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1.0 °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최고' 프로그래머, 생활고에 '한탕'유혹에 빠져

머니투데이 성세희기자
원문보기
[메인보드 변조 프로그램 개발자, 월급 6개월 밀려 생활고로 시름(상보)]

신모씨(42)는 컴퓨터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프로그래머였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를 둔 가장이기도 했다. 전문대학에서 2년간 전기공학을 전공한 신씨는 업계에서도 소문난 실력자였다.

그는 능력이 있었지만 생계가 고달팠다. 여러 회사를 전전하던 신씨는 주유기 설비업체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6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났다. 회사를 떠난 뒤 이곳저곳에서 일감을 받으며 프리랜서로 생활고를 견뎠다.

떠났던 회사에서 생각지 못한 악연이 이어졌다. 신씨의 옛 직장상사 채모씨(44·구속)는 "주유기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며 여러 차례 신씨를 설득했다. 처음 완강히 거절하던 신씨는 차츰 '한 몫' 챙기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는 여러 회사에서 일감을 받을 만큼 능력이 있었지만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엔 돈이 늘 부족했다.

신씨는 독한 마음을 먹고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한국석유관리원 등에서 단속을 나오면 20ℓ를 기준으로 정량을 측정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프로그램은 주유량이 20ℓ를 넘기면 정량보다 4~8% 정도 적게 주유되도록 설계됐다. 또 주유기 전원을 차단했다가 다시 켜면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신씨가 만든 변조 프로그램은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판매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신씨로부터 프로그램 한 개당 35만원을 주고 산 채씨는 두 배로 불려 다른 사람에게 팔고 차익을 챙겼다. 채씨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사들여 주유소 업체 100여곳에 판 김모씨(37·지명수배) 등은 개당 200만원에서 300만원을 받았다.


일부 주유소들은 변조 프로그램을 이용해 배를 불렸다. 서울 강북을 비롯해 경기도 수원 및 부천 등 주유소 8곳에서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챙긴 금액만 2억6000만원. 경찰은 "이렇게 정교하게 주유기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의 실력이 아까워 형을 치르면 주유소 단속활동에 나갈 수 있도록 관련기관에 취업시키고 싶다"며 "적발된 주유소보다 훨씬 더 많은 곳에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정상보다 4~8% 적게 주유되는 변조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유통시킨 혐의(계량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프로그램 개발자 신모씨(42) 등 3명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메인보드에 변조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주유량을 조작한 B주유소 대표 장모씨(37)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핫이슈]CD금리 담합? 대형 스캔들 터지나
[book]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성세희기자 ace@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박수홍 친형 법정구속
    박수홍 친형 법정구속
  2. 2대전 충남 통합
    대전 충남 통합
  3. 3김현수 더비
    김현수 더비
  4. 4삼성화재 10연패 김상우 감독 사퇴
    삼성화재 10연패 김상우 감독 사퇴
  5. 5패스트트랙 충돌 벌금형
    패스트트랙 충돌 벌금형

머니투데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