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17일, 오랜 스타워즈 팬들을 기다리게 했던 기대작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드디어 개봉했다. 나름 스타워즈 팬인 씨군도 개봉하자마자 달려가서 오랜 갈증을 해소했다. 비록 국내에서 새로운 스타워즈에 대한 반응은 뜨뜻미지근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그야말로 광풍이 불고 있다. 기존 '대작' 영화들이 세웠던 온갖 기록들을 실시간으로 갈아치웠을 정도다.
당연히 스타워즈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특히 영화 개봉 얼마 전부터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반다이의 스타워즈 관련 프라모델 제품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 중이다. 물론 그중에서 단연 톱은 '밀레니엄 팔콘(MILLENNIUM FALCON)'이다.

'밀레니엄 팔콘'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 작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 주인공 일행인 밀수업자 '한 솔로'의 우주선으로 등장했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말처럼 겉으로는 낡아빠진 우주선이지만 설정상으로 '우주에서 가장 빠른 우주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첫 등장 이래 주인공 일행과 동고동락하는 모습을 보여 역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기체 중 하나였는데, 이번 <깨어난 포스>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침으로써 기존 팬은 물론, 신규 팬들에게까지 다시 한 번 눈도장을 콱 찍었다.

일단 프라모델 박스 아트부터 인상적이다. 날렵한 전투기가아닌 육중한 수송기지만, 그 특유의 디자인이 박스 전면에 가득 차게 그려져 있어 팬들의 시선을 대번에 잡아끈다.
박스 덩치는 지금까지 나온 반다이 스타워즈 프라모델 중 2번째로 크다. 가장 큰 것은 1/48 규격으로 나온 X-윙(X-Wing) 제품이다. 어쨌든 박스 두께만 해도 두툼한 것이 상당한 양의 내용물이 들어있음을 짐작케 한다.

측면의 조립 예시 사진을 보면 입을 다물 수 없다. '고물 우주선'이라고 불리는 기체답게 여기저기 낡은 듯한 모양새와 얽히고설킨 각종 배관, 구석구석 세밀하게 재현된 몰드 등을 보면 영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처럼 섬세함이 살아있다.
박스 덩치가 큰 만큼 구성물의 양도 적지 않다. 특히 동체 상/하면을 구성하는 통짜 부품 2개가 눈에 띈다. 런너와 전체적인 부품 수는 HG급 건프라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정도다.
문제는 거의 밀리미터 단위의 조그마한 부품들의 수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케일 모델의 끝판왕이라는 함선 프라모델 수준이다. 하긴 밀레니엄 팔콘 역시 우주를 날아다니는 선박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듬기는커녕 자르기조차 손이 많이 갈 저 작은 부품들을 보니 조립하고 싶은 의지가 꺾여나간다.
좁쌀만 한 부품만이 문제가 아니다. 건프라의 '버카(Ver. Ka., 디자이너 카토키 하지메가 디자인한 프라모델 시리즈를 일컫는 말)' 제품도 아닌 게 무시무시한 '데칼 지옥'을 자랑한다. 그나마 버카 건프라는 1/100 비율이라 덩치라도 있지만, 이번 밀레니엄 팔콘은 1/144로 더욱 작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조립 설명서 뒤쪽을 보면 저 수많은 데칼을 붙이기 위한 위치 안내가 붙어있다. 1/144 비율 킷 주제에 데칼 수만 무려 100개가 넘어간다. 다시 한 번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다.
일단 커터칼은 뽑았으니 런너라도 베어야 하지 않겠는가. 설명서상으로 조립은 조종석부터 시작된다. 수십 년 전 <스타워즈>의 화면 속에서 주인공 일행이 옹기종기 앉았던 조종석을 보니 감회가 새롭긴 하다.
사진으로 보면 커 보이지만, 저 조종석의 직경은 불과 2cm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바닥의 커팅매트 한 눈금이 가로세로 1cm임을 고려하면 얼마나 작은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전에 내놓은 타이 파이터나 X-윙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밀레니엄 팔콘 역시 조종석에 앉힐 수 있도록 한 솔로와 츄바카, <깨어난 포스>에서 등장한 '핀'과 '레이' 인형이 들어있다. 당연히 조종석이 작은데 거기에 앉힐 인형 캐릭터가 클 리가 없다. 인간 캐릭터의 경우 길이가 1cm가 채 되지 않으며, 작중 키가 2m를 넘는 츄바카도 1.5cm가 되지 않는다. 박스의 조립 예시에서 손톱만 한 인형에까지 세세하게 색을 칠한 모델러가 새삼 존경스럽다.
인형들을 조종석에 앉히는 과정에서 반다이답지 않은 설계 실수가 하나 드러난다. 인형을 좌석에 고정하는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무런 조치 없이 앉혀놓고 툭 치기만 하면 인형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확실하게 고정하려면 접착제나 다른 접착 수단을 써야 한다.

