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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초점]박찬욱이 여혐시대에 던진 한마디 "왜 여배우라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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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POP=이소담 기자]“왜 배우가 아니라 여배우라 부르죠?” 박찬욱 감독이 여혐이 만연한 시대에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용필름)로 국내 영화계에 복귀한 박찬욱 감독이 27일 YTN ‘뉴스타워’에 출연해 여자인 배우만 ‘여배우’라 구분 지어 부르는 것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뿌리 깊은 ‘여존남비 사상’을 갖고 있는 감독이라고 말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박찬욱 감독의 한마디였다.

박찬욱 감독은 그동안 작품마다 인상 깊은 캐릭터를 창조해왔다. 특히 박찬욱 감독 작품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올드보이’ 강혜정,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임수정, ‘박쥐’ 김옥빈 등 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나 조력자가 아닌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친절한 금자씨’는 대놓고 이금자 역 이영애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가씨’도 마찬가지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김민희 김태리다. 하정우 조진웅은 그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조연이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선 또한 귀족 아가씨 히데코와 하녀 숙희의 것이다. 사기꾼 백작(하정우)과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는 한없이 지질하고 멋없게 그려진다.

박찬욱 감독은 여성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 대해 “딸을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내 안에 뿌리 깊은 여존남비 사상 때문인지 여배우들에게 관심이 많다”고 이유를 설명하며 “세계적으로도 영화에서 강한 여성 캐릭터가 부족하다. 천사나 착한 캐릭터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목표, 의지를 가진 캐릭터로도 여성을 보고 싶다. 그런데 너무 드물더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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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가씨'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제공


1,500대1 경쟁률을 뚫고 ‘아가씨’에 발탁된 신예 김태리를 언급하면서 박찬욱 감독은 “앞길이 창창하다고 생각한다. 예쁜 사람도 많고 조각 같은 미녀들도 많지만 우리 김태리 양은 예쁘기도 한데 자기 생각, 주관이 아주 뚜렷한 사람이다. 당당한데 위엄이 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한명의 주체적인 예술가다”고 칭찬하며 “여자 배우는 배우가 아니라 또 여배우라고 부르곤 하는데 김태리는 그게 아닌 주체적인 예술가로 잘 살아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 이상하게도 같은 배우인데도 불구하고 여성들 앞에는 늘 ‘여’(女)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女배우’ ‘女감독’이라 표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생, 국회의원, 의사 등 동등한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여성은 남성과 구분지어 언급돼 왔다. 마치 남성의 영역에 들어온 이방인 같은 존재로 치부되며 말이다.

앞서 영화 ‘도리화가’ 홍보 쇼케이스에서 류승룡은 함께 호흡을 맞춘 수지에 대해 언급하며 ‘여배우의 덕목은 애교’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성들은 분노했다. 연기를 하러 온 촬영장에서 왜 남자 스태프들과 남자 배우들을 위해 애교를 보여주고 생글생글 웃으며 꽃과 같은 존재가 돼야 하느냐는 것이다.

‘여성 혐오’는 여성에 대한 공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하는 것, 여성에 대한 부정과 폭력, 성적 대상화 모두가 여성혐오에 속한다. ‘여배우’라 부르는 것 또한 ‘여혐’의 한 형태다. 대체 왜 남배우라곤 부르지도 않으면서 여배우라고만 줄기차게 구분 짓는 것인지, 박찬욱 감독의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요즘이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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