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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한 점심시간 |
(경주=연합뉴스) 김선형 김준범 기자 = 21일 오전 11시 53분 경북 경주시 진현동.
고요하던 동네에 3∼5초가량 진동이 느껴짐과 동시에 '우르릉'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건물 안 소파에 앉아 있던 주민 10여 명은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들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고 "또 왔네", "그래도 이번엔 짧네", "아까도 왔었지?" 하며 서로 안위를 물었다.
이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느냐"고 답 없는 질문을 건넸다.
이에 앞서 경주는 이날 규모 2 여진에 세 차례 흔들렸다.
2분여 뒤 각종 전자기기에서 경주시 남남서 쪽 10㎞에 규모 3.5 여진이 왔다는 재난 알림이 울렸다.
주민은 그제야 "여진이겠지. 이번에는 지진 알림이 그나마 빨리 왔네. 원전은 괜찮겠지"하며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시간 경주 불국사초등학교. 1∼6학년 학생 300여 명이 교사 인솔 아래 학교 운동장 밖으로 나왔다.
지진에 놀란 일부 어린이는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비명을 질러댔다.
어린이들은 잔디에 앉아 얼굴을 잔뜩 찌푸리거나 "지진, 지진"하며 고개를 상하좌우로 흔들었다.
한 여교사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지진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며 "지진이 수차례 난 지금은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안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급식소 대신 운동장에서 끼니를 때웠다. 등에는 가방을 멘 채였다.
5학년 이장호 군은 "자주 겪고 있지만 익숙하지 않아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나왔다"며 "책상 밑에 숨어 있다가 방송을 들으며 나왔다"며 불안해했다.
한 3학년 남학생은 "월요일마다 지진이 온댔어요" 하며 어디선가 들은 지진 괴담을 전했다.
지진에 놀란 이소순(82) 할머니는 감자를 삶던 냄비를 들고 대피했다.
불국사 인근에 산다는 할머니는 "건물이 무너져 피난민이 될까 봐 음식도 들고 나왔다"고 긴급했던 상황을 말했다.
평소 문앞까지 대기 줄로 꽉 차있을 한 유명 식당(경주시 마동)은 점심시간에도 텅텅 비어있었다.
이번 지진이 여진이 아닌 대규모 지진 전조라는 괴담에 식당 예약 대부분은 취소됐다.
식당 여직원은 "오늘 지진은 그래도 지난번보다 덜 흔들렸다"며 "밖으로 도망칠까 말까 고민하는데 진동이 끝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깥사람들은 경주에서 빠져나오라고 성화인데 과한 우려 같다"고 하소연했다.
'9·12 지진' 이후 경주에는 여진 412회가 발생했다. 무감 지진일 땐 그나마 낫지만, 몸으로 여진을 느낄 때마다 불안감은 증폭하고 있다.
직장인 김민영(35·서울 거주) 씨는 이날 오후 홀어머니가 계신 경주로 가기 위해 휴가를 냈다.
김 씨는 "괴담이 심해지고 있다"며 "여진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서울에서 어머니를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 이후 경주시민은 어떻게든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두 딸을 학교에 보낸 시민 이모(40)씨는 혹시나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야 하나 재난 안내 방송만 기다리며 전전긍긍했다.
그러면서 "SNS에서 더 큰 지진이 온다는 괴담이 나돌아 주말에는 공원이나 넓은 운동장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주시 하동에서 야영장을 운영하는 이종찬(28) 씨는 "집안은 무섭다며 글램핑장을 찾기도 한다"며 "지진 직후 주민인 세 가족이 자러 왔다. 일반 예약은 전혀 잡히지 않는다"고 상황을 알렸다.
sunhyung@yna.co.kr, psyk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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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점심식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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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경주 시내 식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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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취소된 경주 글램핑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