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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빌려 드립니다' 역할대행 서비스 성행

머니투데이 박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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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 자녀를 혼자 키우는 30대 '싱글맘' A씨는 최근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을 가는데 '남편 대행' 서비스를 이용했다.

'연기자 아빠'는 아이와 사진도 찍어주고 놀이기구도 함께 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A씨는 놀이공원에 아이와 둘이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역할 대행' 서비스를 받았다고 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B씨(30)는 남편과 단 둘만의 비밀을 갖고 있다. 결혼식 때 참석한 '친정 부모님'이 '대행 알바'를 하는 연기자들이었던 것. 일부 하객도 역시 '연기자'였다.

B씨는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 남편은 '일반 기업'에 다녔다. 사윗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B씨 부모님은 결혼을 반대했다. '뜻'을 굽히지 않은 B씨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부모님 자리를 형식적으로 채우는 방법. 허전한 일가친척 자리도 연기자들로 메웠다.

◇역할대행업체 성황…하객 대행 경우 일당 6만원

최근 '역할대행업체'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남편을 빌려 준다'는 '시급 남편'부터 결혼식장 '부모 대행', 장례식장 '조문객 대행' '연인 대행' 애인관계 회복을 위한 '상황 연출 대행'까지 갖가지 '대행'이 넘쳐나고 있다.

한 종합 대행업체 대표는 "2002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해마다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며 "업계 경쟁자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처음에는 간병, 노인, 가사 도우미로 시작한 것이 고객 상담을 통한 새로운 요구의 등장으로 '다양화' 되고 '맞춤 서비스화' 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대행업체 대표는 "고객의 구미에 맞는 '대행'이 한 달에 500~600건 정도 접수된다"며 "하객 대행의 경우 일당 6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남편 대행' '부모대행' 등은 수십만원으로 일당이 치솟는다.

등록된 인력만 해도 한 업체에 수천명에 이른다. 이어 그는 "대행업체의 업태와 업종은 '서비스업'으로 '역할 대행업'이라는 분류 자체를 따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업계의 '덩치'는 상당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질 가능성' 우려

대행업체가 성행하지만 제기되는 문제점도 많다. 정부나 당국의 관리가 허술하다보니 자칫하면 애인대행에서 '유사 성행위' 등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종 특성상 상담도 비밀리에 진행되고 내역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유관부서도 없는데다, 기본적으로 '속이기'를 속성으로 하는 서비스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같은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대행을 하는 사람과 역할을 맡는 사람 양쪽에게 다 심리적인 부조화를 일으키게 된다"며 "일시적으로는 자기 만족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혼란을 가져오게 되는 병리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역할 대행업의 성행이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문화'에서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식의 하객이 '많아 보이는 것'은 결국 인맥에 대한 자기 과시욕의 연장이라는 해석이다.


곽 교수는 "역할 대행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사회 변화와 의식 변화 사이의 간극이 발생하며 오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합치점을 찾아가며 점차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렇지 않고 이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다면 개인은 물론 사회적 혼란도 야기시키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트위터 계정 @zew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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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기자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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