조종석 뒤에는 마치 폴리캡처럼 생긴 부품이 하나 들어간다. 이는 추후 발매 예정인 전용 LED 발광 유닛을 고정하기 위한 부품이다. 이러한 LED 고정 부품들은 몇 군데 더 있다.
캐노피는 기존 X-윙이나 타이 파이터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통짜 클리어 부품과 골격만 있는 부품 2종으로 구성된다.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조립하면 된다. 접착제로 붙이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쉽게 교체할 수 있다.
동체 중앙으로 이어지는 통로 부까지 조립하면 조종석 부분은 조립이 완료된다. 서서히 영화 속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다음은 둥근 동체 앞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두 갈래 선수부다. 그냥 삼각형 모양 부품 두 개를 앞뒤로 끼우기만 하면 조립이 끝날 거로 생각하면 완벽한 오산이다. 더욱 세심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반다이가 정성껏(?) 부품 분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팔콘의 양 선수부에는 기체 내부가 드러나 보이는 동그란 구멍이 한쪽당 위아래로 2개씩 뚫려있다. 반다이의 집념이 어느 정도냐 하면, 총 3층 구조의 부품 분할을 적용해 구멍 속 배관 형태를 3차원으로 구현했다. 그것도 보이는 위쪽뿐만 아니라 아래쪽까지 포함해서다.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선수부 측면에도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세밀한 부품 분할이 적용되어 있다. 여기서 밀레니엄 팔콘 조립을 시작한 이후 최대의 난관에 봉착했다. 선수부 측면의 얽히고설킨 배관들까지 부품 분할을 했는데, 그 '배관'들의 두께가 고작 1mm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런너에서 부품을 떼어내는 것부터 고역이다. 흔한 가정용 니퍼나 손톱깎이, 커터칼 등으로 잘라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생긴 대로 잘못 힘을 주면 툭 부러질 정도로 약한데다, 잘못 건드리면 부품까지 잘라버릴 수 있는 정밀한 부품들이다.
적어도 2만~3만 원 이상의 날이 잘 들고 끝이 얇고 가늘고 날카로운 프라모델 전용 고급 니퍼를 사용해야 그나마 쉽게 떼어낼 수 있다. 없다면 밀레니엄 팔콘을 살 때 같이 사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조립하다 짜증 나서 집어 던지기 싫다면 말이다. 물론 부품을 쉽게 집을 수 있는 정밀 핀셋도 필요하다.

