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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태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화강석으로 쌓은 첫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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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누구의 도움도 안받고 전부 프리핸드 드로잉으로 도면을 그렸지요.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거기서부터 시작했어요. 지금봐도 만족합니다"

18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만난 건축가 김태수(80)씨가 30년전으로 세월을 돌렸다.

1986년 건립된 과천관을 설계한 그는 "당시 미국에 있는 사람을 끼워준건 그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과천관을 설계하게 된 건 정부의 지침때문이다. 1983년 88올림픽을 위해 '문화시설 현상지침'이 나왔다. 그 지침은 건물 '만평', 조각전시장 '만평'이었다. 과천관부지는 면적 7만 3360㎡(2만2230평), 건물 연면적 3만4990㎡(1만600평)에 3만3000㎡(1만평)의 야외 조각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있던 그에게 건축가 김원이 연락해왔다. "미술관 지명현상에 세명의 지명건축가 중에 내가 선정되었다고 해요"

당시 국내에서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 윤승중씨와 함께 선정됐지만 중간에 윤승중씨가 거절해서 김수근씨와 맞붙는 상황이 됐다.


연락을 받은 건 마감을 한달 반을 앞둔상황이었다. 김태수씨는 "마감 열흘전에 도면을 싸들고 서울로 왔다"

덕수궁관에서 사이트 플랜과 지침을 받은후 '수원성과 절'을 돌고 와서 작업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불도저가 없어서 땅을 깎을 수도 없었다. "대지를 어떻게 이용해서 건물을 만드느냐. 우리나라 절에 많지 않습니까. 다리 벽 층층대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마지막으로 입구에 들어간다든지 하는 시퀀스, 이런 것들을 갖다가 종합적으로 설계했죠. 기본 설계는 미국에서 다 했는데,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미술관 설계로 시도되지 않은 기계전기등기본 설계를 다 해왔어요"


마감 마지막날 밤을 세우고 해가 올라오는 걸 보면서 설계를 끝냈다. 그렇게 제출한 후 바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선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나이 43세였다.

김태수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새로운 공법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첫째, 이전에는 모두 습식으로 하던 걸 건식 방법으로 돌 쌓는 걸 처음 시도했다. 특히 화강석을 건물에 최초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는 "산과 조화되는 건축을 짓고 싶었는데, 청계산에 있는 돌하고 똑같은 색을 외벽에 쓰고 싶어서 우리나라 화강석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만 해도 건축물들은 동방생명 본관같이 빨간 수입석으로 지었어요. 저는 수입석 같은 걸 절대로 쓰지않고 화강석을 쓴다고 했더니, 당시 관장이 화강석은 우리나라에서 건물에 안쓴다고 그러더라고요. 너무 흔한 돌이라 많이 써봐야 돌담 만드는 정도에나 쓰인다고…."

하지만 그는 미술관 건물 전부를 화강석으로 지었다. 이후 국내의 많은 건물이 한 색깔로 된 화강석 돌로 많이 지어지기도 했다.

당시 '박스 건축가'로 알려져 있던 그가 미술관에 선보인 곡선과 둥근 지붕은 건축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당시에 한국 건축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아닌, 안티 리액션에 의해 설계 된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와서 보니깐 건물을 지을때 땅을깎아 높은 벽을 세워 주변환경과 부조화되는 것이 불만족스러웠어요. 우리 유산에서 영향을 받아서 보여주는 건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미술관 대지 자체도 가파르지만 아름다운 산이 있는 조건에 맞춰 오버 리액션을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1970년대 문화공보부가 설립되면서 문화행정과 정책개발이 정부차원에서 관리되기 시작하면서 건립된 정부의 대표 건축물이다. 당시 문예진흥 차원에서 많은 박물관들이 건립되기 시작했는데 국립부여, 민속박물관, 공주 박물관, 경주박물관등이 이 시기에 개관했다. 하지만 당시의 박물관 건축은 전시공간이나 운영의 측면보다는 박물관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전통성의 표현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통건축의 요소가 외견상 형태적으로 재현되는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평면과 공간구성과 이용에는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건축이 갖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탈피하여 전통의 현대적 해석과 공간과 조형성의 탐구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미술관은 멀리서 오면서 보면 능선위에 얹히어 놓여 있으며 가까이 오면서 각도가 틀려지면서 그 보이는 모양이 틀려진다. 좀 더 가까이 오면 건물은 사라지고 담만 보이게 되며, 도로를 돌아 미술관 입구 진입로로 가까이 오면 별안간 단 형태의 미술관이 놀랍게 나타나고 진입다리 앞에 오면 시메트릭하게 미술관 전경이 파노라믹하게 보여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외관은 언뜻 보면 서양의 성곽을 떠올리게 한다. 도심 속이 아닌 산세에 자리한 미술관 부지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건축가는 자연과 조화로운 건축을 추구하면서 축대, 정자, 봉화와 같은 요소들, 특히 사찰건축의 도입부의 변화 등을 활용하여 배치에 활용했다. 연면적 3만 제곱미터 이상의 대규모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보면 산세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듯 보인다.

