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 됐습니다. 각 부대 지휘관들이 취식강요와 집단 따돌림 등 불합리한 관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간부들은 병사들의 민원사항을 성실히 들어주면서 우리 군이 점차 바뀌어 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실제로 육군은 선임병이 후임을 괴롭히는 것을 막기 위해 입대시기가 2~3개월에서 많게는 1년까지 차이나도 이들을 동기생으로 묶습니다. 언제 입대했느냐하는 것만 있을 뿐 사실상 선·후임의 경계를 허문 것입니다. 동기생을 묶는 기준은 각 부대 지휘관이 알아서 결정 합니다. 해군과 공군은 기수대로 선·후임이 구분되지만 동기생 내무실 등을 통해 병영 부조리를 해소해 나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병영 저변에 잔존하고 있는 악습으로 인해 종종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구타 및 가혹행위나 각종 악습을 방치할 경우 악성사고로 연결돼 전투력 발휘가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국민 신뢰 또한 잃어버립니다. 병영 내 남아있는 선임병의 보상 심리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 계급 차별적 행동 등을 감시하고 찾아내 해결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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