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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식 바바패션그룹 회장(59)은 고심 끝에 지난해 8월 30년 넘게 바라만 보던 논현빌딩(높이 10층)을 매입했다. 1982년 준공된 강남 1호 빌딩으로 액화석유가스 기업 E1 등이 거쳐간 건물이다. 빌딩 외관에 사명인 '바바' 간판을 붙이고 내부 리모델링 공사 후 지난 1일 첫 사옥에 둥지를 틀자 임직원의 눈빛이 달라졌다.
창립 23년 만에 사옥을 갖게 된 문 회장은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여러 건물에) 흩어져 근무할 때는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뭉치니까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소통과 결합이 이뤄지고 있다"며 "직원들의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이 높아지고 팀별로 경쟁 의식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백화점 아웃렛 쇼핑몰 등 매장 500곳에서 11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중견 여성의류 업체인 바바패션그룹이지만, 오너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었다.
바바패션그룹은 아이잗바바, 아이잗컬렉션, 지고트, 더아이잗, 제이제이지고트, 더틸버리 등 자체 브랜드와 파비아나 필리피, 블루마린, 에센셜, 안토니오 마라스 등 수입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토종 패션업체로는 드물게 경기 침체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2년 2400억원이던 매출액은 해마다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3200억원을 기록했다. 첫 사옥으로 이사한 날에 고무된 문 회장은 "10년 내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며 패션업계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20·30대와 실버 세대를 위한 신규 브랜드를 확장하고 해외 유명 브랜드를 추가로 수입할 계획이다. 또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화장품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사옥을 기틀로 한 번 용틀임하고 싶어요. 어느 회사 못지않은 힘이 축적돼 있죠. 이 자리가 E1이 매출 5조원을 이룬 곳이에요. 강남에서 상징적인 1호 건물인 데다 위치적으로 기(氣)가 살아 있어요. 10층 제 집무실에서 바라보면 남산과 인왕산, 청계산, 우면산이 보여요. 자리에 앉아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총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바바패션그룹의 성공 비결은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다.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과 좋은 원단 덕분에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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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환율이 치솟던 1998년 외환위기에도 고급 원단 수입을 강행했다. 수익보다는 옷의 품질을 높이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
"돈 몇 푼에 연연하다 보면 옷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좋은 원단을 유지한 게 바바의 힘이 됐죠. 옷은 삶이기 때문에 진실성을 갖고 있어야 해요. 품격이 있으면서도 편안한 옷을 만들자는 게 제 철학이에요. 1년 입어도 10년 입은 것처럼 친근하고 10년 입어도 새 옷처럼 느껴져야 해요. 회사 밑바닥부터 그런 문화는 이뤄져 있어요."
국내 패션계 중심에 안착한 문 회장의 시선은 이제 국경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2012년 중국 대표 패션 기업인 랑시와 자사 브랜드인 지고트의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체결한 후 중국 주요 백화점에 매장 8개를 오픈했다. 아이잗바바는 2012년 롯데백화점에서 실시한 중국인 선호 브랜드 조사에서 샤넬(3위)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까르띠에였다. 중국 중산층 관광객이 국내 백화점에서 싹쓸이해 가는 쇼핑 목록이기도 하다. 그는 인천대 체육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출신으로 23세에 제대한 후 고향 인근인 전남 보성 노동면에서 소 돼지 농장을 운영하다가 실패했다. 1983년 대화철강을 설립했으나 이마저도 접고 상경한 후 건설시행사와 벤처캐피털사를 경영했다.
[전지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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