그의 건축 철학은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꼽히는 루이스 칸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는 '건물이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절제된 형태 속에 영감과 사색의 공간을 창출한 건축가다.

김태수씨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 입학했다. 이유는 단 하나. 대학 3학년 우연히 'PA'잡지를 보다가 특이한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오면서 감동을 받았던 작품때문이었다. 루이스 칸의 작품었는데 당시 서울대 교수들도 잘 모르는 건축가였다. 미스 반 데로에, 발터 그로피우스, 르 꼬르뷔제와는 달리 현대적이면서 과거의 유산, 이집트 시대에서부터 이 유산을 어딘지 연결해주는 휴머니티의 느낌을 받았다. "그건 콘크리트로 된 지붕이 있던 예일아트갤러리였어요"

루이스칸이 예일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걸 보고 지원을 해서 입학허가를 받았다. 석사학위를 받고 뉴욕 필립 존슨 사무실에서 6년을 일했다. 물론, 루이스칸과 일을 하고싶어 포트폴로리오를 들고 사무실앞에서 진을 치고 앉아있기도 했었다. 결국 루이스칸을 만나 졸업작품을 보여줬더니 작업은 좋지만 지금은 당장 일이 없고, 3개월후 일이 들어올 것 같으니 기다리라고 했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예일대 재학시절 한국의 정서와 풍경과 같은 개인적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그는 '밴 블록 주택'이라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건축을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공공건물로 작업의 영역이 확대된다. 이 중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미들버리 초등학교'는 그를 스타 건축가로 올려놓게 된다. 이후 미국 건축가협회상등 30여차례 수상하며 현재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스로의 작품을 "단순함에 관한 이야기"라는 김태수씨는 단순함과 간결함 속에서 건축의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다. '박스의 건축가로 알려진 그의 건축은 어떠한 어떠한 건축양식을 따르는 것과는 거리를 두었다. 대신 건축이 땅과 역사, 그리고 프로젝트의 물리적, 문화적, 역사적 조건을 발견하는 데서 참신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

"대지를 보면 건물이 보여요. 대지로 보고 나는 그러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자평한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상징으로 되어 있는 백남준의 '다다익선'에 대해서 한마디 했다.

"답답하잖아요. 그걸 놓으려고 한게 아니에요. 뉴욕에서 만났던 백남준씨도 어떻게 내 작품에 딱 맞게 설계했냐고 하던데 그때도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었지요."

원래 '다다익선'은 10년간 전시계약을 했지만 과천관의 상징이 되어 28년째 그 자리에 '붙박이 작품'이 되어 있다. '달팽이 관' 처럼 이어져 개방감이 특징인 공간은 검은 TV화면에 갇혀 원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수씨는 미술관 내부 3층 규모로 뻥뚫린 중정을 바라보면 "좋지않아요?" 되물었다.

1961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50년 넘게 미국에서 평생 건축가로서 살고 있는 그의 건축철학과 사고를 살펴볼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19일부터 과천관 30년 특별전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로 '김태수'전을 선보인다.국립현대미술관의 과천관 이전 30주년을 기념하는 첫 번째 특별전이자 2014년부터 시작된 현대미술작가시리즈 건축분야의 두 번째 전시다.

이번 전시는 건축가 김태수의 삶과 작품을 작가의 시기별로 조망한다. 국내 학창시절에서부터 미국 유학시절 그리고 건축사사무소 운영 시기 등이 연대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속한 지역의 조건에 탁월하게 적응하는 건축을 꾀하는 김태수의 작품에서 한국 현대건축 흐름과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6월6일까지.02-2188-6000.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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