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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이야기> 심경호“끊임없이 묻고 올바른 사상 실천하라”

연합뉴스 임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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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사진/임귀주 기자

심경호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사진/임귀주 기자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심경호(61)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는 한자로 쓰인 시와 소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인문학자다.

한시, 한문소설 등 고전과 유교·불교·도교의 동양철학 속에서 당대의 사상과 역사를 연구하고 현대인에게 주는 의미를 살핀다. 또 조선 시대 천재 문인 김시습을 비롯한 역사적인 인물의 삶과 사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그의 연구는 이렇듯 한자문화권의 고전과 철학, 인물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고 깊이가 있다.

수많은 저서와 강의를 통해 그는 “끊임없이 회의(懷疑)하고 올바른 사상(思想)을 현실 속에서 실천하라”고 주장한다. 또 “사회 속에서 가시 같은 존재가 되라”고 한다.

심 교수는 한문 고전 속에서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가르침과 행간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고문헌을 뒤지고 정리하는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훌륭한 제자들을 둔 것이 행복하다는 한문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문학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 은사이신 정병욱 서울대 국문과 교수님은 시조, 판소리 등 순수하게 우리말로 된 문학을 최고로 치셨어요. 그런데 외국에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북한에서 조선왕조실록을 번역하고 한문 사전을 낸 것을 본 이후부터 한문학을 강조하셨죠.


당시에 저는 한문학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공부와 사회적인 실천을 연관 지어 생각하던 때여서 한문학이라고 하면 청산해야 할 전근대적 유산으로 생각했죠.

그러다 일제강점기 국문학자이신 김태준 선생이 ‘조선한문학사’에서 한문학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한 것을 보게 됐죠. 어린 나이에 불만스러웠어요. 한자로 쓰인 것이 금석문(金石文, 쇠나 돌에 새긴 글씨), 고문서, 간찰(簡札, 한문편지) 등 많은데, 그분이 사용한 자료의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고 생각했죠. 고전에는 무수한 역사와 사회상이 담겨 있으니까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연구를 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 한문학이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 한문은 영어처럼 ‘주어+동사+목적어’로 구성되죠. 우리말과 체계가 다르니까 옛날부터 어려워했어요. 조선 시대 정조 때 보면 문신들이 왕 앞에서 혼이 나요. 배웠다는 사람들도 외우라고 하면 암기하지 못하고 문장을 써오라고 하면 틀리고 그럴 정도였죠. 특히 한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쓰지 못해요. 압운(押韻, 운을 규칙적으로 다는 일)을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암기할 수밖에 없죠. 한문학은 어순이 다를 뿐만 아니라 몹시 어려운 수련을 겪고 만들어야 하고, 정제돼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긴 어려워요.

-- 그러면 한문학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 한문은 맥락이 중요해요. 문맥에 의해 한자의 뜻이 자꾸 달라져요. 생각을 전환하면 굉장히 재미있고 유연한 것이 한문이죠. 의미가 결정돼 있는 게 아니라 관계성 속에서 결정되기 때문이죠. 문맥을 생각한다면 의외로 재미있는 것을 추론하거나 상상할 수 있어요.


한문이 우리의 사유를 담아내는 데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과거에 사람들이 썼던 이유가 있어요. 한문으로 만들어진 고전을 읽지 않으면 당대를 해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지금은 수면(水面)에서 한자와 한문이 없어서 필요 없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 우리의 어순, 어휘라든가 한자 문화권을 생각하면 공용되는 부분이 아주 많아요.

지금도 국가 수장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고사성어나 한시 구절을 인용하잖아요. 이런 것들은 중국 춘추시대부터 있었던 건데 이런 은유, 상징, 비유는 한문이 발달시켜 놓은 미학이죠. 이것은 우리의 언어생활에도 알게 모르게 녹아 있어요.

-- 문학, 철학, 인물 등 연구 범위가 넓습니다. 무게중심은 어디에 있습니까.

▲ 저는 유학자는 아니고 한문학자예요. 한자와 한문으로 쓰인 모든 우리 민족 문화와 고전을 연구하겠다며 공부를 시작했죠. 하지만 어느 하나에 무게를 두지는 않아요.

