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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태산이라고? 태산에 오르면 눈 녹듯 사라져요

중앙일보 서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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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5대 명산 중 으뜸 타이산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땅은 산둥성(山東省)이다. ‘산둥성에서 닭이 울면 그 소리가 인천에서도 들린다(鷄犬相聞)’고 할 만큼 가깝다. 직선거리로 450㎞쯤 된다고 하니 인천에서 부산까지 거리(약 420㎞)와 비슷하다. 산둥성은 공자와 맹자 그리고 자장면의 고향이기도 하다. 산둥성을 대표하는 관광지 타이산(泰山)과 웨이하이(威海)를 다녀왔다.

타이산 닌텐먼에서 바라본 정상 위황딩. 비구름에 가려있다.

타이산 닌텐먼에서 바라본 정상 위황딩. 비구름에 가려있다.


한가지 소원을 이뤄주는 타이산

타이산, 아니 태산은 우리에게 친숙한 산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나 ‘걱정이 태산’같은 옛 속담에 등장하는 산이 바로 타이산이다.

타이산은 맥주로 유명한 항구도시 칭다오(靑島)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타이안(泰安)에 있다. 타이산의 높이는 1545m로 우리의 태백산(1567m)과 비슷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중국 5대 명산 중에서 으뜸이라는 뜻으로 오악독존(五岳獨尊)이라고 부른다.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부터 72명의 황제가 타이산 정상에 올라 하늘에 제를 올렸다고 한다.

7412개 돌계단을 오르면 타이산 정상에 다다른다.

7412개 돌계단을 오르면 타이산 정상에 다다른다.


비가 내리는 날 타이산을 올랐다. 타이산의 초입 홍먼(紅門)에서 셔틀버스로 중톈먼(中天門)까지 간 다음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460m 난톈먼(南天門)에 올라갔다. 난텐먼에서 정상까지는 약 600m 거리로 한 시간쯤 걸어 올라가야 한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경치가 빼어났는데, 그 아름다운 풍경이 자주 비구름 속으로 숨어 버렸다. 다시 이곳을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타이산의 여신 벽하원군을 모신 도교사원 바샤츠(碧霞祠)에서 잠시 비를 피하기로 했다. 베이징(北京)에서 왔다는 장후이(長輝·70)가 “죽기 전에 남편과 타이산을 꼭 오르고 싶었다”며 “내 소원은 이제 이뤘으니 아들 하는 일이 잘 되게 해달라고 벽하원군에 빌었다”고 말했다.

바샤츠 뒤에 서 있는 큼지막한 비석 다관펑(大觀峰)을 지나 계단을 조금만 더 오르면 타이산 정상 위황딩(玉皇頂)이 나온다고 했는데, 쏟아지는 비 때문에 도저히 접근할 수 없었다. 세상사 근심 걱정을 넉넉히 품어준 타이산. 비록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어도 공자가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구나(登泰山小天下)’라는 말을 남긴 이유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장보고의 도시 웨이하이

산둥성 지도를 보면 서해로 툭 튀어나온 곳이 있다. 항구도시 웨이하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웨이하이는 인구 29만 명의 작은(?) 어촌이었다. 지금은 인구 140만 명이 넘는 번화한 항구 도시로 거듭났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두 나라를 잇는 뱃길이 열리면서 한국인이 많이 찾은 덕분이라고 한다. 웨이하이에서는 거리마다 한글 간판이 보였다. 중국말을 못해도 여행을 즐기기에 별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친한국적인 모습이었다.

웨이하이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도시다. 약 1200년 전 당나라와 신라, 일본의 바닷길을 주름잡았던 신라 장군 장보고(?~846)의 근거지가 웨이하이였다. 장보고가 적산(赤山)에 세운 사찰 파화위엔(法華院)이 지금도 남아 있다. 823년 세워진 이 절은 신라인의 신앙 거점이며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기도처였다.

일본 승려 엔닌(圓仁)이 쓴 『입당구법순례행기』에 따르면 당시 법화원엔 승려가 24명 있었고 절에 딸린 논에서 연간 쌀 500석을 수확했다. 당나라 무종(845년) 때 불교 탄압으로 파괴됐다가 1990년 엔닌이 쓴 책을 바탕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적산에 있는 59m 높이의 적산명신 청동상.

적산에 있는 59m 높이의 적산명신 청동상.


적산에는 장보고 기념관도 있었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외국인 기념관으로, 당나라 시절 장보고의 활약상을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2007년 문을 열었다고 했다. 적산 정상(396m)에는 높이 58.8m에 달하는 거대한 청동상 ‘적산명신(赤山明神)’이 우뚝 서 있었다.

웨이하이시 적산에 있는 장보고 기념관.

웨이하이시 적산에 있는 장보고 기념관.


장보고 기념관 근처에 적산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가 있었다. 관음보살상을 모신 광장에서 펼쳐지는 분수쇼였다. 불교 음악에 맞춰 용 조각상이 물을 뿜고 사천왕이 불을 토해냈다. 적산은 신라의 장군을 주인공으로 삼은 거대한 테마파크였다.


●여행정보=인천에서 중국 칭다오와 웨이하이까지는 배로도 갈 수 있다. 인천항에서 칭다오행은 화·목·토요일에, 웨이하이행은 월·수·금요일에 출발한다. 저녁에 인천에서 출발하면 이튿날 아침에 도착한다. 객실 요금은 편도 11만~18만원. 중국 비자가 없어도 칭다오나 웨이하이의 항구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비자 발급비 168위안(약 2만9000원). 위동항운(weidong.com) 032-770-8000. 타이산 입장료 어른 127위안(약 2만2000원). 홍문~중톈먼(中天門) 셔틀버스 요금 편도 30위안(5200원), 중텐먼~난텐먼 케이블카 요금 편도 100위안(1만7200원).

글·사진=서반석 기자 seo.banseok@joongang.co.kr

서반석 기자 seo.ba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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