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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즐길 준비'된 여성을 위한 19禁 '치펜데일쇼'(종합)

연합뉴스 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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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노출에 120분간 비명과 환성…'함께 즐기기'에 초점
여성을 성(性)문화 소비 주체로…'성 상품화' 비판도
'치펜데일쇼' 쇼케이스

'치펜데일쇼' 쇼케이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당신이 꿈꾸던 환상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규칙을 깨뜨릴 준비가 됐나요?"

성인 여성만을 위한 '남성 스트립쇼'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치펜데일(Chippendales)쇼'가 베일을 벗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을 통틀어 처음 이뤄진다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주최 측은 "단순히 벗는 쇼가 아닌 노래와 춤이 있는 함께 즐기기 위한 무대"라고 설명했다.

3일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공연을 한 '치펜데일쇼'는 이런 설명처럼 관객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상당한 수위의 노출이 끊임없이 이뤄지지만 외설로 치부하기에는 '유쾌함'에 더 무게중심을 뒀다. 잘 다듬어진 남성의 몸이 주는 에너지를 십분 활용해 섹시하면서도 끈적이지 않는 표현으로 관객의 흥을 한껏 돋운다.

공연은 남성 9명이 다양한 테마로 약간의 연기와 춤, 노래와 함께 노출을 선보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흑·백인 라틴계 등 다양한 인종 구성만큼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키 183㎝(6피트) 이상의 '근육질 훈남'들이 정장이나 청바지에 흰 티셔츠, 제복, 소방관 복장 등을 입고 퍼포먼스를 펼치며 여성들의 여러 '판타지'를 공략한다.

어떤 테마로 무슨 옷을 입고 등장하든 결론은 노출이다. 수위도 앞섶을 풀어헤치거나 셔츠를 찢으며 '초콜릿 복근'을 보여주는 것부터 중요 부위만 가린 채 나체의 뒷모습 전체를 노출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출연진의 기량이 전문 배우나 무용수, 가수보다는 부족하고 구성도 '기-승-전-노출'이다 보니 공연으로서 완성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사회자의 입담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함에도 자막 없이 영어로 이뤄진 점, 안내방송 등을 통한 공연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평일 저녁인 데다 국내에는 아직 낯선 형식의 공연이어서 그런지 3일 개막 공연에는 객석의 빈자리가 더 많아 보였다. 주최측은 이날 총 2천400석 가운데 1천명이 채 안 되는 관객이 찾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즐기려고 벼르고 온 '준비된' 관객들의 반응은 다른 어떤 공연보다 뜨거웠다. 이들의 폭발적인 호응은 공연의 부족한 짜임새를 메우고도 남았다.


여대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부터 40∼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은 출연진들이 찢긴 옷 사이로 탄탄한 맨몸을 보일 때마다 '꺅', '어머', '웬일이니', '대박'과 같은 비명 섞인 환호성을 쏟아냈다.

출연진이 찢어 던지는 흰 티셔츠를 서로 받으려 손을 뻗쳤고 무대 위로 이끌려 올라간 몇몇 관객은 스킨십 요구 등에 거리낌 없이 응하는 과감한 모습으로 출연진보다 더 열광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출연진이 무대 아래 객석으로 내려올 때는 아예 자리를 박차고 나가 포옹하고 춤추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적극적인 관객들도 상당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출연진들과 사진을 찍으려 촬영권(1만원)을 구매한 관객 100명가량이 줄을 지어 기다리는 광경도 펼쳐졌다.

120여 분의 공연을 마음껏 즐긴 관객들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공연장을 나섰다.

한 20대 관객은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말했고 다른 30대 여성은 "늘씬하고 미끈한 몸매의 훈남들을 보니 눈이 정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치펜데일쇼'를 접하고 보러왔다는 대학원생 이모(25)씨는 "말이 필요 없이 너무 좋다. 관객들이 다 같이 춤추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중년층 관객들은 20∼30대보다는 다소 차분하게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었지만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평소에 뮤지컬 등 공연을 자주 본다는 자영업자 박모(57)씨는 "인터넷에서 접하고 친구들과 보러왔는데 생각보다 건전하고 수위도 그리 높지 않았다. 젊은층들이 터놓고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20∼30대인 딸 둘을 데리고 와서 봐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관객이 공연에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 둘을 둔 '워킹맘' 진모(35)씨는 "흥겹게 놀기는 좋지만 전반적으로 무대가 관객 수준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 너무 몸만 나오다 보니 1부 끝날 무렵에는 약간 지루했고 군무도 합이 잘 맞지 않았다"며 "객석에 경호인력이 아닌 공연 관계자 남성들이 몇몇 앉아있어 몰입을 깼다"고 꼬집었다.

부정적 반응은 이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등에서는 이번 공연에 대한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성의 성 상품화는 금기시하면서, 남성의 성을 상품화시킨 공연은 어떻게 버젓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엇갈리는 반응에도 '치펜데일쇼'가 그동안 성적인 측면에서 '대상'에 그치며 억눌려온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발산하는 장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비슷한 콘셉트의 공연인 박칼린 연출의 '미스터쇼'가 2014년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원조 격인 '치펜데일쇼'가 2년 만에 내한하게 된 것도 성적 판타지의 소비 주체가 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요구가 높아졌음을 반영한다.

다만 여성의 성 소비가 기존에 남성들이 해온 방식을 단순히 답습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inishmor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치펜데일쇼' 공연 모습 [다온 ent 제공=연합뉴스]

'치펜데일쇼' 공연 모습 [다온 ent 제공=연합뉴스]



'치펜데일쇼' 3일 공연 모습 [다온 ent 제공=연합뉴스]

'치펜데일쇼' 3일 공연 모습 [다온 ent 제공=연합뉴스]



'치펜데일쇼' 출연진 쇼케이스

'치펜데일쇼' 출연진 쇼케이스



'치펜데일쇼' 쇼케이스에 등장한 출연진들

'치펜데일쇼' 쇼케이스에 등장한 출연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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