저서인 ‘한학입문’에 보면 ‘불교 한문’이란 장이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불교 문화유산이 있잖아요. 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그렇지 당시를 이해하려면 불교 한문을 알아야 하거든요. 제가 ‘한국고전문학전집’을 쓰고 있는데 서포 김만중의 ‘서포만필’(西浦漫筆)을 맨 앞에 놓았어요. 김만중은 유학자인데도 우리 문화를 생성하는 데 불교의 힘이 컸다고 했어요. 어떤 문화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것을 흡수해야 하는데 그 당시 불교가 우리 심성에 맞았기 때문이라는 거죠.

결국 접근 방법의 문제예요. 지금 노자나 장자를 몰라서는 옛날 회화 하나도 이해하기 어렵잖아요. 또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등 한자문화권은 굉장히 넓어요. 실크로드에도 한자 문화가 있어요. 그런 것을 다 바라봐야 하죠. 고전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 거죠.

-- ‘김시습 평전’을 내셨습니다. 왜 김시습입니까.

▲ 저희는 사상의 시대를 살았어요. 젊었을 때는 현실 참여나 사상 문제가 굉장히 첨예했는데, 많은 진보 학자의 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배경을 알지 못한 채 공부한 게 참 많았어요. 늘 목마름이 있었죠. 또 한 가지는 이런 사상을 가지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에 대한공부가 부족했어요. 공부할 때 너무 박제된 것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월당 김시습은 유교와 불교를 중시했던 마지막 사람이자, 자기가 공부한 것을 삶에 일치시킨 학자들 가운데 몇 안 되는 사람이에요.가장 절실하고 처절하게 생활했던 사람 중 하나죠. 그를 이해하려면 유교, 불교, 도교를 다 알아야 해요.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상을 살았다’는 거예요. 어떤 사상을 더 체계적이다거나 현실에 맞는다며 관념적으로 바라볼 수는 있지만 그걸사느냐는 다른 문제죠. 마흔이 넘어 이 사람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심취해 사상을 살아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고전이라는 것은 옛사람의 삶을 훔쳐보는 거예요. 그 사람을 훔쳐보면서 그의 삶을 어떻게 올바르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 고투를 했어요.

-- 구체적으로 김시습은 어떤 인물인가요.

▲ 김시습은 태어난 지 여덟 달 만에 한자를 알았고, 세 살 때 시구를 지을 정도로 뛰어난 천재였다고 해요. ‘공자의 환생’이라 여겨질 정도의 유학자이자 불교 최고의 이론가이기도 했죠. 하지만 세조가 조카인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고 죽이는 것을 본 후로는 세속과 인연을 끊고 승려가 되어 방랑길에 올랐어요. 이후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고 농담과 익살로 세상을 조롱했죠.

김시습은 우선 불교적으로 무소유를 실천한 사람이었어요. 완전한 무소유를 위해 어느 절의 주지가 되거나 법당에 앉아서 도를 닦지 않고 방랑을 했죠. 또 도교적으로는 불로장생을 꿈꾼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생명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노동이란 것을 발견해 직접 노동을 했어요. 유교적으로는 단종이 숙부에 의해 죽는 유교적 가치관이 전도되는 사건을 보고 미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런데 사람들이 보신을 위해 행동하고, 학문하던 사람들도 변절하거나 침묵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죠.

김시습은 명분과 예법에 구애받지 않고 방랑하면서 거침없이 행동했고, 방랑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고 애를 썼어요. 우리 국토 산하의 아름다움과 그곳에 깃든 역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했고, 민중의 고달픈 삶을 아파하기도 했죠. 그리고 방랑하면서 글을 많이썼죠. 저는 그런 글쓰기도 바로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김시습은 또 젊었을 때 원효를 발견했어요. 원효는 여러 불교 종파가 분열돼 싸우는 것을 보고 어떻게 더 높은 단계에서 종합하고 화해시킬까를 고민했죠. 또 민중 속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투를 하면서 그런 것을 글로 남겼어요. 실천하면서 글을 쓰는 원효의 모습이 김시습에게는 하나의 모델이 됐다고 생각해요.

-- ‘김시습은 역사 속에서도, 현대에도 가시 같은 존재’라고 하셨습니다.

