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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위반' 170억날린 30대훈男, 지금은…

매일경제 고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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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바다, 이르면 8월 전면 개편
사람냄새 나는 음악사이트로 탈바꿈



"아직도 소리바다가 살아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분쟁을 워낙 많이 겪다보니 그 분쟁 속에서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소리바다 양정환(38) 대표의 말이다. 자조적인 말이지만 그 이면에는 '앞으로는 다를 것'이란 자신감도 묻어있었다.

사실 누가 보아도 소리바다의 전성기는 지났다. 2006년 유료화 이후 '멜론'과 함께 음원 시장을 양분했던 주인공이 바로 소리바다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명성에 비해 많이 왜소해졌다. 페이지뷰 기준 음악 사이트 시장점유율은 10.31%. 멜론(37.4%), 벅스(21.4%) 엠넷(19.3%)에 이어 네 번째다. 지난 해에는 매출액 262억원에 당기순이익 43억원을 기록했다. 한 때 75만명이 넘던 회원수는 이제 30만명에도 못 미친다.

소리바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야기는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정환 대표는 1974년생으로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콜롬비아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2000년 그의 친형 양일환 현 소리바다 CTO(최고 기술책임자)와 함께 음악 플레이어 '소리통'을 만들었다. 당시 '윈엠프'가 주름 잡던 음악 플레이어 시장에서 소리통은 플레이어 부문 다운로드수 상위 5위 내에 랭크되는 등 나름대로 반향을 일으켰다. P2P 음악 공유 프로그램 '소리바다'는 사실 소리통에 탑재되는 부가 기능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미국에는 넵스터라는 P2P 음악 공유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아시아 언어 자체를 지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소리통에 넵스터처럼 음악을 검색하고 이용자들이 서로 음악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넣은 것이죠."


이게 바로 '소리바다 Ver 1.0'이다. 사무실도 없이 둘째 형네 집에서 월 2만원의 임대 서버 하나로 소리바다가 시작됐다. 급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순수 P2P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소리바다 첫번째 버전이 출시된 지 한달여 만이다. 이후 1~2년 간은 소리바다의 세상이었다. 음반 시장은 완전히 가라앉았고 CD 플레이어의 자리를 MP3 플레이어가 꿰찼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전에 소송전이 시작됐다. 2001년 음반제작자들과 저작권협회의 소송을 시작으로 서울음반, JYP Ent. 등 민.형사 소송이 이어졌다. 사이트 개편 때마다 서비스 중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왔고 본안 소송이 이어졌다. 실제로 소송에서 지면서 서비스가 중단된 적도 있다. 이 모든 소송이 종료되고 합의를 보는 데 무려 7년이 걸렸다.

"소리바다가 2007년, 2008년 2년간 적자를 냈는데 적자 요인이 바로 보상합의금 때문이었어요. 지금 사업 규모가 그때보다 더 작아졌는데 흑자가 나는 것도 보상금 비용이 없어진 덕분이죠."


실제로 소리바다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 지불한 보상합의금은 총 175억원에 달한다.

지난한 분쟁이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소리바다 입장에서는 급격히 늘어나는 이용자 기반을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다.

"사실 2001년부터 유료 모델로 전환하고 수익을 저작권자, 제작자들과 공유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하지만 당시에는 음반제작자협회가 구성조차 안 돼 있던 시기였고 분쟁이 터지면서 음악계의 사람들이 사이트 폐쇄만을 요구했습니다."


양대표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왕년의 스타' 소리바다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소리바다는 오는 8~9월 중 서비스 전면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디자인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기저에 있는 DB시스템부터 완전히 새로운 틀로 바꾼다. '소리바다 2.0'이라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소리바다를 사람 냄새가 나는 소셜 음악 사이트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연동한 소셜 기능을 기반으로 누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확인하고 그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뀐다.

양 대표는 "음악은 원래 가수가 있고 팬이 있고 그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소셜한 것"이라며 "단순히 상점을 방문해 음악을 구매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서비스 이용자들이 다른 음악 사이트와 완전히 다른 진짜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도 확장해가고 있다. 소리바다는 자회사로 윌엔터테인먼트와 소리바다게임즈를 설립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게임 사업으로 영업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윌엔터테인먼트는 여배우 이지아가 소속돼 있다. 소리바다게임즈는 페이스북 게임을 중심으로 신작들을 내놓고 있다.

"음악과 게임, 영화는 모두 제작사와 배급사 형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비슷한 산업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현대화된 음악쪽을 보면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이 가장 파워풀하기 때문에 우리도 게임, 영화 등에서 새로운 기회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무료 채팅·통화 애플리케이션 '폰도라'도 준비 중이다. 카카오톡과 비슷한 류의 앱이다. 예전 소리바다처럼 P2P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이용자가 급증해도 중앙 서버의 트래픽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P2P 방식이던 예전의 소리바다도 서버 한 대만 갖고 운영했다. 비용 부담이 적어 수익성을 찾을 때까지 롱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물론 폰도라의 무료 통화 서비스도 요금제에 따른 제한 대상이 된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무료통화 서비스 '보이스톡'에 관한 통화 품질 논란에는 이미 대비책을 마련해뒀다.

그는 "앱 개발 과정에서 우리도 카카오톡이 주장하는 대로 이통사들이 고가의 장비를 통해 패킷을 하나씩 빼는 방식으로 무료통화 서비스의 품질을 낮추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패킷 빼기를 좀더 어렵게 하는 기술을 장착했다"라고 말했다.

◆He is…

소리바다 양정환 대표는 1974년 생으로 올해 39세다.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콜롬비아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소리바다를 시작하면서 한국에 들어왔다. 소리바다가 정식 법인화된 것은 지난 2003년으로 이때부터 지금까지 소리바다 대표 이사직을 맡고 있다. 음악 사이트 대표답게 기타가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종종 사내 밴드에서 기타를 친다.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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