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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성관계를)해야 지워주실 거예요?”
지난해 A(17)양은 성관계 장면이 녹화된 영상을 빌미로 재차 성관계를 요구하는 B(32)씨에게 수차례 영상 삭제를 애원했지만 허사였다. B씨와의 악연은 A양이 한 익명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으면서 시작됐다. 이 앱에서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된 B씨는 성매매를 제의했고, 청소년이 쉽게 만져볼 수 없는 액수에 현혹된 A양은 덜컥 제안에 응했다.
성관계 후 죄책감에 시달린 A양은 해당 앱을 삭제했지만 B씨는 악마로 돌변해 마수를 뻗쳤다. B씨는 A양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매매가 이뤄진 본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일부를 보여주며 “한 번만 더 만나주면 지워주겠다”고 요구했다.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던 A양은 결국 십대여성인권센터에 도움을 청했고, B씨는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그제서야 A양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성인인증이 필요없는 익명 채팅앱이 A양 같은 10대 성매매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재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익명 채팅앱 사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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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비스 중인 익명 채팅앱은 200개가 넘는다. 유명 앱은 다운로드 수가 100만건을 넘을 정도다. 이 중 C앱은 ‘하루 매출만 3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사 앱을 개발·서비스하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다.
21일 십대여성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이들 앱에는 ‘조건만남’, ‘ㅈㄱ’, ‘ㅈ건’ 등 성매매 제안을 암시하는 내용을 포함한 글이 넘쳐난다. 고등학생을 뜻하는 ‘고등어’ 등 청소년을 노리는 글도 수두룩하다. 지난 2∼5월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의 채팅앱 성매매 집중단속에 적발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사범만 419명에 달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익명 채팅앱 운영업자는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현행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 성매매 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앱 운영업체는 직접 게시글을 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빠져나간다. 10대 대상으로 성매매를 제안한 게시물은 법률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해당 음란물에 대해 삭제 등의 조치를 의무화한 조항도 비켜간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금전을 대가로 한 성행위’라는 성매매의 개념을 엄격히 적용하다 보니 실제 광범위하게 쓰이는 ‘조건만남’이란 단어조차 제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 19대 국회 때 앱 운영업체의 청소년 성매매 정보 관리를 의무화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성매매 당사자 처벌 규정으로 제재가 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유야무야됐다. 익명 채팅앱에 대한 성인인증 등 기술 조치를 의무화하는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 역시 먼지만 쌓인 채 19대 국회 종료로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관련 법안은 발의조차 안 된 상태다.
2003년 ‘인터넷 이성소개사업을 이용해 아동을 유인하는 행위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위반자를 엄격히 처벌하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이 법은 △이성소개 사이트 사업자의 경시청 등록 △18세 미만 아동 가입 금지 △청소년 성매매 암시 글 게시 금지 △본인 인증 의무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유명 익명 채팅앱은 소위 ‘미아리 텍사스촌’이라 불릴 정도로 방관을 넘어 성매매를 조장하고 있다”며 “수년 전부터 관련 사건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법이나 정부 조치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