▲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사적인 인물들이 있어요. 원효, 일연, 김시습, 정약용, 박지원, 강화학파인 이광사와 이건창 등 이런 분들이죠. 특히 강화학파는 탄압을 받으면서도 자기들의 삶을 우리의 주체적인 철학으로 설명하려고 애를 썼어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의 삶과 사상과 학문적인 성과를 일치시켜 나가려고 노력했죠.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박해를 받거나 고통을 겪었지만 그 사람들이 남긴 정화(精華)는 후대에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고 있어요. 그런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제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알려주죠.

김시습은 권력에 종속되지 않고 깨끗한 정의를 실천한 인물이에요. 수많은 권력자는 물론 세조도 김시습을 건드릴 수 없었어요.

우리가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문제들을 생각할 때 이런 김시습과 같은 모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또 ‘나의 현재 모습이 본래의 모습일까’라고 의심하고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서 가시 같다고 하는 거예요.

-- 정치가 국민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김시습이라면 뭐라고 했을까요.

▲ 김시습이 조선 시대에 영의정까지 지낸 정창손을 종로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그는 ‘이놈아 너 때문에 정치가 안 되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다’고 꾸짖죠. 그러니까 정창손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슬금슬금 갔다는 얘기가 있어요.

김시습은 파당이 없었고, 많은 지식인과 민중이 사랑했던 인물이었어요. 잘못 건드렸다간 역사에 오점을 남길 것으로 생각해 다들 피했다고 해요.

시기마다 항상 갈등이 있고 완벽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학문이든, 예술이든 때 묻지 않은 공간이 있어야 하죠. 바로 김시습은 그런 역할을 한 거죠. 오늘날에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분들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우려되는 것은 그런 정치 문제를 가정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요즘 보면 대화 주제가 너무 거기에만 몰려 있어요. 사람들이 식당이나 가정에 모여서 정치 이야기만 한다는 것은 참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 무엇이 잘못돼 있을까요.

▲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을 보면 아일랜드에서는 한 가족 내에서도 신교, 구교, 독립주의자, 예속 주의자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함께식사하며 논쟁을 하다가 뛰쳐나가는 대목이 많아요. 우리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닌데 자칫하다가는 사람들의 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워질 것 같아요. 발전된 사회라면 자유롭게 토론하며 비판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해요.

또 사실이든 아니든 당이나 정치와 관련돼 낙하산 인사를 하는데, 이런 것이 만연하면 사회적으로 무력감을 주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중요한 것은 공정한 고과(考課)예요.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의 핵심 주제도 고과죠. 정약용은 당시 아주 지위가 높고 가문이 좋은사람들은 지방관으로 가지 않으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지방에는 힘없고 그런 사람들이 가는 세태를 직접 체험했어요. 그래서 ‘목민심서’를 쓴 거죠. 오늘날도 모든 부분에서 평가가 공정해야 해요. 옛날보다 많이 투명해졌겠지만 공정하지 않은 고과가 있으면 패배의식을 주게 되죠.

-- 어떻게 공정한 고과를 할 수 있나요.

▲ 결국은 세 가지거든요. 저는 그것을 ‘3M’이라고 해요. 첫째는 마인드(Mind)예요. 왜 이것을 해야 하느냐는 목표와 지향이 있어야한다는 거죠. 둘째는 방법(Method)이에요. 무언가를 이해할 방법을 닦아야 하죠. 세 번째는 지도(Map)가 있어야 해요.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고, 성장하면 어느 범위 내에 있어야 할 것인가이죠. 개인도 국가도 다 그래요. 사람을 평가할 때도 이 세 가지가 갖춰져 있는지를 봐야 하죠. 이런 것을 평가하지 않은 채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면 패배의식이 크겠죠.

논어에서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게 ‘지인’(知人)이에요. 지인이 곧 인(仁)이라고까지 했어요. 올바른 사람을 알아서 그 사람을 적재적소에 써야만 국가가 바로 서고 백성의 삶이 윤택하게 된다고 본 거죠. 김시습은 정당하지 못한 사람이 임용됐다는 소식을 듣고 꺼이꺼이울면서 우리나라 백성이 복이 없다고 말했어요.

정치의 기본은 ‘용인’(用人)이에요. 사람을 쓰기 위해서는 사람을 알아야죠. 또 지인을 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거예요.

