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 사이에는 '3대 허무한 유럽관광지'라는 목록이 있다. 유명하기는 한데 막상 찾아가보면 실망스러운 장소라는 뜻으로, 첫째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상이고 둘째는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이다. 셋째는 몇 가지 이견이 있긴 한데,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이 주로 차지한다.
인어공주상은 코펜하겐 항구의 광활한 방죽의 한구석에 있다. 인어공주상은 사람보다 작은 크기다. 한 무리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우르르 몰려와 사진을 한 장씩 찍고는 곧 우르르 몰려 버스로 돌아갔다. 하긴, 평소에 인어공주 이야기나 작가 안데르센에 조금도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인어공주상을 본들 무슨 감상이 있을까. '허무한 관광지'란 이름은 관광이라는 행위의 허무함을 보여준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상 근처에는 두 개의 인어공주상이 더 있다. 방죽을 따라 바다 쪽으로 조금 더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하나는 성숙한 여인이 된 인어공주상이다. 또 하나는 방죽의 반대편에 있다. '유전학적으로 변형된 인어공주'라는 이름의 이 조형물은 일그러진 모양의 현대 조각이다. 해석을 해보자면, 오염된 바다에서 살게 된 인어공주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을 거고, 거품으로 변한 인어공주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인어공주상을 허무하다고 말하는 관광객들을 비꼬는 농담은 아닐까?
인어공주상은 코펜하겐 항구의 광활한 방죽의 한구석에 있다. 인어공주상은 사람보다 작은 크기다. 한 무리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우르르 몰려와 사진을 한 장씩 찍고는 곧 우르르 몰려 버스로 돌아갔다. 하긴, 평소에 인어공주 이야기나 작가 안데르센에 조금도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인어공주상을 본들 무슨 감상이 있을까. '허무한 관광지'란 이름은 관광이라는 행위의 허무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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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상 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채승우 |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상 근처에는 두 개의 인어공주상이 더 있다. 방죽을 따라 바다 쪽으로 조금 더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하나는 성숙한 여인이 된 인어공주상이다. 또 하나는 방죽의 반대편에 있다. '유전학적으로 변형된 인어공주'라는 이름의 이 조형물은 일그러진 모양의 현대 조각이다. 해석을 해보자면, 오염된 바다에서 살게 된 인어공주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을 거고, 거품으로 변한 인어공주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인어공주상을 허무하다고 말하는 관광객들을 비꼬는 농담은 아닐까?
인어공주의 사진을 보고 생각난 또 다른 사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체인점이었다. 한국에도 흔한 그 커피점의 로고에는 꼬리가 둘 달린 인어가 있다. 나는 미국 시애틀에 갔을 때 그 커피 체인 1호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는 또 하나의 인어상을 만났는데,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였다. 바르샤바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이 인어상은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방패를 든 늠름한 모습이다. 이 인어에 대한 전설이 있다. 이야기는 어딘가 어색하다. 먼바다에서부터 (지중해라고도 하고 발트해라고도 한다) 두 인어 자매가 헤엄쳐 와서 하나는 덴마크로 가고 하나는 바르샤바로 왔다는 것이다. 벌써 이상하다. 덴마크의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이 1837년에 만든 이야기 아닌가! (인어 이야기는 기원전 1000년부터 세계 곳곳에 나타난다. 중국과 일본에도 인어 이야기가 있다. 안데르센도 유럽의 민담과 전설을 참고했지만, 덴마크에 인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없다.) 어떻든 바르샤바 전설에 따르면, 강을 거슬러 온 인어 한 마리가 상인에게 잡혀 수난을 당하는데 마음 착한 사람이 그 인어를 구해주었고, 그 후로 인어가 도시를 보호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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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바르샤바의 옛 도심 광장에 인어상이 있다. 칼과 방패를 든 늠름한 모습이다. / 채승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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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상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이야기는 바르샤바의 문장(紋章)에 대한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바르샤바의 문장은 원래 하반신이 용이고 상반신은 남성인 모습이었다고 한다. 17세기 초까지 이 그림이 나타나는데 웬일인지 그 후에 그림이 조금씩 바뀌었다. 상반신은 여성의 모습으로 또 하반신은 물고기의 꼬리로 바뀌어 갔다. 화가가 잘못 그렸다는 설도 있지만 거기까진 알 수 없다. 우리는 쉽게 옛 문장을 찾을 수 있었다. 왕궁 가까이 옛 도심의 입구에 있는 성(聖) 요한 대성당의 정문에 용의 몸통을 가진 남성상이 부조로 남아 있다.
그러고 보면 전설을 만드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닌 듯하다. 바르샤바의 인어는 17세기에 나타난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그 인어가 지중해에서 헤엄쳐 온 덴마크 인어공주의 자매라는 이야기는 현대의 관광객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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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바르샤바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던 것을 재건한 도시이다. 봉기박물관과 재건박물관 등에서 그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유익하다.
[채승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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