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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방산 비리, 언제 끝을 볼 것인가

연합뉴스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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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군 전력지원물자 비리에 대한 감사결과는 다시 한 번 국방부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허물었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국방부,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까지 관계기관이 총동원된 방위산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총 1조원대의 비리를 적발하고 활동을 종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터진 것이다. 감사원에 의하면 육군 소장 출신의 국방부 1급 공무원은 이미 성능이 입증된 철갑탄 방탄복 조달계획을 돌연 철회하고 특정업체에 일반방탄복 독점공급권을 줬다. 독점공급권의 규모는 2천700억 원대에 달했다. 그런데 이 방탄복은 시험결과 북한이 개발한 고강도 철갑탄에 완전히 뚫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방탄복은 이미 재작년과 작년에 걸쳐 일선 부대와 해외 파병 부대에 3만5천여 벌(260억 원어치)이 지급됐다. 해당 공무원은 대가로 부인을 이 업체 계열사에 위장 취업시킨 뒤 돈을 받았다.

전직 육군 영관급 장교도 국방부 내부정보를 이 업체에 제공하고 돈을 챙겼고,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는 이 업체에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했다. 육사의 어느 교수는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하고 금품을 받고 전역 후에는 이 업체의 연구소장으로 변신했다. 2008년부터 2014년에 걸쳐 이 업체와 계열사에는 29명의 전직 육군 장교가 재취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방위사업청의 어느 장성은 방탄헬멧 입찰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에 특정업체에 납품권이 돌아가도록 한 뒤 전역후 이 업체에 취업했다. 업체와 국방부 공무원, 연구기관이 똘똘 뭉친 후안무치한 방산비리의 결정판을 보여준다. 전투기와 작전헬기, 함정에서 헬멧과 방탄복까지 군 장비 계약의 특혜와 이에 따른 뇌물·재취업의 비리 사슬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전시였다면 불량 방탄복을 입은 3만5천여 명의 우리 군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거나 다쳤을 가능성이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분노가 치민다. 감사원은 이번 전력지원물자 조달과 관련한 감사에서 11건의 문제를 적발하고 2명의 징계를 국방부에 요구하는 한편 전직 장성과 장교, 공무원, 업체 관계자 등 13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한 수사를 강도높게 벌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리 연루자를 가려내 엄벌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켜봤듯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각종 보급품이나 전투장비와 관련한 비리는 이것만이 아닐 것이다. 감사원은 상시적인 군 비리 감사에 나서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이번 감사는 국방부와 군이 그간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대부분의 군 장비 관련 공직자와 장교들은 국가와 군을 위해 맡은 바 직무를 사심 없이 묵묵하게 수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를 방치하면 흙탕물은 갈수록 진해진다. 비리의 싹을 지우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투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비와 관련한 비리는 용납될 수 없다. 명백한 이적행위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혈세를 파먹는 파렴치 행위이기도 하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방산 비리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치고, 결국은 국방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비리 근절을 위한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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