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의 `비밀` 풀릴까
거대한 도넛모양 기계로 양성자 충돌 실험, 물질 생성 원리 설명해줄 `신의 입자` 발견
정확한 판단 위해 추가연구…새 입자일수도
"우리는 지난 20년간 화성인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드디어 외계인을 발견했다. 그런데 화성인인지 아니면 또 다른 행성에서 온 생물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지난 4일 유럽입자핵물리연구소(CERN) CMS 한국팀 대표인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자들이 발견한 새로운 입자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자들이 그토록 애타게 찾길 원했던 '신(神)의 입자'가 발견된 것일까, 아니면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입자가 발견된 것일까.
눈으로는 볼 수도 없는 작은 입자 하나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힉스입자(Higgs Boson)'로 추정되는 입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거대한 도넛모양 기계로 양성자 충돌 실험, 물질 생성 원리 설명해줄 `신의 입자` 발견
정확한 판단 위해 추가연구…새 입자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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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입자가속기(LHC) 내부에서 양성자와 양성자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힉스입자 발생 모습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표현한 이미지. 주황색 선은 입자끼리 충돌한 뒤 튕겨나간 궤적이며 빨간색 선이 힉스입자가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흔적이다. <사진 제공=CERN> |
"우리는 지난 20년간 화성인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드디어 외계인을 발견했다. 그런데 화성인인지 아니면 또 다른 행성에서 온 생물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지난 4일 유럽입자핵물리연구소(CERN) CMS 한국팀 대표인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자들이 발견한 새로운 입자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자들이 그토록 애타게 찾길 원했던 '신(神)의 입자'가 발견된 것일까, 아니면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입자가 발견된 것일까.
눈으로는 볼 수도 없는 작은 입자 하나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힉스입자(Higgs Boson)'로 추정되는 입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CERN은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간) "거대강입자가속기(LHC) 실험 결과 힉스입자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입자가 힉스입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추가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회에 모인 전 세계 과학자들은 환호했다.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힉스입자는 대체 어떤 입자이기에 이처럼 학계의 관심 대상이 됐을까.
현대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표준모형'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37억년 전 우주 대폭발(빅뱅)과 함께 여러 입자가 생겨났다. 이 기본 입자들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물질을 이루고 있는 가장 작은 입자다. 이 입자들은 물질을 쪼갤 수 없을 때까지 쪼개고 났을 때 남는 것으로 12개 기본 입자(쿼크 6개ㆍ렙톤 6개)와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4개 매개 입자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이 16개 입자는 실험실이나 우주에서 모두 발견됐다.
하지만 이 16개 입자를 '존재'하게 해주는 힉스입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빅뱅과 함께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힉스입자 덕분에 우주 구석구석에는 '힉스장(場)'이 생겨났다. 16개 입자는 힉스장과 상호작용하면서 질량이 생겼고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물질을 설명해줄 수 있는 표준모형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힉스입자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힉스입자를 찾기 위해 빅뱅 상황을 재현하는 실험을 계획했다. 둘레가 수 ㎞나 되는 거대한 도넛 모양 기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킨 양성자 두 개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쏜 뒤 충돌시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 실험을 계획한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 국립페르미가속기연구소는 1983년 둘레 6.28㎞에 달하는 '테바트론'을 만들었다. 1995년 테바트론은 자연계를 구성하는 12개 기본 입자 중 끝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톱쿼크'를 찾아내며 물리학의 메카로 떠올랐다. 하지만 2008년 CERN이 약 10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둘레 27㎞에 달하는 LHC를 만들면서 테바트론의 입지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재정난과 함께 지난해 9월 테바트론은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CERN의 발표가 있기 이틀 전인 2일 페르미가속기연구소는 10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근거로 "힉스입자의 흔적을 찾아냈다"고 발표했지만 과학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4일 CERN 발표는 과학적 발견이 인정되는 5시그마(170만번 중 한 번 오류가 생길 확률)를 넘겨 새로운 입자가 존재함을 증명했다. 박인규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입자는 추정확률 5.1시그마로 300만번 중 한 번 오류가 생기는 수준"이라며 "흔적이 아닌 과학적으로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CERN이 발견한 입자가 힉스입자인지에 대한 판단은 올해 말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힉스입자는 생성되자마자 붕괴돼 버리는데 이번에 발견된 입자가 이론적으로 알려졌던 힉스입자의 붕괴와 부합하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인규 교수는 "새로 발견된 입자가 힉스입자의 특성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추가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며 "힉스입자가 맞다면 표준모형이 완성되는 것이며 만약 새로운 입자라면 현대물리학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힉스입자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의 발견으로 처음 힉스입자를 제안한 영국 에든버러대 물리학과 피터 힉스를 비롯한 5명의 과학자는(1명 사망) 노벨상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됐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CERN 발표가 난 뒤 외신과 인터뷰하면서 "힉스입자를 처음으로 이론화했던 피터 힉스 교수에게 노벨상을 줘야 한다"며 "이 입자의 상호작용이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나타난다면 표준모형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도 힉스입자와 인연이 깊다. 힉스 교수는 1964년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새로운 입자를 제안했으며 곧이어 5명의 과학자가 같은 이론을 담은 논문을 내놨다.
하지만 힉스입자 이름을 지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주인공인 한국인 과학자 고 이휘소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1972년 이 박사는 미국에서 열린 고에너지물리학회에서 '힉스입자에 미치는 강한 핵력의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처음으로 이 미지의 입자를 힉스 교수 이름을 따 힉스입자로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규 교수는 "빅뱅 이후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우주 탄생 과정에 대한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며 "자연과 세상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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