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6)과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48) 부부가 결혼 17년 만에 이혼했다. 이혼 소송의 최대 쟁점이었던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은 이 사장이 갖게 됐다.
1999년 8월 결혼 당시 ‘재벌가 자녀와 평사원의 만남’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두 사람이 이혼을 선택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만남부터 결혼까지
1999년 8월 결혼 당시 ‘재벌가 자녀와 평사원의 만남’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두 사람이 이혼을 선택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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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상임고문은 부친이 개인사업을 하는 평범한 가정의 2남2녀 중 장남으로 단국대 전산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2월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이부진 사장과 임 상임고문이 언제 처음 만났는지는 확실치 않다. 1999년 5월 25일자 경향신문 기사는 두 사람이 4년전 이 사장의 친구의 소개로 만나 급격히 가까워졌으며 교제 3년만인 1998년 양가 부모의 결혼 승낙을 받았다고 전했다.
같은 해 8월 11일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전한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계열사로 보안시스템 업체인 에스원에 입사한 임 상임고문은 신입사원 자원봉사활동에서 이 사장과 첫 인사를 나눴고 이듬해 삼성복합문화단지추진 기획단에서 다시 만났다.
기획단은 이 회장의 자택이 있는 서울 한남동 근처에 문화타운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 사장은 당시 기획팀의 일원으로, 임 상임고문은 보안담당일을 하면서 교제를 시작했다.
이 사장은 당시 가족에게 교제 사실을 알리면서 임 상임고문이 “남자답고 착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양가 부모의 반대가 심했으나 이 사장이 이를 모두 헤치고 결혼을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사에서 인용한 삼성 관계자는 “부진씨가 처음 결혼 얘기를 꺼냈을 당시 이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가 만류한 것으로 안다”며 “부진씨는 사랑 하나만으로 오랜 설득과 기다림 끝에 결국 지난해 부모의 허락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두 살 터울인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함께 삼성그룹의 도쿄 본사에 파견 형식으로 근무하면서 결혼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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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결혼식을 보도한 1999년 8월 11일 경향신문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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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원과 재벌가 맏딸의 결혼식
두 사람의 결혼식은 1999년 8월 11일 호텔신라에서 치러졌다. 결혼식에는 양가 친지와 삼성 계열사 사장단 등 약 500명이 참석했다. 당시 사촌지간인 신세계백화점 정용진 상무와 부부관계에 있었던 배우 고현정씨도 참석했다.
결혼식 주례는 이현재 전 총리(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두 사람이 결혼식 피로연을 위해 주문한 중국식 코스 요리의 식대는 1인당 4만원으로 당시 특1급 호텔의 식대로는 저렴한 편이었다.
두 사람은 결혼식 후 동남아로 6박7일간 신혼여행을 떠났고 이후 강남의 한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해 신혼생활을 보낸 뒤 이듬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임 상임고문은 MIT 경영전문대학원에 유학을 했다. 삼성가의 일원으로 경영 수업을 받을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삼성에 돌아와 삼성물산 도쿄주재원, 삼성전자 미주본사 전략팀을 거쳐 2005년 삼성전기 상무보로, 2009년에는 전무, 2011년 부사장까지 빠르게 승진했다.
이 사장은 2001년 8월부터 호텔신라 기획팀으로 출근하면서 호텔신라를 물려받기 위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05년 이 사장은 호텔신라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왜 이혼했나?
때로 현대판 신데랄라 스토리로 미화됐던 두 사람의 결혼은 2014년 10월 이 사장이 이혼조정과 친권자 지정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파경을 맞게 됐다. 당시 이미 별거 상태에 있었는데 이혼 이유는 성격 차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 조정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6개월 간 가사조사 절차가 진행됐고, 면접조사도 4차례 이뤄졌다. 가사조사는 가사조사관이 이혼 당사자를 각각 불러서 혼인 기간 동안 있었던 제반 사항들에 대해 조사한 뒤 판사가 판결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임 상임고문은 “가정을 지키고 싶다. 자녀 친권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혼할 뜻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1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가사2단독 재판부(주진오 판사)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이 사장에게 부여했다. 임 상임고문에게는 월 1회의 면접교섭권이 주어졌다.
법원이 친권과 양육권을 임 상임고문이 아닌 이 사장에게 부여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임우재 고문의 주장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실제 임 상임고문 측은 이날 판결 이후 불만을 표하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주영재 jyj@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