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민간발전회사들이 고사 직전에 처했다. 전력 수요 예측 실패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고, 원자력·석탄 발전 위주로 전기 구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민간발전사인 포스코에너지, SK E&S, GS EPS 등 3개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대비 65.1% 감소한 690억원을 기록했다. SK E&S가 76.8% 줄어 233억원, 포스코에너지와 GS EPS는 각각 58.2%와 33.7% 감소한 319억원과 138억원이었다.
◇발전단가에 밀려 LNG발전소 4대중 3대는 놀 수도
올해 LNG발전 업계의 평균 가동률은 약 40% 수준으로 예상되며, 전력설비가 추가되면 내년부터는 20~30%대로 더 내려 갈 것으로 보인다.
2011년 9월 대규모 정전 대란 이후 정부는 민간 발전소 건설을 대거 허가해 전력 공급이 급증했다. 현재 국내 민간 발전회사들이 운영하는 LNG발전소는 23개로 이중 13기가 2011년 이후 가동을 시작했다.
한전은 발전 자회사와 민간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해 공급하는데, 현행 제도는 낮은 발전 단가 순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발전 단가가 낮은 원자력과 석탄 발전 전기가 우선 시 되는 구조다
전력도매가격(SMP)은 마지막에 가동한 한계발전기가 결정해 LNG발전단가와 SMP가 같아지게 되고, 비용 등을 감안하면 LNG발전은 전기를 팔수록 적자를 보는 셈이다.
이는 송전시설 및 폐기물 처리 등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고 연료 가격만으로 발전단가를 산정하기 때문인데, 사회적 비용을 포함해 발전단가를 산정하면 석탄과 LNG발전 비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은 방폐장 설치 등을 고려할 경우 비용이 가늠조차 어렵다.
전기가 필요한 지역 인근에 건설되는 LNG발전과 달리 석탄과 원자력은 안전과 폐기물 처리 등을 위해 해안가에 지어지고, 생산된 전기는 송전망을 통해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보내진다. 지상 송전망 1km 건설에 약 40억원이 소요돼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다른 지역을 위해 현지 주민을 희생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LNG발전을 하는 자회사에게만 전기료 정산조정 계수를 변경해 석탄발전으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 민간발전소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이 자회사의 이익규모를 조정하는데 사용된다. 발전원에 따라 과도한 이익을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남동발전처럼 석탄과 LNG발전을 같이 하는 곳은 석탄발전 정산 비용을 높여줘 LNG발전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다. 이는 한국전력이 전력계획 및 전기료 정산을 총괄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발전자회사의 수익은 고스란히 다시 한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 민간발전사 실적악화로 신용등급 하향... 차입금 부담 증가
최소 1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LNG발전소 건설에 기업들은 자체 및 외부 조달로 자금을 마련하는데, 최근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차입금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비교해 신용등급이 하락한 민간발전사는 포천파워를 비롯해 7곳이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평가된 곳도 4곳에 달해 추가 신용등급 강등이 우려된다.
민간발전사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내려간 이유는 최근 전력 예비율이 올라가면서 발전단가가 높은 LNG발전소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서다. 한기평은 민간발전사들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18.9% 감소한데 이어 올해는 24% 이상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9.4%였던 전력설비 예비율은 올해 말 25%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시설투자비를 보전하는 용량요금(CP)를 현재 7.6원/kWh(킬로와트시)에서 2~3원 정도 올려주는 것을 고려중이나, 턱없이 부족하다는게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전원가를 송전망 설치, 환경오염,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모두 합산해 산정할 경우, 원자력과 석탄발전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면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LNG발전시설을 고철로라도 파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환경 정책 역행하는 '견고'한 석탄화력 발전 의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 관점에서 현재의 석탄 위주의 발전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지만, 정부의 석탄 화력 발전 의존도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및 에너지정책을 발표하면서 30년 이상 가동돼 노후된 석탄화력 발전소 10기(총 330만KW)를 폐쇄한다고 했지만, 이는 이미 지난해 폐쇄가 확정된 발전소다. 예정된 석탄 화력 발전소 20기 건설은 오염물질 저감 설비를 강화해 계속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다.
폐쇄하는 석탄화력 발전소 10기는 20만kW(킬로와트)~50만kW로 규모로 작은 것인데 반해 새로 짓고 있는 발전소 20기는 50만kW~100만kW급으로 대형이어서 석탄화력 발전 전체 용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선진국들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LNG발전을 적극 활용하는 것과도 대비된다. 미국은 2030년까지 새로 짓는 발전소의 60%를 가스발전으로 충당하는 청정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영국도 2025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소를 전면 폐쇄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도 동부 해안 지역 석탄 화력 발전소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과거 고질적인 전력부족 상황에서 사회적 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도입된 ‘변동비 반영 전력시장(CBP)’체제를 수술, 발전원에 따른 도매가격 차별화와 환경 및 실질 발전단가를 고려한 발전원 배분 정책 등을 고려해야 할 시기라는게 민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정표 기자 jp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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