고생해서 조립한 만큼 디테일업 부품까지 모두 조립한 선수부의 재현도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그만큼 고생했는데, 이 정도 퀄리티라도 나오지 않으면 정말 못 해먹을 짓이다.
선수부는 좌우 대칭형 구조인 만큼 똑같은 작업을 한 번 더 해야 한다. 그나마 방향만 다를 뿐이라 한쪽을 조립한 다음이라면 다른 한쪽은 훨씬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대칭형 구조는 이 킷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다.
선수부까지 조립을 마쳤으면 본격적으로 동체부 조립이다. 일단 동체부의 직경은 약 18cm 정도로 상당한 볼륨감을 자랑한다.
동체부 조립은 기체 중앙 위아래에 하나씩 있는 기총 좌석부터 시작된다. 초대 <스타워즈>에서는 루크 스카이워커와 한 솔로가, 이번 <깨어난 포스>에서는 핀이 앉아서 몰려오는 타이 파이터에 사격하던 바로 그곳이다.
영화에서 본 그대로 좌석과 사격용 조종간이 세밀하게 구현되어 있으며, 그 위로는 팔각형의 클리어 부품이 뚜껑처럼 덮인다. 조종석과 달리 일반 부품 없이 클리어 부품만 제공되기에 간단하게 창살 부분을 네임펜으로 간단하게 칠했다.
기총 좌석은 동체 중앙 가운데에 수직으로 장착된다. 영화 속에서는 기총 좌석이 어떤 식으로 설치되어있는지 알기 어려운데, 이번 프라모델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상하 대칭인 부분이라 기총 좌석은 나중에 한 조 더 만들어야 한다.

동체 역시 선수부와 마찬가지로 내부 디테일 재현용 부품이 세밀하게 분할되어 있다. 역시 3층 구조를 적용해 복잡한 배관 구조를 입체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기체 양 측면의 둥그런 구조물 역시 입체적인 디테일 구현을 위해 3층 분할이 적용되어 있다. 어렸을 적 저 둥근 구조물의 용도가 매우 궁금했는데, 공식 설정에 따르면 다른 우주선 등에 도킹하기 위한 접속부다.
역시 1mm 이하의 얇은 부품이 사용되고 있어 런너에서 떼어 내는 것부터 세심한 가공과 조립이 필요하다. 결국, 씨군은 조립 중 처음으로 이 부분에서 부품을 하나 부러뜨렸다.
동체 둘레의 원형 테두리(?) 역시 선수부와 마찬가지로 조밀한 부품들을 사용해 디테일을 높이는 구조다. 선수부와 좌우 도킹 접속부를 무사히 조립했다면 슬슬 1mm 단위의 부품들을 생각 없이 조립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조종석을 제외하면 좌우 대칭 구조의 기체인 만큼 도킹 접속부와 테두리 조립 과정은 반대편에서도 한 번 더 해야 한다.

좌우로 납작한 독특한 형태의 엔진 배기구는 불투명 일반 부품과 투명한 청색 클리어 부품 중 하나를 선택해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밀레니엄 팔콘을 비행 중인 형태와 착륙한 형태 2가지 중 하나로 조립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일단 비행 중인 모습으로 조립할 것이기에 엔진이 가동하고 있는 상태를 표현한 청색 클리어 부품을 사용했다.

청색 클리어 엔진 부품은 또 다른 목적이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한 LED 유닛을 통해 영화 속에서처럼 빛나는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다. 조종석 조립에서도 사용된 폴리캡 모양의 부품으로 LED를 최대 4개까지 배치할 수 있다.
동체 하판의 조립이 끝났으면 다음은 동체 상판이다. 대부분의 디테일 재현은 동체 하판 조립에서 대부분 끝나기 때문에 상판 조립은 중앙의 기총 좌석과 내부 배관이 노출된 구멍 3곳의 내부 디테일업 부품 조립으로 끝난다.

일단 이후의 조립 설명서 순서를 무시하고 내부 조립이 끝난 동체 상판과 하판, 좌우 선수부와 조종석 부분을 결합했다. 드디어 영화에서 나온 밀레니엄 팔콘의 웅장한 위용이 대략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직 조립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절반'이 끝났다. 손톱만 한 크기의 추가 디테일업 부품 수십 개와 외부 구조물 등의 조립이 아직 남았다. 물론 '데칼 지옥'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2부에서 계속)
이 기사는 '키덜트잇'(Kidultit.com)에 게재된 기사 입니다. '키덜트잇'은 프라모델, 피규어, 드론, 서브컬처 등 성인들을 위한 취미 전문 웹진입니다.
다크사이드로 빠질 것 같은
키덜트잇 모델러 씨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