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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8인, 섹스 판타지를 소설로 풀다

뉴시스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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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자 속에는 언제나 자주가 있다. 음경의 표피 속에. 망각의 혀 밑에 감추고 있다. 소란스러워지기를. 기다린다. 기대. 아닌. 기다림. 입을 여는 순간은 바로 이때다. 멈추지 않는다. 자는 말하고 자주는 옷을 벗는다. 모음의 언어가 발가벗겨진다.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린다. 매듭이 져 있다면 풀어야 하리라." (김태용 '육체 혹은 다가오는 것은 수학인가' 중)

'남의 속도 모르면서-젊은 작가 8인의 아주 특별한 섹스 판타지'는 패기 넘치는 8명의 남성작가들이 섹스에 대해 솔직하게 까발린 소설 8편 모음집이다.

김종광(40) 조헌용(38) 김도언(39) 김종은(37) 김태용(37) 박상(39) 은승완(43) 권정현(41)씨 등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난 문단에서 활약 중인 작가들이 의기투합했다.

섹스와 문학상을 연결, 촌평하게 만듦으로써 섹스를 무겁게 생각하는 경향을 풍자하고('섹스낙서장-낙서나라 탐방기4'), 폐허가 된 마을로 찾아오는 카섹스 족을 다루거나(조헌용 '꼴랑') 이성애자가 사람인 아닌 사물에게 안식을 느끼는 모습을 그리며(김도언 '의자야 넌 어디를 만져주면 좋으니') 삶이 갑자기 무너져버린 가장이 젊은 여성을 통해 용기를 되찾아가는 이야기(김종은 '흡혈귀') 등이 담겼다.

또 마법 같은 섹스를 펼쳐내거나(박상 '모르겠고') 해체된 언어를 통해 성에 대한 물질성을 느끼게 만들며(김태용 '육체 혹은 다가오는 것은 수학인가') UFO에 납치된 뒤 자발적으로 화학적 거세를 했다고 주장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며(은승완 '배롱나무 아래에서') 안마방과 대딸방 등 각종 퇴폐방 이야기로 현대의 성풍속도를 살핀 소설(권정현 '풀코스')도 있다.

권정현씨는 "5년전만 해도 섹스에 대한 글을 쓰자는 제안을 거절했을 작가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이번 소설집이 성담론에 대한 엄숙주의가 해체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자신이 쓴 '풀코스'는 실제 키스방을 운영하는 친구를 모델로 쓴 작품이라며 "그 친구는 자신이 하는 일에 당당하다.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개똥철학일 수 있지만 엄숙주의보다 더 진성성이 있는 것 같다"고 수용했다.

'의자야 넌 어디를 만져주면 좋으니'의 김도언씨는 이번 소설집이 "우리사회 이중성의 그물이 찢어 없어지고 소설에 대한 진지한 명상과 사유의 계기를 만드는 메신저가 되기"를 꿈꿨다.

소설집을 기획한 월간 '문학사상'의 신승철 기획위원은 "'섹스'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성향의 작가들이 필요할 것 같아 30~40대 남성 위주로 필자를 꾸렸다"며 "수위를 놓고 작가들과 편집팀 사이에 상당한 의견이 오갔다. 한국에서도 섹스를 다룬 소설이 본격적으로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인 권영민(63)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이 책의 이야기들이 보여주는 파격의 서사는 사실의 재현이라기보다는 현실을 뒤틀어놓기에 해당한다"며 "이 책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이 애를 써서 눈길을 돌리려고 하든 덮어두려고 하든지 간에 성은 놀랍게도 무서운 힘으로 사방에서 분출되고 충돌하고 소비되고 파괴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읽었다. 279쪽, 1만2000원, 문학사상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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