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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12년간 그토록 어려운 수학을 배우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선 쓸모가 없다고 투덜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이해가 곧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뜻깊은 포럼이 열려 주목된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엘타워에서 연 '모두가 함께하는 산업수학축제'에는 700여 명이 참석했다. 수리연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수학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산업수학팀 21개를 꾸려 수학이 실제 산업에 응용될 수 있는 모델을 탐구하도록 총 27억원을 지원했다.
이창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 교수가 발표한 '수학이 진단한 심장 이야기'는 기존 심장초음파 영상이 지니는 기술적 한계를 수학적 기법으로 극복한 내용이다. 그가 주목한 심장질환은 심장 근육의 수축·이완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확장성 심근증'이다. 이 교수는 "확장성 심근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심장의 운동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특히 심장이 세로 방향으로 얼마나 수축·이완하는지를 나타내는 '포괄적 세로 압박률(GLS)'을 구해야 하는데 기존 심장초음파 영상이나 심전도 측정으로는 계산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제시한 건 '광학 흐름'이라는 수학적 기법이다. 심장벽에 여러 개 점을 표시하고 시간에 따라 이 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광학 흐름 측정이라는 수학적 기법을 통해 실제 임상에서도 확장성 심근증을 더욱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강명주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최근 4차 산업혁명 핵심으로 떠오른 인공지능에도 수학적 논리가 들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세돌 9단과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사실상 완승한 '알파고'의 딥러닝 체계도 수학과 확률이라는 도구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딥러닝을 주로 영상 인식 기법 측면에서 설명했다. 폐쇄회로(CC)TV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동물의 행동을 컴퓨터에 학습시킬 때 동작 하나하나를 수치화해 입력하면 방대한 빅데이터를 학습한 컴퓨터는 특정 사물이나 동물의 인상·행동 패턴만으로도 이들을 구분 지을 수 있게 된다.
최근 국내외 범죄 수사에서 많이 활용되는 인간 보행 분석이 대표적이다. 강 교수는 "사람들의 방대한 움직임을 수치화해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식의 딥러닝을 거치면 특정 범죄 현장에 나타난 용의자의 보행 분석으로 범인을 특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한 대다수 사람들은 대학에서 주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수학을 배웠다"며 "결국 수학이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수리 생물 모델'도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일효 부산대 수학과 교수는 '물고기를 낚는 수학자' 강연에서 특정 어종을 계속 보전하려면 어종마다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어획량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립수산과학원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 정 교수는 "수리 생물 모델에 해당 어종의 부화·성장률, 어획 수, 먹이생물(플랑크톤) 등의 수치를 대입해 어종별 미래 수확량을 미리 산출해놓는다면 명태나 쥐치처럼 어종이 멸종하다시피 하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산업수학의 다양한 해법들은 수학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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