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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싸’로 아이라인…소녀들 ‘위험한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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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청소년 메이크업
30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로의 한 화장품 가게 진열대 앞에서 교복을 입은 중학생 ㄱ양(13)과 ㄴ양(13)이 립스틱, 틴트를 살펴봤다. ㄱ양이 빨간색 틴트를 보여주자 ㄴ양은 “그건 너무 튄다”며 웃었다. ㄱ양은 “틴트랑 피부 화장은 기본이다. 근데 학교에서 화장을 못하게 하니까 다들 티 안 나게, 연하게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ㄴ양은 “화장을 안 하는 게 이상한 분위기다. ‘화장도 안 하고 다닌다’며 애들이 뭐라 그런다”고 말했다. 둘은 매장을 한 바퀴 돌며 한동안 콤팩트, 로션 등을 둘러보다 팔짱을 끼고 다른 화장품 가게를 구경하러 갔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ㄷ양(12)과 친구들도 학교가 끝나자마자 ‘화장품 구경’을 나왔다. ㄷ양은 “평소엔 화장을 못하지만 주말에 시내 나갈 땐 틴트를 바른다”고 했다. 아직 초등학생인 이들은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메이크업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ㄷ양은 틴트나 아이새도는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도 꿰고 있다. 그는 “로드숍은 비싸서 다이소에서 아이새도를 사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잘 번진다”고 말했다.

‘컴싸’로 그린 아이라인. 컴퓨터용 사인펜이 청소년들의 화장품 대체재가 되고 있다.

‘컴싸’로 그린 아이라인. 컴퓨터용 사인펜이 청소년들의 화장품 대체재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화장은 ‘유행’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에서도 ‘교복에 어울리는 메이크업’ ‘안 걸리는 중학생 화장법’ 등의 조언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학생이 운영하며 같은 또래를 대상으로 화장법 등 ‘생정(생활정보)’을 전수하는 뷰티 블로그도 있다.

일선 교사들도 “학생들 사이에 화장이 대세”라고 인정했다. 충남 지역의 중학교 교사 이모씨(51)는 “과거에는 소위 ‘일진’이라는 아이들이 주로 센 화장을 하고 다녔다면 요새는 여중생의 70% 정도가 화장을 한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비는 기본이고 입술에 틴트를 바르고 눈썹, 아이라인까지 그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24)도 “저학년 학생들도 틴트 정도는 바르고 다닌다. 고학년 중에는 ‘풀메(풀 메이크업)’를 한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화장이 학생들의 일상이 되면서 ‘화장하면 안된다’는 교칙은 낡은 것이 돼 버렸다. 이씨는 “이미 여학생들 필통은 파우치(화장품을 넣고 다니는 주머니)나 마찬가지”라며 “화장한 학생들을 일일이 지적하게 되면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다. 대세가 화장이니 아예 관련 교칙을 없애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화장을 눈감아주자니 피부의 안전 문제가 걸린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화장품 아닌 화장품’을 이용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인터넷 쇼핑몰, 문구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색조화장품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브랜드 제품 모두 성분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자가 등록되지 않아 관리와 유통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컴싸(컴퓨터용 사인펜)’로 아이라인 그리기도 문제다. 사인펜의 잉크가 눈에 들어가 안질환이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이씨는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저질 화장품에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있어 남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지만 학생들은 크게 신경을 안 쓴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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