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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롯데콘서트홀, 명실상부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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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명불허전 롯데콘서트홀, 명실상부 서울시향. 19일 저녁 성황리에 펼쳐진 잠실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의 요약이다. 롯데콘서트홀이라는 명기(名器)에 걸맞은 소리를 담아낸 서울시향의 명연(名演)에 2036석을 가득 메운 청중은 기립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롯데콘서트홀은 소문대로 사운드가 훌륭했고, 서울시향은 명성대로 탄탄했다. 두 힘의 시너지로 28년 만에 서울에서 문을 연 클래식음악 전용 콘서트홀은 15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값어치를 능히 감당해냈다.

◇롯데콘서트홀의 명징한 사운드

롯데월드몰 8~10층에 자리 잡은 롯데콘서트홀의 실내로 들어가면 대부분의 객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내 처음으로 '빈야드(vineyard) 스타일'로 지어졌다. 빈야드는 '포도밭', '포도원'이라는 뜻이다. 포도밭처럼 홀 중심에 연주 무대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쾌적하다는 느낌 역시 함께 든다. 국내 공연장 처음으로 콘서트홀의 내부 구조를 외부 구조로부터 완전히 분리한 박스 인 박스(BOX-in-BOX)'를 도입, 조용하기 때문이다. 벽의 밀도가 높고 곳곳에 반사가 잘 되도록 형태가 만들어져 반향음(反響音)도 좋다. 이 때문에 앞서 시범공연 등을 통해 클래식음악 전문가들이 짚은 것처럼 사운드가 명징하고 입체적이다.

서울시향의 상임 작곡가인 '현대음악 거장' 진은숙이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을 위해 헌정한 세계 초연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의 다채로운 사운드가 귀를 현혹한 이유다.

롯데콘서트홀이 위촉한 40분짜리 대곡인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클래식음악계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로 부를 만했다. SF 중 우주여행과 모험을 다루는 영화를 '스페이스 오페라'로 부르는데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사운드의 우주를 모험하는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길이의 금속 원통 관을 매달아놓고 두드리는 타악기 '튜블러 벨', 건반으로 철제 울림판을 때려 연주하는 건반악기 '첼레스타', 신비로운 소리의 하프와 오르간은 우리에게 추상적인 우주의 소리를 물리적으로 구현해내는 듯했다. 서울시향 단원 96명, 성인 혼성 국립합창단 단원 60명, 어린이 합창단인 국립합창단 보이스 콰이어 단원 23명 등 총 179명이 빚는 화음 역시 우주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듯했다.

진 작곡가는 이 곡에 자연 현상과 인간과 우주의 물리적 관계에 대해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곡의 제목은 '인간은 우주 먼지에서 나왔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지구의 모든 것이 우주의 대폭발에서 생겨난 별들의 잔재라는 과학적 사실이다. 여기에 20세기의 스칸디나비아 시인 에디트 쇠더그란과 에바-리사 만너의 작품들이 가사로 더해지니 우주 오페라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을 수 없다.

1부 마지막 곡으로 들려줬음에도 커튼콜을 방불케 하는 기립박수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정 전 감독과 진 작곡가, 국립합창단의 구천 지휘자, 국립합창단 보이스콰이어의 황지희 지휘자는 함께 손을 맞잡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2부를 꽉 채운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은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가 만들어놓은 광활한 사운드의 우주를 막힘없이 유영했다. 역시 주인공은 객석을 뒤덮는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였다. 신동일 연세대 교수가 연주하는 오르간을 타고 4958개의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기의 제왕'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생김새만큼 압도적이었다.

이날 개관 공연의 첫 곡은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 Op.72a였다. 비장미를 살짝 쥔 채 시작한 이후 드라마틱하게 변화는 이 곡은 롯데콘서트홀 사운드의 다채로운 질감을 시험하는 첫 곡으로 제격이었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인 '오르간' 연주를 끝낸 뒤 정 전 감독이 "대한민국 음악가들이 콘서트홀을 기다렸는데"라고 말하는 도중 박수가 터져 나오자 "롯데가 고생이 많다. 이 공연에 함께 해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후 한국에서는 연주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이라는 신호를 주고 첫 번째 앙코르를 연주했다.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이었다. 2012년 프랑스 파리 살르 플레옐(La Salle Pleyel)에서 정 전 감독이 이끌던 라디오프랑스와 은하수관현악단이 함께 연주했던 작품이다. 역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고 브람스 헝가리안 댄스 1번, 비제 '카르멘' 서곡을 연이어 앙코르로 들려줬다.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여전한 호흡

정 전 감독과 서울시향 단원들이 10년 동안 함께 갈고닦은 사운드의 질은 여전했다. 지난해 말 정 전 감독이 감독직을 내려놓은 지 8개월 만에 만났음에도 정 감독은 노련했고 서울시향 단원들은 능란했다.

외국 객원 연주자들도 안정된 호흡을 보여줬다. 스위스 베른 심포니 악장인 알렉시 뱅상이 객원 악장으로 나섰는데 서울시향의 강점인 웅장하고 차분한 현악기의 선율을 잘 조리했다. 장-클라우드 젠젬브레 라디오프랑스 팀파니 수석, 에르베 줄랭 파리 오케스트라 수석 역시 서울시향 사운드를 빈틈없이 메웠다. 서울시향 비상근 단원인 트럼펫 수석 알렉상드르 바티, 트롬본 수석 앙투앙 가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시민들도 호평…앞으로 남은 과제는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을 찾은 시민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클래식 모임을 하고 있어 자주 공연장을 찾는다는 50대 주부 황모씨는 "사운드가 생각보다 더 명징해서 깜짝 놀랐다"며 "2층 객석 끝부분에 앉았지만 특히 파이프 오르간은 바로 앞에서 듣는 것처럼 생생했다"고 전했다. 다만 음악을 전공한다는 20대 초반의 대학생 이모씨는 "타악기 소리가 고르지 않았다. 조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정 전 감독과 전문가들이 앞서 지적한 것처럼 소리가 공연장에 완전히 스며드는 데는 1~2년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조금씩 조정해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5월 이곳에서 테스트 공연을 했던 서울시향 단원들 중에서는 사운드가 좋아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롯데콘서트홀은 무엇보다 주변 환경이 강점이다. 지하철 2·8호선 잠실역에서 내려 롯데월드몰 내 지하 1층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8층에서 공연장 로비가 연결되는 등 접근성이 좋다. 로비의 통유리창 너머와 테라스로 나가면 석촌호수가 한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롯데월드몰 내 다양한 여가 시설도 있다. 로비 등에서는 와인과 맥주 등을 판다. 롯데콘서트홀은 시민들이 공연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도록 보통 20분 안팎인 중간 휴식을 30~40분으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날 실황은 클래식 FM과 포털사이트 네이버 캐스트를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1만6000명이 지켜봤다. 실황과 앞서 진행한 리허설 등은 유니버설뮤직의 세계적인 클래식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을 통해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한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개관공연에 불참했다. 롯데그룹 안팎의 어수선한 상황으로 예정됐던 전날 개관식을 겸한 공연은 취소됐다. 대신 정 전 감독의 누나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비롯해 국립극장 안호상 극장장,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 세종문화회관 이승엽 사장, 여수 예울마루 이승필 관장, KBS교향악단 고세진 사장, 롯데문화재단 한광규 대표, 안양문화재단 정재왈 대표 등 공연계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롯데콘서트홀은 25, 27일 임헌정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천인교향곡'으로 통하는 말러 교향곡 8번을 연주하는 등 개관 페스티벌 공연을 이어간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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