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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의 부산갈매기] 태종대 자살바위는 살아있다!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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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부산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태종대. 태종대는 왜 태종대라고 이름지어졌을까? 역사공부를 좀 해보자.

태종대(太宗臺)는 1972년 6월26일 부산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었다. 영도의 남동쪽 끝에 위치하는 해발고도 200m 이하의 구릉지역으로, 부산 일대에서 보기 드문 울창한 숲과 기암 괴석으로 된 해식절벽 및 푸른 바다 등이 조화를 이룬다. 옛날에 신선이 살던 곳이라 하여 신선대(神仙臺)라고도 불렀다.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이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룩한 후, 전국을 순회하던 중 이곳의 빼어난 해안 절경에 심취, 활을 쏘며 즐겼던 곳이라 하여 태종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이곳 태종대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렀을 곳이 바로 자살바위다. 자살바위 위에 서면 누구나 “왜 자살바위인지 알겠네!”하며 쉽게 수긍한다. 워낙 뛰어난 경관이 펼쳐져 생을 마감하고자 자살바위를 선택했을 거란 추측에서다. 오륙도(五六島)가 가깝게 보이고, 맑은 날씨에는 56㎞ 거리인 일본 쓰시마섬(對馬島)이 희미하게 보이기도 한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에서는 삶의 고뇌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영도다리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국내 최초 도개교로 유명하고 전후 헤어진 가족과의 약속 장소로 애환이 깃든 영도다리에서 자살자가 급증하자, 경찰력을 동원해 영도다리에서의 자살을 막기에 이르렀다. 영도다리에서 자살이 여의치 않자 자연스레 다음 자살장소로 떠오른 곳이 태종대 자살바위란 얘기다. 이후 부산의 자살명소는 태종대 자살바위로 바뀌어 뜻하지 않은 유명세를 탔다.

부산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태종대 자살바위. 자살바위 스카이워크 설치 계획은 태종대를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키운다는 부산시의 의지가 담겼다.

부산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태종대 자살바위. 자살바위 스카이워크 설치 계획은 태종대를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키운다는 부산시의 의지가 담겼다.


20세기 자살바위의 21세기 모습은 어떨까.

현재 자살바위에서는 자살자가 없다. 태종대가 유원지로 바뀌면서 오후 6시 이후로는 일반인의 출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자살바위의 현재 모습은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바뀌었다. 평일에도 이 바위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젊은 객기에 바위 끝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면 용맹을 뽐내는 청년들의 모습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와~ 무섭다! 무서워서 자살도 못하겠네!”, “여기서 뛰어 내리면 일본까지 가겠네?” 자살바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농담으로 허세를 떤다.

부산에서는 자살바위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는 갖가지 아이디어가 논의됐다. 번지점프대를 설치해 ‘자살체험’을 관광상품화 하자는 다소 독특한 의견도 있었다. 안전만 보장되고 설치가 가능하다면 못할 것도 없었지만 여러가지 검토 끝에 스카이워크(Skywalk)를 설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바위 끝에 바닥이 투명한 관람대를 설치해 허공을 걸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가장 유명한 스카이워크는 미국 그랜드캐니언에 있다. 해발 1219m 절벽 끝에서 21m쯤 튀어나온 U자 모양으로 바닥은 투명한 특수 유리다. 가까운 중국 충칭시 싼샤협곡에 있는 스카이워크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춘천 의암, 강원도 정선읍 병방치, 부산 남구 오륙도에 국내 3대 스카이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2013년 개장한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지난해 방문객 100만 명을 넘겼다.


자살바위 스카이워크 설치 계획은 태종대를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키운다는 부산시의 의지가 담겼다. 천혜의 절경을 보유하고 있지만, 문화재보호구역에 묶인 태종대를 기존의 관리 차원에서 벗어나 개발을 통해 관광 인프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부산시는 3억 원을 들여 ‘태종대 관광 활성화’를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은 문화재보호구역이 해제되면 보도 바깥쪽에 보행덱을 설치해 유원지 일대를 둘러보는 갈맷길을 만들고, 명소인 자살바위에 스카이워크를 조성할 방침이다. 또 유원지 입구에 호텔을 건립하고 전망대에도 복합시설을 도입해 관광객의 편의를 증진할 계획이다.

태종대 유원지와 자살바위는 1~2년만 지나면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20세기 비운의 자살바위가 21세기 또 하나의 부산 관광명소로 부각될 수도 있을테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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