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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치매 8400명, 한 해 6일 집 찾아 24시간 돌봐준다

중앙일보 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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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환자 가정에 단기 거주
가족 쉴 수 있게 … 하루 1만9570원
현재는 단기시설 맡기는 것만 가능
"안전 문제로 요양사들 기피 우려”
서울 강서구 홍성창(81)씨는 치매에 걸린 아내(76)를 6년째 집에서 돌보고 있다. 하루 4시간 요양보호사가 와서 식사 준비와 청소·빨래 등 가사를 도와주지만 나머지는 홍씨 담당이다. 식사·대소변·목욕 등을 홍씨가 처리한다. 병이 길어지면서 당뇨병이 악화되는 등 홍씨의 건강 상태도 나빠지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오는 시간에 잠깐 짬을 내 아파트를 산책하거나 경로당에 다녀오는 게 전부다. 1년여 전 요양원에 맡겨볼까 했는데 아내가 폭력적 성향을 보여 강제 퇴소하다시피 해 이틀 만에 집으로 데려왔다. 홍씨는 “아내에게 이런 병이 생긴 게 너무 안타깝다. 심리적 고충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아내를 돌보겠느냐’는 생각에 맘을 편히 먹으려 애쓴다”고 말했다.


치매·파킨슨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환자 중 거동이 불편한 중증 환자는 10만9181명이다(지난해 12월 기준). 장기요양보험 1, 2등급 환자다. 이들 중 4만6000여 명은 집에서 가족이 돌본다. 집에서 환자를 돌보는 데 장기요양보험에서 월 120만원가량(환자 부담 18만원) 들어간다. 요양시설은 약 171만원(식비 제외, 환자 부담 약 34만원)이다. 집에서 돌보는 게 비용이 훨씬 덜 든다. 가족의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장기요양보험이 가족에게 지원하는 게 턱없이 부족하다. 가족이 숨 돌릴 틈이 없다.

오는 9월 이들의 숨을 잠깐이나마 틔워주는 ‘치매 가족 휴가제’가 시행된다. 연간 6일 동안 요양보호사가 24시간 환자 집에 기거하며 돌봐준다. 이 시간에 가족이 쉴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다음달 중 ‘장기요양 급여 제공 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 방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고쳐 9월 시행한다. 이 소식을 들은 홍씨는 “그런 게 도입되면 잠깐이라도 심리적 피로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 산소부터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24시간 가정돌봄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 2등급 치매환자에 8가지 치매 행동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주위 도움을 거부하거나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거나 ▶폭언·폭행 등 위협적 행동을 하거나 ▶대소변을 바르는 행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족이 집에서 돌보는 1, 2등급 환자 4만6000여 명 중 대상자는 8400명이다. 하루에 1만9570원을 부담하면 된다.


▶관련 기사

① 치매보험 보장 연령 확대…진단 기준 80세→100세로


② 치매검사 40만원 → 8만원, 24시간 방문 요양서비스


지금도 비슷한 제도가 있긴 하다. 다만 환자를 단기보호시설(보름 정도 환자를 돌보는 기관)에 맡기는 것만 가능하다. 지난해 이용자는 270명에 불과하다(대상자의 0.3%). 환자들이 시설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데다 가족들도 시설에 맡긴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껴서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제도과장은 “요양보호사가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거동이 쉽지 않은 치매 1, 2등급 환자로 대상을 제한했다”며 “제도 시행 결과를 보고 등급·질환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새 제도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후남 대구시 달서구 상록수실버타운 원장은 “치매 환자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갑자기 힘이 세지기 때문에 요양보호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가족은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만 요양보호사는 쉽지 않은 만큼 이런 일을 하려는 요양보호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9월부터 장기요양 5등급 환자의 요양보호사 이용 시간을 월 52시간에서 63시간으로 늘리고 1~4등급 환자도 인지 자극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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