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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공포 확산]“양산단층 활성화 증명됐다”…월성·고리 원전은 ‘뒷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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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 활성화 제기 30여년…‘지진 지도’는 아직도 없다
1주일 새 규모 5.8의 국내 최강 지진과 규모 4.5의 큰 여진이 일어난 경북 경주 일대 ‘양산단층’의 활성화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양산단층의 활성화 논란은 30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이 지역은 원자력발전소 14기가 집중된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 됐다. 정부는 지금도 이 지역에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추가로 진행 중이다.

20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2012년 정부 용역연구를 수행하면서 양산단층이 활성화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좀 더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속 연구는 없었다. 정부는 그동안 원전을 짓기 위해 지질 검사를 할 때마다 양산단층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주장은 1983년 국내 1호 지진학 박사인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논란만 지속돼왔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번 경주 지진으로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면서 “이번 지진으로 양산단층이 7~8㎞는 움직였을 것이다. 활성화된 것을 우리 눈으로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양산단층의 활성화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유는 “양산단층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이다. 논란이 지속돼온 지난 30년 동안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박사는 “단층 관측은 센서를 설치한 뒤 수년 이상 투자해 연구해야 하는 분야”라며 “그동안 계속 연구를 해왔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활성단층이 있느니 없느니) 논란을 벌이는 것이 바깥에 보이기 창피할 정도”라고 말했다.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도 “단층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추적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지진 연구에 예산을 투자하지 않다보니 조사도 안됐고 인력 양성도 안됐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양산단층 위에 원전 건설을 강행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미공개 보고서가 제출된 2년 후인 2014년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사업실시계획이 승인됐다. 5·6호기가 완성되면 양산단층 일대의 원전은 2021년 총 16기로 늘어난다. 전 세계에서 한 지역에 10개 이상의 원전이 밀집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원전은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원자로가 정지하는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규모 6.5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 그러나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처럼 자연재해로 원전의 전원이 공급되지 않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된다. 현재 시민단체들이 “중대사고 위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원전 환경영향평가 규정은 위헌”이라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지만 지금까지 헌재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은 고리 원전 정문 앞에서 “핵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활성단층 조사, 지진 대비대책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월 울산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자 1시간 뒤 고리 원전에 비상발령을 내렸다. 12일 규모 5.8의 지진 발생 시에는 4시간이 지나서야 월성 원전을 수동 정지했다.

<목정민·배문규 기자 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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