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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성(性)] 구기 종목과 고환의 구조

헤럴드경제 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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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올림픽에는 다양한 종목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공을 사용하는 구기 운동들이 많다. 사냥감을 쫓던 인간의 본성이 스포츠에서 발현된 것이 구기 운동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구기 운동은 깊은 전통을 갖고 있다.

공의 크기와 모양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축구공이나 야구공처럼 구형의 형태가 가장 많다. 완벽한 구형인 경우 공의 바운드나 궤적을 예측하기 쉽다. 그러나 럭비나 미식축구처럼 타원형의 공은 바운드가 불규칙해서 의외의 재미를 준다. 미끄러운 아이스링크를 위해 납작하고 바닥이 평평한 아이스하키 퍽이나 컬링의 스톤도 존재한다. 배드민턴처럼 공에 깃털이 달린 독특한 형태도 있다. 볼링 공은 손가락을 넣을 구멍이 있고, 골프공은 홈(딤플)이 패여 있다. 모두가 각 종목의 경기장 특성에 맞게 설계되었고 스포츠의 재미를 배가하기 위함이다.

스포츠의 공이 각 경기의 특성에 맞게 설계되었듯, 남자의 고환도 특성에 맞는 모양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의 공이 각 경기의 특성에 맞게 설계되었듯, 남자의 고환도 특성에 맞는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신체 부위 중 가장 구형에 비슷한 기관은 바로 고환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영어 표현 중에서도 고환을 ‘볼(ball)’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환은 엄밀히 말하면 완벽한 구형은 아니다. 서 있는 자세를 기준으로 위아래로 길쭉하기 때문에 럭비나 미식축구 공의 형태에 가깝다. 고환이 구형의 형태를 갖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으나 주목적인 정자 생산에 맞춘 구조라는 학설이 유력하다. 정자를 생산하는 조직들이 고환 바깥에서부터 안 쪽으로 마치 공장의 생산라인처럼 구심성으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능이 모양을 결정하는 셈이다.

고환에는 우리 몸과 연결되는 끈이 있다. 이를 ‘정삭(spermatic cord)’라고 한다. 정삭에는 고환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과 고환에서 생산되는 정자를 운송하는 정관 등이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점이 발생한다. 왜 고환은 굳이 몸 밖에 위치해 있을까? 중요한 생식 기관이면 몸 안 쪽에 보호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비밀은 온도에 있다. 정자 생산에 적합한 온도는 우리 몸의 체온보다 낮은 섭씨 33도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표면에 위치하며 적극적으로 온도를 조절한다. 더운 여름에 고환을 감싸고 있는 음낭 피부가 늘어나는 것도 표면적을 늘려 열을 발산하기 위함이다.

공의 모양을 보면 각 스포츠의 특성을 거꾸로 유추할 수 있다. 야구공의 실밥은 다양한 변화구를 의미한다. 월드컵 시즌이면 공인구의 특성이 경기에 미칠 영향이 분석된다. 불규칙한 바운드를 일으키는 럭비공은 공을 손으로 들고 뛸 때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단조로운 플레이를 재미있게 바꿔 준다. 고환을 포함한 우리 몸의 장기들도 마찬가지이다. 각 장기의 모양은 그 장기가 수행하는 기능에 맞춰 최적화되어 있다. 마치 누가 설계한 것 같은 구조와 기능의 밀접한 연관성이야말로 생명체의 신비가 아닐까?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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