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무장관이 28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에 합의했지만 하루만에 서로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 타결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균열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일본의 태도를 좀 지켜보자”고 했지만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서로 딴 소리를 하고 있는 탓이다. 양국 공히 국내 반발 여론도 심상치 않아 합의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단상 내려오자마자 딴소리 위안부 재단 삐걱
한일 외무장관은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원칙을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장에 미소를 머금은 채 등장해 각자 입장을 발표하는 내내 서로 여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었다. 하지만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양측의 말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인식으로 인해 향후 재단 운영 과정에서도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위안부 재단과 관련해서‘한국이 설립하고 일본은 10억엔 규모의 재정을 지원한다’는 것 이외는 확정된 게 없다. 일본 민간 주도로 조성된 아시아여성기금과 달리 우리 정부의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던 정부는 향후 구체적인 재단 운영과 관련해선 “(일본 정부와) 앞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를 하고 있다.
재단 운영 주체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도와온 시민단체를 포함시키거나, 단순한 의료비 지원을 넘어 진상조사나 교육, 위안부 기념관 건립 등 명예회복 사업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부담스러워 할 경우 재단은 첫 발도 떼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재정지원이 원샷 방식으로 일괄 출연되는 만큼 향후 재단 운영의 연속성도 보장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아베 역사검증기구, 과거사 망언 나오면 도루묵
아베 신조 총리 직속으로 발족시킨 역사검증기구의 활동도 완전한 해결 과정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아베 정권은 지난달 말 전후 체제 이후의 근ㆍ현대사를 새롭게 검증하겠다며 검증기구를 설치했는데 검증 대상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이 검증기구는 첫 회의부터 “한반도 통치는 제국주의가 아니다”는 망언을 쏟아내는 등 아베 정권이 총대를 멘 역사 수정주의의 선봉대로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선 위안부 피해자들과 국민 여론을 설득 하는 과제가 시급해 보인다. 무엇보다 위안부 재단의 지원을 피해자들이 거부할 경우 합의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신철 성균관대 교수는 “합의문만 읊을 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뭘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국민들에게 솔직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