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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한국아이닷컴 자료사진) |
"서울대 출신이라고 속이고 대리부에 지원한 남성으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을 뻔했어요. 자칫 사기꾼의 아이를 가질 뻔했죠.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대리부의 정자로 임신하려다가 가짜 신상정보를 제공한 남성에게 크게 데일 뻔한 30대 여성 A씨가 20일 오후 한국아이닷컴에 전화를 걸어왔다.
A씨는 '대리부가 신종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내용의 한국아이닷컴의 기사를 읽고 정자은행을 통하지 않은 정자 거래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고 했다.
대리부 지원 남성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밝힌 A씨가 털어놓은 사연은 충격적이었다. A씨는 한 영유아 교육 정보 공유 카페에서 자신을 서울대 졸업자이자 서울대병원 직원으로 소개한 남성 B씨의 글을 읽었다.
B씨는 “1등급 대리부다. 우연히 TV를 보다 (대리부에 대해) 알게 돼 지원한다. 병원신분증, 대학교 학생증, 졸업증명서 등 다 있다”고 적었다. 글을 읽은 A씨는 이 남성에게 연락을 취해 이메일로 증명서를 받았다. 그러나 확인 결과 B씨가 보내 온 증명서는 모두 가짜였다.
A씨는 “어렵게 대리부 임신을 결정한 만큼 남성의 신상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싶어서 각종 증명서의 위조 여부를 확인했다”면서 “서울대 졸업생이라는 말도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한다는 말도 모두 거짓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B씨를 고발하려고 변호사를 찾아갔다. A씨는 워낙 가짜 증명서가 준 충격이 컸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생명윤리안전법률에 따르면 난자매매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지만 대리부에 관한 처벌 규정은 딱히 없다. A씨의 경우처럼 용기를 내 관련 부처에 고발하지 않는 이상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어렵다. 또 당사자들이 잡아떼면 손 쓸 방도가 없어 사실상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 따라서 A씨를 농락한 B씨를 생명윤리안전법률에 따라 처벌하는 건 불가능하다.
A씨는 “변호사에게 상의한 결과 ‘공문서 및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 B씨를 처벌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꼭 고발해서 B씨가 법의 처분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A씨 사연은 140여개 정도 되는 대한민국의 정자은행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자 기증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데다 유전자 정보 등이 꼬리표를 달고 정자 기증자를 평생 따라다니기 때문에 정자를 기증하겠다는 마음이 있어도 쉽게 실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대리부 지원자가 큰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정자 기증 대가로 여성에게 직접적인 성관계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박춘선 아가야 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부 대리부는 손쉬운 돈벌이와 함께 성적 쾌락을 위해 자연적인 관계를 원한다”면서 “대리부 문제가 생기는 건 몰지각한 남성들의 이해 관계가 (임신을 원하는 불임부부의 이해관계와) 서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자 기증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절박한 처지의 난임 부부와 순수한 마음으로 정자를 제공하려는 사람을 함께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정액, 유전자, 염색체를 검사해야 정자은행에 정자를 기증할 수 있다. 6개월 후에 똑같은 검사를 반복해야 한다”면서 “누가 순수한 마음으로 이렇게 번거로운 기증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정자 기증 장벽을 낮추려면 생명윤리안전법률에 대리부 법조항을 하루빨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또 여성 난임과 비교해 남성 난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매우 낮다면서 캠페인 등을 통해 남성 난임의 실상을 널리 알리는 것도 대리부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한국아이닷컴 조옥희 기자 hermes@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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