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러시아 약물파동에 내가 동메달? 정말 얼떨떨"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은퇴한 한국 역도 레전드 장미란(33·사진)이 뒤늦게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역도연맹(IWF)은 28일 "런던올림픽 때 채취한 샘플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선수 11명의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 명단엔 장미란과 같은 체급에 출전했던 여자 역도 75㎏ 이상급 동메달리스트인 흐리프시메 쿠르슈다(아르메니아)가 포함돼 있다. 당시 장미란은 인상 125㎏·용상 164㎏으로 합계 289㎏를 들어 4위를 차지했었고, 쿠르슈다는 합계 294㎏이었다.

아직 쿠르슈다의 메달 박탈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핑이 적발된 이상 쿠르슈다의 메달이 박탈되고 장미란이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3일엔 2008 베이징올림픽 역도 48㎏급 4위를 차지했던 임정화(30)도 뒤늦게 도핑에 걸린 터키 선수의 동메달 박탈로 메달을 획득했다. IWF는 이번 도핑 선수에 대한 처분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만약 장미란이 동메달을 받으면 2004 아테네 은·2008 베이징 금·2012 런던 동메달로 올림픽 3회 금·은·동을 모두 손에 넣게 된다.

장미란은 28일 본지 통화에서 "(임)정화 축하 파티를 계획하던 중에 갑자기 당사자가 돼서 얼떨떨하다"며 "러시아 약물 파동이 나의 동메달까지 이어질 줄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아직 메달 승계가 공식적으로 발표 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선수의 약물로 메달을 받게 된 게 한편으론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인 런던에서 장미란은 메달이 좌절되자 한쪽 무릎을 꿇고, 바벨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며 감사 기도를 올렸다. 당시 무대 아래서 눈물을 흘리던 장미란의 소감은 "역도는 역시 정직한 운동이다. 연습 때만큼 했다"였다.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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