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7.0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사설] 뇌수까지 번진 ‘방산비리’ 암덩어리

한겨레
원문보기
[한겨레]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0일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최윤희 전 합참의장과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바로 직전까지 육해공군의 작전을 총지휘하는 군령권을 가진 군의 최고 수뇌인 합참의장까지 방산비리에 연루되었다니 할 말을 잊게 한다. 충격의 크기로는 정 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 소장은 예비역 육군 중장으로, ‘국방에 필요한 병기장비 및 물자에 관한 기술적 연구, 개발 및 시험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책임자다. 이 연구소는 한국형 차세대전투기 사업(KF-X)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이 거부된 4개의 기술 중 가장 핵심인 에이사(AESA) 레이더 개발을 맡기로 한 기관이다.

군 수뇌부의 이런 행태를 보고 어찌 국민이 군을 믿을 것이며, 장병이 지휘관을 따르겠는가. 굳이 ‘무신불립’이라는 공자의 말씀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군 수뇌부뿐 아니라 이들을 요직에 앉힌 임명권자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정부 당국은 말로만 하는 재발방지가 아닌 근본적인 방산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합수단에 따르면, 최 전 합참의장은 와일드캣 도입을 중개한 브로커 함아무개씨로부터 지난해 9월 아들이 사업자금 2000만원을 뇌물로 받았다고 한다. 최 전 의장은 혐의를 부인했으나 아들에게 돈이 건네진 직전과 직후 함씨와 통화를 했고, 특히 사업비가 전달된 다음날에는 의장 공관에서 함씨와 최 전 의장 부부가 식사를 함께 했다고 한다. 더욱이 최 전 의장의 부인은 당시 헬기 도입을 맡았던 박아무개(구속 기소) 소장에게 “미국 것은 절대 안 된다”는 등의 말을 하며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정 소장도 함씨로부터 법인카드, 현금, 아들 유학비 등 총 72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당국은 검찰 수사를 통해 거물급 몇 명 잡아들인 것으로 방산비리를 척결했다고 만족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을 통한 금품 제공 등 방산비리의 수법은 더욱 교묘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몇 사람을 잡아들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솟아나는 방산비리의 구조와 원천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군에 대한 불신은 가히 폭발 지경이다.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신민아 김우빈 기부
    신민아 김우빈 기부
  2. 2송성문 샌디에이고행
    송성문 샌디에이고행
  3. 3엡스타인 클린턴 연루
    엡스타인 클린턴 연루
  4. 4김상식 감독 베트남 3관왕
    김상식 감독 베트남 3관왕
  5. 5푸틴 우크라 종전
    푸틴 우크라 종전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