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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새 달려온 '백색 탄환'

조선일보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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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볼트' 네덜란드의 시퍼스, 단거리 육상의 공식을 깨다]

- 월드챌린지 200m, 22초02로 1위
7종경기 뛰다 1년前 단거리 선택, 맞바람 부는데도 올시즌 최고기록

- 큰 키는 불리하다고?
짧은 보폭으로 빨리 움직여야 유리, 시퍼스는 180㎝ 장신으로 '이변'
美·자메이카 등 흑인선수 텃밭… 백인 대형 육상스타 탄생에 흥분
23일(한국 시각) 네덜란드 헹엘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월드 챌린지 여자 200m 결선의 총성이 울렸다. 빠른 속도로 트랙을 치고 나가는 이 중에 가운데 우뚝 선 백인 선수가 돋보였다. 역주한 그가 결승점을 통과한 순간 전광판엔 '22초02'가 찍혔다. 2위(23초06)와 1초 이상 차이 나는 압도적인 기록. 비가 내리고 초속 0.3m의 맞바람이 부는 악조건 속에서 나온 올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 경기를 마친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육상 최고 스타는 단연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였다. 이미 두 번의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그를 넘어설 인물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 리우올림픽에선 새로운 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네덜란드 출신이라 '오렌지 탄환' 이라 불리기도 하는 다프네 시퍼스(24·네덜란드)가 있기 때문이다. 육상 중에서도 단거리 종목에서 나온 대형 스타의 등장에 세계 육상계는 들썩이고 있다. 미국·자메이카 등의 흑인 선수들은 30년 넘게 육상 단거리 종목을 점령했다.

올림픽 여자 200m에서 비흑인 선수가 우승한 건 1980 모스크바 대회 때 베르벨 뵈켈(당시 동독)이 마지막이었다.

(사진 왼쪽)지금은 최고의 스프린터지만 시퍼스는 원래 7종경기 선수였다. 창던지기 등 다양한 종목을 훈련했고 많은 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사진 오른쪽)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가 주최한 시상식에서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한 시퍼스(오른쪽). 그는 당시 ‘2015 네덜란드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다. /IAAF·시퍼스 인스타그램

(사진 왼쪽)지금은 최고의 스프린터지만 시퍼스는 원래 7종경기 선수였다. 창던지기 등 다양한 종목을 훈련했고 많은 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사진 오른쪽)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가 주최한 시상식에서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한 시퍼스(오른쪽). 그는 당시 ‘2015 네덜란드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다. /IAAF·시퍼스 인스타그램


어릴 적 테니스 라켓을 손에 잡았던 시퍼스는 아홉 살 때 육상에 입문했다. 유연성과 순발력, 힘을 모두 갖춘 그는 다양한 종목에서 점수를 획득해 승부를 겨루는 '7종 경기' 선수로 뛰었다. 17세 때 국내를 평정했고 2010년 세계 주니어선수권에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여러 종목에 출전하느라 늘 부상에 시달렸다. '선택과 집중'을 외친 시퍼스는 지난해 6월 단거리 달리기(100m·200m)에만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시퍼스가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건 지난해 8월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 200m 결선 때였다. 150m 지점까지 4위로 뒤져 있던 그는 남은 거리에서 1위로 뛰어나오는 맹렬한 스퍼트를 과시했다. 21초63. 여자 200m 역사상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시퍼스는 한 달 후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선 세계선수권 3연패와 런던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앨리슨 펠릭스(31·미국)마저 꺾으며 확실한 '일인자'가 됐다.


장신(長身)은 단거리 달리기에 불리하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짧은 피치(보폭)로 빠르게 다리를 움직이는 단신 선수가 유리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몸이 크면 그만큼 강한 공기저항도 감당해야 한다. 이런 상식을 깬 인물이 볼트였다. 195㎝인 그가 놀라운 기록 행진을 벌일 때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시퍼스가 '여자 우사인 볼트'란 평가를 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180㎝인 그는 여자 육상 선수 가운데 키가 매우 큰 편이다. 역대 단거리 부문에서 활약했던 여자 선수 대부분 신장이 165㎝ 내외였다. 여자 100m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프레이저 프라이스(자메이카)는 152㎝다.

시퍼스의 상승세가 너무 빠르자 '약물 도움을 받은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약물 복용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탈모와 여드름인데, 그의 얼굴에 여드름이 많기 때문이다. 시퍼스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여드름이 많은 건 단지 가족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여자 200m 사상 역대 1·2위 기록을 낸 그리피스 조이너와 매리언 존스는 약물을 사용했다는 강한 의혹을 받는다. 지금도 기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시퍼스가 가장 깨끗한(clean) 200m 기록을 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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