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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일하지만 푸대접 받는 乙”…10원짜리 동전의 눈물

헤럴드경제 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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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당신 나랑 지금 장난하는거야. 당신 갖긴 싫고 남주긴 아까운거야. 이 십원짜리야.’

가수 싸이의 노래 ‘새’의 가사에서 등장하는 ‘십원짜리’는 욕설을 연상시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어정뜨게 돼버린 자신의 처지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10원이란 언제부턴가 쓰긴 싫고 버리기도 아까운 존재들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특히 주조 비용 때문에 발행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한때 잘 나가던 10원은 어느새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10원이 물가 상승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단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때문에 10원짜리가 푸대접을 받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우리 사회의 을(乙)들을 연상시킨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무도 줍지 않는 10원짜리를 보면서 취업난으로 이 시대의 ‘잉여’가 돼버린 젊은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기도 한다.

다보탑이 새겨진 10원 동전의 나이는 벌써 오십이 됐다.


1966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전에는 지폐였다.


당시엔 10원 하나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동전 하나로 길에서 붕어빵이나 풀빵 대여섯 개씩도 사먹을 수 있었다.

이 시절 출시된 라면의 가격도 10원이었고, 귀했던 짜장면도 10원짜리 세 개면 결제가 가능했다.

1980년대만 해도 공공요금은 10원 단위로 인상되곤 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10원짜리는 실생활에서 점차 멀어지게 됐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10원 동전은 82억개가 넘는다. 전세계 인구(72억명)보다 많다.

10원은 구리(48%)와 알루미늄(52%)의 합금으로 만들어지는데, 비싼 구리값을 노린 ‘동전 사냥꾼’에 의해 수많은 10원짜리들이 ‘포획’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일에도 일당 8명이 6개월 동안 전국 은행을 돌며 수집한 구형 10원짜리 600만개(24t)를 녹여 구리를 추출한 뒤 되팔아 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붙잡히기도 했다.

10원은 제조원가 때문에 찍어낼수록 손해인 구조를 갖고 있다.

지름 18㎜, 무게 1.22g인 10원짜리 동전을 찍어내는 데에 개당 20원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 많은 10원짜리 동전의 행방도 묘연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9월에 발행된 10원은 총 16억원이 넘는데, 이 중 돌아온 액수는 1억여원 정도다.

나머지 15억원의 소재는 오리무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개혁) 등을 통해 10원짜리를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10원 폐지시 물가 조정의 폭이 50원 단위로 이뤄져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마트에서 900원에서 910원으로 오를 무값이 단번에 950원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불안정성이 고조돼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될 공산도 크다.

그럼 기존에 있는 동전들만 쓰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환수율이 저조해 이 역시 제약되는 부분이 있다.

이같이 잘 드러나지 않는 역할에 비해 환영받지 못하는 10원짜리의 처지가 우리 사회의 을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인 강은교씨는 “언제부턴가 무(無)가 된 10원짜리가 없으면 만원짜리도 있을 수 없다”며 “10원짜리 동전이 눈부셔지는 날 힘 없는 이 나라의 모든 존재도 빛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10원으로 ‘갑질’을 당하는 을도 있다.

한 식당 주인이 그만둔 종업원의 밀린 월급을 전부 10원짜리로 바꿔 지급한 일이다.

고용노동부에 체불 임금에 대한 진정을 냈단 이유로 홧김에 이렇게 한 것이다.

주지 않던 18만원을 10원짜리 1만8000개로 준 것인데, 무게만 45㎏이었다.

취업준비생 강모(30) 씨는 “10원을 써본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10원짜리 같은 존재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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