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김홍중 교수 “민주공화국·안전국가 신화 충격적 와해…주권적 우울 빠진 사회, 정치 바꿔야 치유”

경향신문
원문보기
사회의 마음 탐구 ‘사회학적 파상력’ 묶어내
김홍중 서울대 교수는 1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사회는 정치의 물줄기를 바꿔야만 해소할 수 있는 ‘정치적 우울’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김홍중 서울대 교수는 1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사회는 정치의 물줄기를 바꿔야만 해소할 수 있는 ‘정치적 우울’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최근 우리 사회는 여러 차원에서 집합적 파상(破像)을 체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양극화와 불평등의 심화, 세월호 참사, 민주주의의 후퇴, 지배카르텔의 무능과 부패, 삶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재난과 사건들, 사회적인 것들의 모든 경계들(계급, 세대, 지역, 젠더, 종교)을 가로지르며 분출되는 혐오의 정동 등이 그것이다.”

2009년 “결국 사회학이 탐구해야 하는 최종 영역은 그 사회의 마음”이라고 선언하며 마음을 본격적인 사회학적 탐구의 영역에 올려 주목받은 김홍중 서울대 교수(45·사회학)가 최근 두 번째 저서 <사회학적 파상력>(문학동네)을 내놨다. 책은 그가 2008년부터 올해 사이에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을 묶은 것이다.

지난 18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처음부터 단행본을 염두에 두고 쓴 글들이 아니어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예측하지도 못했는데, 이번에 책으로 묶으면서 보니 ‘파상’이라는 말이 우리가 2008년 이후 공통적으로 겪은 체험을 언명하는 조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파상’이란 김 교수가 발터 베냐민의 연구 방법론에서 착상을 얻은 개념으로, “기왕의 가치와 열망의 체계들이 충격적으로 와해되는 체험”을 가리킨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 10여년 동안 한국 사회가 해방 이후 구축해온 국가에 대한 두 가지 강력한 신화가 모조리 깨졌다. 먼저 박정희식 개발독재 이후 구축된 경제적 능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기술적 행정적 역량을 지닌 국가라는 신화가 부서졌다. 권력과 권력의 정당성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의 신화도 파괴됐다. 세월호 참사는 이러한 국가 신화가 이미 무너져내렸다는 것을 가장 충격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김 교수는 2008년 이후 민주공화국의 시민이자 대한민국헌법이 규정하는 국민인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주권적 우울’의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주권적 우울이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 스스로를 인지하고 있는 주체가, 자신의 주권이 훼손되고 부정되고 손상되는 일련의 체험들 속에서 느끼는 마음의 부서짐”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처음으로 ‘헌법 제1조’라는 노래가 불렸어요. ‘내가 주권자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등장한 겁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광장으로 몰려나온 사람들은 ‘내가 주권자다. 국가 비상사태에선 주권자인 나의 의사 표시가 중요하다’고 선언한 이들입니다. 그런데 촛불항쟁이 끝난 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까지 이들 시민·국민은 아무리 말해도 권력이 안 듣는다는 것, 변화도 반영도 없다는 것에서 오는 무력감에 시달렸습니다. 2004년에 등장했던 주권자들의 발랄함은 사라지고 애도하는 주체들로 변했습니다. ‘주권적 우울’이란 말은 이런 사태를 개념화하려는 시도입니다.”

김 교수가 보기에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휘감아온 우울한 분위기는 알약 몇 알로 치유 가능한 ‘심리적’ 우울이 아니라 정치의 물줄기를 바꿔야만 해소할 수 있는 ‘정치적 우울’이다. 시민·국민이 국가 권력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나온 정서이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는 당신들이 개별적으로 꿈꾸는 욕망, 소망이 정당한 것이며 그것을 공적인 명분 속에서 이뤄주겠다는 약속인데 지금은 그 약속이 무너졌다”면서 “매주 이어지는 촛불집회는 축적된 분노와 우울의 표현이다. 최근 집회에서는 폭발하는 열정이 아니라 그동안 세월호 관련 현장에서 나온 흐느낌의 에너지와 울분이 결합된 차가운 열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태를 지켜보면서 사회의 구조를 분석하는 전통적인 사회학적 방법론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사회학은 구조나 시스템으로 사회를 설명하는 것인데, 어느날 갑자기 이상한 행위자가 등장해서 국가를 농락하는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조용기 목사에 대한 연구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청년 세대들에 대한 현장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자가 지금 우리 앞에서 부서지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건설됐는지를 탐구하는 작업이라면, 후자는 생존경쟁에 내몰린 청년세대가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열어나가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작업이다. 김 교수는 “사회과학을 하고 있지만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말할 능력은 내게 없다”며 “다만 사회가 어두울수록 희망의 미광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개코 김수미 이혼
    개코 김수미 이혼
  2. 2손태진 가족사 고백
    손태진 가족사 고백
  3. 3김혜윤 변우석 로맨스
    김혜윤 변우석 로맨스
  4. 4야노시호 이혼 고민
    야노시호 이혼 고민
  5. 5연말정산 AI챗봇
    연말정산 AI챗봇

경향신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