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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알바당'이 말하지 않는 것들…현실도 '알바가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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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알바당’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의 TV광고가 또 다시 화제다.

아이돌그룹 ‘걸스데이’의 혜리가 등장한 이 광고는 내년도 최저시급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면서 “권리는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창당. 우리는 알바당”이라고 외친다.

지난 11일부터 전파를 탄 구인구직업체 알바몬의 TV광고 ‘창당’편.

지난 11일부터 전파를 탄 구인구직업체 알바몬의 TV광고 ‘창당’편.


알바몬은 이미 올해 초 ‘알바가 갑’이라는 모토의 광고로 입길에 올랐다. 최저임금과 야간수당 등 공익광고도 잘 다루지 않는 소재를 직업 소개업체가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화제가 됐지만, 이 광고 이후 ‘사장님’들이 반발하며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알바몬에 대항해 ‘사장몬’이란 이름의 인터넷 카페가 결성됐고, 알바몬 탈퇴 움직임이 이어졌다. 사장몬은 알바몬 측의 공개 사과와 광고 중단을 요구했다. 논란 끝에 알바몬은 ‘야간 수당’ 편의 방영 중단을 발표했고 ‘사장몬’ 역시 비난 여론에 밀려 폐쇄됐다. 혜리에겐 ‘맑스돌(마르크스+아이돌)’이란 별칭이 생겼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최저임금의 취지를 알리는데 기여했다며 혜리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방영된 알바몬 광고 ‘최저시급’편.

지난 2월 방영된 알바몬 광고 ‘최저시급’편.


알바몬의 광고처럼, 현실에서도 ‘알바가 갑’일까. 최근 알바노조는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97%가 매일 20분에 해당하는 근무 시간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알바노조가 지난 8월부터 4개월간 아르바이트 노동자 283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7%가 ‘업무 준비 시간이 근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은 작업을 위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는 대기 시간 역시 근로 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법과 거리가 있는 셈이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 ㄱ씨는 23일 맥도날드 신촌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근 15분 전에 와서 준비하는 게 매장의 지시 사항이지만 15분에 대한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다”며 “매장에서 해피밀을 팔고 있지만 전혀 해피하지 않다”고 말했다. 손님이 없을 경우 직원을 강제 조퇴시키는 식으로 급여를 떼먹는 이른바 ‘꺾기’ 관행도 패스트푸드업계에 만연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알바몬은 ‘알바가 갑’이라며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맥도날드·버거킹을 비롯해 임금 문제로 논란을 빚은 업체들의 구인 광고가 하루에도 수백여개씩 알바몬 사이트에 올라온다.

청소년 노동자들의 연이은 사망 사고로 논란이 됐던 배달 대행 일자리도 알바몬 등 구인·구직 사이트에 단골로 올라오는 일자리다. 25일 알바몬 사이트를 보면 ‘배달 건당 지급’, ‘자가 오토바이로 배달하며 오토바이 없는 분은 한달 22만원에 대여’ 등의 문구가 쓰인 배달 대행업체들의 구인 광고 수백여개가 올라와 있다.

배달 대행이란 오토바이를 대행업체에 대여받아 건당 수수료를 받고 개인사업자처럼 일하는 방식으로, 배달이 늦으면 발생하는 반품비 등이 모두 배달원 자신의 책임이라 ‘죽음의 질주’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식업계는 과거 ‘30분 배달제’로 10대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2011년 30분 배달제를 폐기했지만, 이후 음식점이 사고를 책임질 필요가 없고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는 배달 대행업체에 업무를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지난 10월엔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다 사고로 척수 손상을 당한 고등학생에게 법원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혜리는 알바몬 광고에서 ‘뭉쳐야 갑’이라며 ‘알바당’을 창당한다. 시급 6000원으로 올려준다는 사업장에 몰려가 “아이고 사장님~”이라고 말하며 내년도 최저시급 6030원을 요구하고, 진상 손님에게는 ‘알바 스트레스 1위 인격적 모독’이란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귀한 집 자식이다”라고 외친다. 실제 알바노조는 지난 5월 맥도날드 영업점에 찾아가 ‘알바도 사람이다’라며 항의했다가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8명이 연행됐다. 검찰은 이후 ‘맥도날드 점거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신혼여행을 앞둔 구교현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실은 ‘이마저도 안주면 히잉~’이라는 혜리의 애교처럼 유쾌하지 않은 셈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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