--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 ‘현재 내 모습이 본래의 모습일까, 아닐까’라고 스스로 묻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부정하거나 불만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올바를까’질문을 던지는 거죠. 학문할 때도, 사람을 대할 때도 자기 자신에 대해 의문을 던져야 해요. 회의(懷疑)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죠.

중용에서 ‘극고명이도중용’(極高明而道中庸)이라는 말이 있어요. 높고도 밝은 상태를 극도로 이뤄야 하는 게 인간의 이상이에요. 지혜가 높고 밝다는 것, 또 인격적으로 훌륭하다는 것이 이상이죠. 그런데 그런 게 어디 멀리 떨어져서 하는 게 아니에요. 김시습은 절에 가서 주지가 되지 않고 민중 속에서 살았어요. 내가 부대끼는 삶을 떠나서 인격적으로 완벽한 인간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현실 세계를 떠나지 않으면서, 현실에 타협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고명한 상태로 나아가는 것, 자기를 부정하고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이런 끊임없는 자기 회의가 누구에게나 필요하죠.

-- 개인의 행복과도 연결이 될까요.

▲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자율적으로 살아간다는 확신이 섰을 때가 행복이죠. 휘둘린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구속이에요. 논어에 ‘위인유기, 이유인호재’(爲仁由己, 而由人乎哉)란 말이 있어요. ‘인을 행하는 것이 자기로부터 말미암은 것이지 남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냐’라는 뜻이죠. 인간으로 정당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나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라는 거죠.

-- 저서 ‘내면기행’에서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고전을 하면 모두 달관해서 어려움이 하나도 없고 즐거울 거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고명의 단계로 가기 위해 고투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현실은 자기를 완성하거나 드러낼 수 없게 일그러져 있어요. 어쩔 수 없는 결함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데, 결함에 빠져만 있으면 슬프겠죠. 하지만 인간에게는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어요. 본래의 모습이 뭔가 하고 회의를 하죠. 옛날 사람들은 그때 죽음을 화두로 삼았어요.

죽음은 절박한 문제죠. 그런데 학문적으로 훌륭한 분들은 모두 자기 묘비명을 스스로 썼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이 시점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졌어요. 다산 정약용도 60세에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이란 것을 썼고 퇴계 이황도 돌아가실 때 묘지명을 썼죠.

저는 자서전을 쓴다는 생각에서 ‘내면기행’을 썼어요.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볼 기회로 자서전 쓰기를 하라고 제안하고 싶었어요. 삶을 충실하게 살기 위해 자기 묘지명이나 자서전을 쓰는 게 중요해요. 저는 제 책이 자서전이에요. 당시 이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했다는 고백이죠. 저는 ‘내면기행’을 쓴 다음에 뇌종양 수술을 받았어요. 다행히 암도 아니고 수술도 잘 끝났어요. 오른쪽 귀가 잘 안 들리긴 하지만요. 이것도 하나의 삶의 경고겠지요.

-- 삶에 도움이 되는 고전의 한 구절을 알려주세요.

▲ 당나라 때 시인 왕지환의 오언절구 시 ‘등관작루’(登鵲樓)의 마지막 구절에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라는 말이 있어요.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물한 서예 작품에 담겨 있죠. 누대에 올라서 이미 황허도 저 멀리 보이고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보이지만 내 시야에 만족하지 않고 천 리까지 바라보는 시선을 바라며 한 층을 더 올라간다는 거예요. 주역에서는 이것을 ‘자강불식’(自彊不息)이라고 해요.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뜻이죠.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회의하고 본래의 모습을 찾아 나가라는 뜻입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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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교수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올바른 사상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임귀주 기자

심 교수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올바른 사상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임귀주 기자



심 교수는 "올바른 사람을 적재적소에 써야만 국가가 바로 서고 백성의 삶이 윤택하게 된다"며 '공정한 고과'를 강조했다. 사진/임귀주 기자

심 교수는 "올바른 사람을 적재적소에 써야만 국가가 바로 서고 백성의 삶이 윤택하게 된다"며 '공정한 고과'를 강조했다. 사진/임귀주 기자



고려대학교 교수실에서 만난 심 교수. 사진/임귀주 기자

고려대학교 교수실에서 만난 심 교수. 사진/임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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