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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토성 돌절구, 차 마시는 필수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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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풍납·몽촌토성서 나온 돌절구

중국 남조 차 제조구와 유사

“신라 아닌 백제서 차문화 시작”



문동석 교수 논문 ‘한성백제의…’

이 ‘땅꼬마’ 같은 돌절구는 무슨 용도로 썼을까. 1~4세기 초기 백제 왕성터로 지목되는 서울 풍납토성과 부근 몽촌토성에서 나온 작은 돌절구는 옛적 우리 차문화의 뿌리에 얽힌 수수께끼를 품고 있다. 중국에선 ‘다확’(茶確)으로도 불리는 이 석물은 두 토성 핵심부에서 모두 9개가 나왔는데, 용도를 놓고 논란이 진행중이다. 얼핏 곡물 등을 갈아먹는 데 쓴 것 아닐까 싶은데, 옛 중국 사서 등을 보니 연원이 간단치 않다. 신선의 선약으로도 받들어진 차를 만드는 신성한 도구로 전해지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돌절구는 남북조시대 중국 차문화가 백제 귀족들에게 수입된 유력한 증거라는 말일까.

문동석 서울여대 교수(역사학)는 최근 <백제연구> 56호에 실은 ‘한성백제의 차문화와 다확’이라는 논문을 통해 풍납·몽촌토성에서 나온 9점의 돌절구는 남조시대 전래된 차를 만들 때 필요한 조제구이며, 2008년 풍납토성 197번지 발굴 조사 당시 나온 중국제 청자완도 차를 담아 마시던 용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 남조에서 차 제조구로 쓰였던 돌절구와 거의 유사하며, 중국 사서에 이런 차 제조 과정을 뒷받침하는 구절들이 보인다는 게 근거다. 백제인들이 4세기 이후 남조의 차문화를 가장 일찍 받아들이면서 차도구도 따라 들어왔다는 것이다.

남조시대 차는 떡 같은 병차(餠茶)가 일반적이었다. 다 자란 찻잎이 끈기가 적어 쌀로 풀을 끓여서 혼합해 떡덩어리처럼 만든 것이다. 마실 때는 우선 돌절구에 떡차 덩어리를 넣고 갈아서 가루로 만든 뒤 그릇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파, 귤껍질 등의 양념을 더해 마셨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확은 남조시대 차를 마시기 위한 필수도구였다.

실제로 두 토성에서 나온 백제 돌절구는 남조 유적인 중국 난징 조가산 석기공방터 유적의 돌절구와 거의 같다. 위가 둥글고 다리가 정사각뿔대의 형태인데, 조가산 유적의 돌절구도 거의 똑같은 특징을 보여준다. 이런 돌절구는 8~9세기 경주 황룡사터 동편 통일신라 왕경 지구 생활 유적에서도 다수 출토된다. 백제 차문화가 통일신라로 번져나갔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풍납토성 197번지 출토의 연꽃잎무늬 청자완도 중국 저장성의 고대 자기 생산지 월요에서 만든 월요연화문완과 그릇 모양 등에서 거의 유사하다고 문 교수는 지적한다. 연꽃잎 겹친 모습을 돋을새김한 이 우아한 완은 남조시대 차를 담아 마시던 용기였다. 백제에서도 같은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학계 주류에서는 차 마시는 문화는 신라 하대인 8~9세기 도입된 것으로 이해해왔다. 그러나 풍납토성 발굴 등으로 최근 백제에서 차문화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고고학적 근거들이 적으나마 드러나고 있다. 박순발(충남대), 권오영(한신대) 교수 등은 백제권 유적에서 나온 중국제 도자기 일부가 다기일 것이란 가능성을 이미 제기한 바 있다. 문 교수의 이번 글은 최근 축적된 고고 유물과 문헌을 바탕으로 이 땅 차문화의 기원에 대해 처음 구체적인 고찰을 시도한 결과물로 보인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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